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좋을 우주산업 이슈를 분석합니다. 5일 미국에서 발사된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우주로 향하는 장면을 보셨나요? 저 역시 다누리의 성공적인 항해를 기원하며 스페이스X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 41분의 발사 과정을 두 손을 모아 지켜봤는데요. 발사 결과는 ‘순조로운 출발’로 정리되기에 충분했습니다.한국항공연구원(항우연) 연구진은 첫 교신에서 수신한 데이터를 분석, 다누리가 달을 향한 궤적 진입에 성공한 점을 확인했어요. 이는 발사 5시간이 지난 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발표로 공식화됐고요.‘다누리 발사 후 달 전이 궤도 진입 성공’ 브리핑을 진행한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앞으로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다누리는 오는 2023년 1월부터 탑재체 6개를 활용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누리의 성공까지는 많은 여정이 남아 있지만, 달을 향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고 말했습니다.저는 주로 우주산업 분야에 대한 얘기를 기사로 쓰고 있는데요. 다누리에 앞서 지난 6월21일 누리호 발사장이 있는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현장에서 2차 발사가 성공한 순간을 함께하기도 했죠.그런데 이번 다누리 발사 결과 브리핑은 앞서 누리호 성공 발표와 비교해 그렇게 큰 감동이 오진 않았어요. 다누리의 순조로운 출발과 누리호 2차 발사 모두 우리나라의 우주 강국 도약을 알리는데 충분한 성과인데도 그랬죠. 오 차관 발표를 통해 다누리의 △발사 성공 △교신 성공 △달 전이 궤적 진입 등 ‘순조로운 출발’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순간, 되레 슬픈 감정까지 들더라고요. 다누리, 의미는 충분한데…왜?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일단 누리호와 다누리 모두 의미나 성과 측면에선 무엇이 더 우수한지를 비교할 순 없었어요. 다누리의 순조로운 출발이 누리호 발사 성공에 비해 의미가 부족, 감동이 적었던 건 아니었던 셈이죠.두 이벤트의 의미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누리호 성공은 우리나라가 1.5t급 실용위성을 원하면 언제든 지구저궤도(600~800km)에 안착할 수 있는 ‘우주운송 수단’의 확보를 뜻하죠. 다누리 역시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물체 중 처음으로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 다른 천체에서 운용된다’는 상징성이 있고요. 누리호와 다누리를 통해 올린, 혹은 앞으로 달성할 학술·산업·기술적 성과들을 생각하면 다누리 역시 벅찬 감정이 들긴 충분했던 것 같아요.생각은 ‘다누리의 한계점 때문에 그랬을까’로 옮겨갔는데요. 이 부분도 정확한 원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누리호 역시 기술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죠. 다누리는 달 극지방을 지나는 고도 100km의 원 궤도를 하루 12회 공전하는 식으로 운영될 궤도선입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달 표면에 직접 내려가진 않는다는 뜻인데요. 1969년 유인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이나 무인 달 착륙에 성공한 러시아·중국 등 ‘우주 강국’과의 기술력 차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누리호는 어떨까요. 누리호 역시 △탑재 중량(1.5t) △고도(최대 800km) △최대 속도(초속 7.5km) 모두 현재 세계 우주 탐사를 이끄는 국가의 발사체와 비교해 성능이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질량 3t 안팎의 정지궤도 위성을 탑재할 수도 없고, 정지궤도(고도 약 3만6000km)에 위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또 지구 탈출속도(초속 11.2km)를 내지 못해 다른 천체 탐사에도 투입이 불가능하죠. 자체 개발 ‘누리호’…미국 의존 ‘다누리’ 다누리 발사 결과를 듣고 슬픈 감정이 든 원인은 의미가 부족해서도, 한계가 더 많아서도 아니었죠. 저는 그 이유를 의존도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누리와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 지점이 의존도밖에 없더라고요. 누리호는 2010년 3월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으로 첫발을 뗐는데요. ‘미완’이나 ‘절반의 성공’이란 수식어가 붙은 2021년 10월21일 1차 발사에 이어 ‘성공’ 외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2022년 6월21일 2차 발사에 이르기까지. 누리호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우리나라 연구진이 우리나라 기업과 함께 땀 흘려 만들어낸 우주발사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우리 손으로 이룩했죠. 여기서 첫 문단을 다시 읽어보시면 ‘미국 발사’와 ‘스페이스X 중계’가 달리 보이실 것 같습니다.다누리는 누리호와 조금 달랐습니다. 2016년 1월 항우연을 중심으로 개발이 시작된 다누리는 대부분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그리고 대학이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이란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일부를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했단 뜻입니다.다누리 제작이 시작된 시점은 2016년이지만, 이를 계획한 때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2020년 달 궤도선 발사·2025년 달 착륙선 발사’란 목표가 우주 개발 실천 로드맵에 처음으로 담겼죠.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현재는 ‘2022년 달 궤도선 발사·2030년 이후 달 착륙선 발사’로 최종 결정된 상태고요.미국 의존은 다누리 개발 착수 때부터 등장합니다. 2016년 다누리 개발·운용 주관기관인 항우연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이행 약정을 체결하고 기술 협력에 착수하죠. 시작부터가 누리호와 달랐던 셈입니다.또 다누리의 항해 과정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나라는 NASA의 도움을 받습니다. 항우연 연구진은 예비설계 후 시험모델 개발과정에서 기술적 한계로 경량화에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목표 중량이 550kg에서 678kg으로 128kg 증가했고, 이에 따라 연료 부족 및 임무기간 단축 가능성 등의 우려가 제기됐죠. 항우연은 이에 2018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자체 점검을 시행, 달 전이 궤도를 재설정하는 기술적 해법을 마련합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게 ‘탄도형 전이 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BLT)’인데요. 지구·태양·달 등의 중력 특성을 이용하는 BLT는 비행시간이 길지만 다른 방식과 비교해 연료 소모량이 약 25% 적어요. 무게를 줄이려면 6종의 탑재체 중 하나를 빼거나, 1년이란 임무 수행 기간을 줄여야 했죠. 이 중 무엇도 포기할 수 없었던 연구진은 연료를 최대한 아끼는 방법을 찾았고 BLT가 대안으로 제시됐어요.다누리는 이 때문에 지구와 태양 간의 라그랑주점(두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 중 하나인 L1 포인트(지구로부터 약 156만km)를 거쳤다 달로 향하게 되는데요. 항해 기간만 무려 4.5개월이 소요되죠. 전이 궤적을 항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설계하는데도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항우연은 이를 설계하는 과정은 물론, 항해 운용 과정에서도 NASA의 도움을 받습니다.받는 게 있다면 주는 게 있어야겠죠. BLT 궤적 결정은 다누리에 유일한 외산 탑재체인 NASA의 섀도캠(ShadowCam)이 실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장비는 달의 남북극 지방 충돌구 속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는데요. 이는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선행 연구 자료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미국의 유인 달 탐사선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는 임무를 다누리가 돕는 셈이네요. ‘달 전이 궤도 진입’은 스페이스X 성과 무엇보다 5일 발표된 다누리의 달 전이 궤도 진입이 사실상 스페이스X 성과였다는 점이 가장 씁쓸했던 것 같습니다. 다누리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5500’에 실려 우주로 향했는데요. 다누리의 발사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캐너배럴 우주군기지에서 이뤄진 이유죠.다누리의 발사, 첫 교신, 항해 모두 일정부분 미국에 의존해 진행된 셈입니다. 첫 교신의 경우 호주 캔버라에 있는 NASA 심우주 안테나에서 이뤄졌는데요. 항우연 연구진은 이 신호에서 잡힌 데이터를 분석했어요.다만 수신된 위성정보를 분석해 확인된 △태양전지판을 통한 전력 생산 △장치 간 통신 정상 작동 △각 장치 온도 표준범위 상태 등은 우리 연구진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누리가 우주 공간에서 연구진의 의도대로 스스로 잘 작동했다는 의미니까요. 기자 입장에선 발사 준비 과정서 나타난 정보 제공 한계도 아쉬웠던 대목입니다. 스페이스X의 다누리 발사는 당초 8월3일 오전 8시24분(현지시간 8월2일 19시24분)으로 계획됐었는데요. 스페이스X는 이에 따라 발사 준비 절차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추가 작업 사안을 발견합니다.이 때문에 발사 일정이 8월5일 오전 8시8분(현지시간 8월4일 19시8분)으로 이틀을 늦췄지만, 외신은 물론 국내 언론사 중 어느 곳에도 정확한 원인을 알리지 않았습니다.누리호 2차 발사 역시 일정 변동이 있었습니다. 항우연 연구진은 별도의 브리핑을 열어 언론에 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기업인 스페이스X는 그렇지 않았어요. 국비로 개발된 다누리, 그 발사 일정이 연기됐음에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죠. 누리호 2차 발사는 당초 6월15일 오후 4시로 예정됐으나, 기상 상황에 따라 하루 연기됐죠. 또 발사 준비 과정에서 ‘산화제탱크에 장착된 레벨 센서의 오작동 현상’이 발견되면서 일단 발사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항우연 연구진은 이후 직접 누리호를 개발한 경험을 토대로 가장 빠르고 정확한 해결 방법을 찾아냅니다. 레벨 센서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진단하고 단 분리 없이 핵심 부품을 교체, 누리호를 다시 발사대에 세우죠. 누리호 2차 발사체는 그렇게 6월21일 오후 4시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에서 웅장한 불꽃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이 같은 사안을 기자가 알 수 있던 누리호 2차 발사와 달리, 일정 연기 외 무엇 하나 공개된 게 없는 스페이스X의 운용 방침에 취재진은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저 역시 발사 연기의 원인을 알법한 취재원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돌렸습니다. 모두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 ‘계약상 정보 공개가 불가하다’, ‘스페이스X 측에서 우리에게 추가 작업을 통보해온 것’ 정도의 주변 정보만 얻을 수 있었죠. 그나마 “다누리 자체 점검에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우리 쪽 문제로 인한 발사 연기는 아니다”는 얘기 정도는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누리호 아닌 팰컨9 사용한 이유 그렇다면 왜 정부는 다누리 발사를 스페이스X와 진행했을까요. 우리나라도 누리호란 우주발사체가 있는데, 팰컨9을 사용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앞서 기술한 누리호 한계점과 관련이 있는데요. 팰컨9은 누리호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죠.누리호는 600~800km 지구저궤도에 1.5t급 실용 위성을 안착시키는 것을 목표 개발됐습니다. 678kg인 다누리는 누리호의 탑재중량 최대치보다 작습니다. 그러나 누리호는 추력 한계 때문에 이번 다누리 발사에 사용되지 못했는데요. 다누리 발사에 사용되는 팰컨9의 1단부의 추력은 775t으로 누리호 1단 추력(300t)의 2배 이상입니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는 이미 화성·소행성 탐사 임무에 사용된 ‘검증된 발사체’이기도 하고요. 다누리는 발사 40분15초 후 약 703km 고도에서 초속 10.15km로 팰컨9과 분리됐습니다. 이때 속도는 누리호의 최대 속도인 초속 7.5km보다 훨씬 빠르죠.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달 전이 궤적 진입이 가능한데, 누리호로는 이게 불가능합니다.다누리 발사에 사용된 팰컨9은 스페이스X를 세계 우주 탐사 기업 중 선두로 끌어올린 발사체이기도 합니다.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이기 때문이죠. 스페이스X는 팰컨9으로 세계 우주산업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게 됩니다.실제로 이번 다누리 발사에 사용된 팰컨9 1단부는 앞서 5번의 비행을 마친 모델이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부품은 지난 1월31일 이탈리아 ‘COSMO-SkyMEd’ 위성 발사에 사용된 것과 동일하죠. 스페이스X는 목적에 따라 여러 탑재체를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보내기도 하지만 다누리는 단독 발사로 진행됐습니다. 스페이스X가 160조원 기업이 된 방법 우주 강국인 미국의 스페이스X와 NASA 협력은 달 궤도선 운용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선택이었습니다.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을 상징하는 NASA와 민간 주도의 우주 탐사 시대를 상징하는 스페이스X에 대응하는 곳이 국내엔 없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데요.우리나라는 우주 개발에 뒤늦게 참여한 후발주자입니다. 달 궤도선 운용은 세계 7번째, 1t 이상의 인공위성 자력 발사도 세계 7번째로 달성했죠. 7번째 달성은 분명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이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인도가 누리호와 비슷한 성능의 우주발사체를 세계에서 6번째로 확보한 시점은 우리나라보다 30년 앞섭니다.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 산업 확대 △기업에 우주 기술 이전을 통한 생태계 마련 등이 꼽히는데요. 국비로 개발된 우주 기술을 기업에 이전,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시대를 의미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를 대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실제로 다누리 발사에서도 그 역량을 증명한 스페이스X가 이 방법으로 성장했죠. 설립 20년에 불과한 스페이스X는 현재 세계 상업용 발사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기업 가치는 1250억달러(약 16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요.이는 NASA가 개발한 우주 기술을 이전받으면서 올린 다양한 성과에 따른 결과입니다. 특히 재사용 발사체의 핵심 기술을 이전받아 팰컨9의 운영을 시작한 2015년부터 기업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죠. 미국은 NASA를 중심으로 1960년대 ‘사람을 달로 보낸다’는 아폴로 계획을 진행하는 등 오랜 시간 첨단 우주기술을 축적합니다. 스페이스X는 세금으로 개발된 국가 주도의 우주 기술을 흡수하며 사업적 성과를 올릴 수 있었고요. 우주 기술의 가능성 우주 기술은 파급 효과도 상당합니다. 지금은 일상에서 매우 익숙한 정수기·전자레인지가 우주항공 기술로 탄생한 대표적인 산물이죠. 두 제품은 NASA가 1960년대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컴퓨터단층촬영(CT)·차량용 위성항법장치(GPS) 기기 등도 항공우주 기술을 기반으로 하죠.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 사용되는 기술은 통신방송서비스·재해재난 정보제공·의료기기·대체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가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 산업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영하 183도의 극저온 액체산소와 3000도 이상의 화염을 견뎌야 하는 극한의 기술이 적용된 누리호는 물론, 150만km가 넘는 우주 공간을 항해하는 다누리에 적용된 통신 기기와 달 표면을 들여다보는 카메라 등도 이 같은 ‘파급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기술들이 민간에 이전된다면 어디서 어떻게 파급효과가 나타날지 모르죠. 일례로 누리호에 적용된 터보 펌프 기술을 극저온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용 선박 제작 기업에 적용하는 식으로 파급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최근에는 스페이스X와 더불어 블루오리진·버진갤럭틱 등 우주 탐사 기업이 대거 등장하며 우주 기술을 직접적으로 이용한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2018년 3500억달러(약 420조원)에서 오는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20조원)까지 연평균 5.3% 성장하리라 전망했고요. 마켓츠앤마켓츠는 이 중에서도 위성 이미지 데이터 시장 규모가 2021년 59억달러(약 7조원)에서 2026년에는 그 규모가 3배 이상 성장, 167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다누리·누리호 개발에 모두 참여한 기업은? 정부는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반영, 한국판 스페이스X 육성을 노리고 있는데요.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NASA가 스페이스X를 성장시킨 방법을 차용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이 일환으로 지난 6월 ‘소형발사체 개발역량 지원 사업’의 대상 기업이 선정된 바 있죠. 정부가 구상한 소형발사체는 2단으로 구성됩니다. 1단엔 누리호에 탑재된 75t 엔진을 사용하면 되지만, 2단 엔진은 새로 개발해야 하죠. 대한항공·이노스페이스·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이에 따라 경쟁형 사업을 통해 ‘소형발사체의 상단용 엔진’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소형발사체는 누리호 보다 낮은 성능이지만, 적은 비용으로 낮은 궤도에 작은 위성을 올리는 식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위성 통신 시장에 적합하죠.누리호의 기술을 이전받는 ‘체계종합기업 선정’ 공고도 7월 말 게시됐습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해당 공고에 접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정부는 오는 9월 체계종합기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방침입니다.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면 2027년까지 항우연과 공동으로 누리호의 4회 반복 발사를 주관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누리호 설계·제작 및 발사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죠.한화와 KAI는 누리호 개발은 물론 다누리 제작에도 주요 협력 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누리호 개발에선 KAI가 체계총조립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개발을 담당했죠. 다누리 개발에선 KAI가 구조체 시제작·조립시험 지원 등을, 한화가 추진시스템 제작 등을 맡았습니다. 이 외에도 누리호와 다누리 개발 사업에 모두 참여한 기업으론 △AP위성(누리호 성능검증위성 제작, 다누리 전장품 개발) △데크항공(누리호 탱크·동체 개발, 다누리 고해상도카메라 고안정구조체 개발) △스페이스솔루션(누리호 추진기관 공급계·구동장치시스템·추력기시스템 개발, 다누리 고성능 티타늄 연소관 개발을 위한 성형 및 용접공정 진행) △현대로템(누리호 시험 설비 구축, 다누리 로버 구조 구동부 설계·제작) 등이 있습니다.우주산업체 관계자는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 사업은 대량 생산이 없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비가 사용된 프로젝트라 실패한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사업적 리스크(위험성)가 크다”며 “그런데도 이 같은 사업에 참여하면 기업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국가 발전에 참여했다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누리호 개발의 경우 총사업비의 약 80%인 약 1조5000억원이, 다누리의 경우 총사업비의 36%인 약 852억원이 산업체에 집행됐는데요. 누리호 개발이 12년, 다누리의 개발이 7년간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예산으로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그런데도 이 관계자는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처음부터 이를 기대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가치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 사업이 더 확대돼야한다”며 “아직 우주 산업 생태계가 자리 잡지 못한 국내 환경에서 기업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정부 사업밖에 없기도 하다. 기업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기술 이전을 통해 민간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