[공시분석]4조원 ‘잭팟’…KAI의 초음속 경공격기 ‘폴란드 수출’ 의미

발행일 2022-09-19 18:33:10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의미있는 공시를 소개·분석합니다.
폴란드 공군 요구도를 적용한 초음속 경공격기 FA-50PL 그래픽 형상.(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공시 요약
오늘(19일) 소개할 공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이 낸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건입니다. 회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국산 경공격기 FA-50 48대를 폴란드에 수출한다고 밝혔죠. 폴란드 군비청과 지난 16일 수출이행계약(Executive contract·본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이번 공시의 핵심 내용이네요.

‘방산 기업인 KAI가 해외에 경공격기를 수출했다’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이번 공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지닙니다. 먼저 계약규모인데요. 이번 계약 금액은 30억1827만7279달러(4조2080억8218만원·계약일인 16일 1달러당 1394.2원 적용)입니다. 이는 물량·가격 기준 국내 항공기 완제품 수출의 최대 규모죠. 이번 계약은 지난해 KAI의 총매출액(2조5622억원) 대비 164.2%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FA-50은 KAI가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 T-50 계열의 경공격기인데요. KAI는 2011년 5월 인도네시아 T-50 16대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죠. 이번 계약은 T-50 수출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국산 항공기 완제품의 유럽시장 진출이 처음으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항공 산업은 진입 문턱이 높은 분야로 꼽히는데요. KAI는 이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주자입니다. KAI가 T-50의 대량생산에 돌입할 2005년 당시 11개 국가가 초음속 비행기를 자체 개발한 상태였죠.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T-50 계열 항공기가 그간 인도네시아·이라크·필리핀·태국 공급에 이어 이번에 유럽시장까지 뚫어냈다는 점을 업계에선 높아진 국내 기술력의 방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 12번째로 초음속 비행기를 자체 개발했지만, 수출은 비교적 빠르게 이뤄냈습니다. 개발과 달리 초음속 비행기 수출은 세계 6번째로 달성했죠. KAI는 이 과정을 주도한 기업이고요. 이번에 국산 초음속 비행기를 유럽시장에 공급했다는 점은 국내 항공 기술이 중저개발국을 넘어 선진국에서도 통할 수준이 됐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FA-50 48대 폴란드 수출 계약 기간은 2022년 11월30일부터 2028년 9월30일까지로 잡혀있습니다. 회사는 이번 계약에 따라 FA-50 12대를 2023년 말까지 우선 납품하고, 나머지 36대는 2025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죠. 회사 측은 “계약 시작일은 폴란드 군비청으로부터 선수금 입금 받는 예상 일자”라며 “변경 시 재공시하겠다”고 했습니다.
끊임없이 진화한 국산 초음속 항공기
KAI는 이번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T-50 계열의 항공기 수출의 폭을 넓힐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이라크·필리핀·태국에 총 72대가 추출된 T-50 계열 항공기는 이번에 48대 추가 수출을 통해 총 120대가 우리나라 영공 밖에서 비행하게 됩니다. 회사는 이 같은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공급처를 다각화하겠단 전략이죠.

KAI는 이를 위해 T-50 계열 항공기를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T-50은 KAI가 항공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아래에 1990년 개발을 시작, 완성한 초음속 고등훈련기인데요. 1997년 미국 기업 록히드마틴이 개발에 참여했고, 2003년 초음속 돌파 비행에 성공했죠.

KAI는 대량생산이 시작된 2005년 이후로도 끊임없이 최신 기술을 적용해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게 전투입문 훈련기 TA-50인데요. 이 기종은 무장능력 T-50과 달리 공대공·공대지 무장운용 능력을 갖췄습니다. KAI는 TA-50을 개발하며 디지털 비행제어시스템과 엔진 등 기체 기능을 높이는 동시에 60km 밖 적기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장착하는 식으로 운용 범위도 넓혔습니다.

이번 공시에서도 등장하는 FA-50 기종은 앞선 두 기종과 달리 전투기로도, 공격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TA-50을 본격적인 경공격기로 개량·발전시켜 탄생한 기종이 FA-50입니다. FA-50는 레이더 탐지거리가 100km 이상으로, TA-50보다 40km 넓죠. 또 △정밀유도폭탄 투하능력 △항공기 자체 보호능력 △야간 임무수행능력 등도 갖췄습니다. 무기는 최대 4.5t 탑재할 수 있고요. 특히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데이터링크(Link-16) 체계를 도입, 다른 전투기들과 유기적인 작전을 펼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르투르 쿱텔 폴란드 군비청장(왼쪽)과 강구영 KAI 사장이 FA-50 실행계약서명식 후 기념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이번 폴란드 수출을 진행하며 FA-50의 성능을 한 차례 더 진화시킬 방침입니다. 회사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도를 반영해 ‘FA-50PL’를 제작해 공급하는데요. KAI 측은 “FA-50PL 형상은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FA-50 성능개량 형상이 될 전망”이라고 자신했죠. △공중급유기능을 통한 항속거리 증대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 △공대지·공대공 무장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전반적인 기능을 한 차원 높일 계획입니다.

FA-50PL은 경공격·특수전술 및 전투임무 등 다양한 임무작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F-16과 호환성이 높고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의 교육 훈련에도 최적화됐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FA-50PL은 폴란드 공군의 전투 조종사 양성과 전력 증강에 기여하는 핵심기종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

KAI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폴란드 내 물류허브(Logistics Hub)를 짓고 유럽의 4·5세대 전투기 조종사 훈련 소요를 충당하기 위한 국제 비행 훈련학교 운영도 단계적으로 추진합니다. 물류허브 설립을 위해 KAI와 폴란드 정부는 현지 업체가 참여하는 공동실무단을 구성, 시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KAI 측은 “자사 기술과 후속지원 역량, 현지 업체의 제조능력이 합쳐지면 새로운 형태의 협력 모델이 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AI는 FA-50의 강점을 내세워 미국·이집트 등 추가 수출국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록히드마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채결하고 세계에 FA-50을 1000대 이상 추출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죠. 이 계획의 일환으로 양사는 우선 280대 규모의 미국 공군 전술기 훈련 사업과 220대 도입 예정인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사업 수주를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KAI는 이집트가 진행 중인 고등훈련기 사업에 참여를 노리고 있습니다. 잠재 수요가 100대 수준이라고 평가되는 사업이죠.

강구영 KAI 사장은 이번 폴란드 수출 계약에 대해 “오래도록 지속 발전 가능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가 되길 기대한다”며 “폴란드 수출을 발판 삼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를 비롯한 미국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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