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현대카드·애플페이 연합' 전략적 활용할까?

발행일 2022-09-13 06:00:02
8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열린 '추석 나눔 행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두 번째),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신한카드)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임영진 사장은 현대카드와 애플의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간편결제 플랫폼 '애플페이'의 제휴설에 대해 경계하지 않는 반응이었다. 카드사가 오픈형(개방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써 높은 의미를 부여했다.

임영진 사장은 8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금융감독원이 금융권과 공동으로 진행한 추석맞이 나눔 행사를 마친 후 <블로터>와 만나 "지금까지는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고객 경험과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큰 (사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 사장은 "앞으로는 앱이 오픈 베이스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의의…."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날 인터뷰는 행사가 끝난 후 즉흥적으로 기자가 요청해 이뤄진 만큼 임 사장으로부터 상세한 맥락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문맥과 신한카드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해석된다.

신한카드는 카드사 연합 간편결제 플랫폼 '오픈페이'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오픈페이는 한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만 설치해도 여타 카드사의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개념이다. 가령 신한카드 '신한플레이(신한pLay)' 앱에서 하나카드, 롯데카드로도 간편결제할 수 있게 된다. 빅테크에 대항해 기존의 카드사 앱의 폐쇄적 구조를 오픈형 구조로 탈바꿈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취지다.

카드사 중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우리카드는 오픈페이 참여를 유보한 상태다. 오픈페이 참여가 각사가 가진 자산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카드는 그룹 계열사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와 상호 연관성이 높고, 우리카드는 우리금융그룹 결제 플랫폼 '우리페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와 국내 서비스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카드와 애플페이 제휴는 나머지 카드사들의 고객 충성도뿐 아니라 삼성페이 점유율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발력 높은 이슈로 여겨진다.

접는 폰과 바형 스마트폰 간 우열논쟁을 떠나 그동안 국내에서는 아이폰에서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없어 결제 부문에선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비교우위를 가졌었는데, 이것이 무너질 경우 아이폰의 유저 흡인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현대카드와 애플페이가 독점 계약을 맺는 기간 동안 우리카드나 삼성카드를 쓰고 있는 고객이 해지 후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 현대카드로 갈아타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페이의 경우 2021년 기준 간편결제 시장 내 25%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애플페이 역시 삼성페이와 유사한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독점 계약 기간 종료 후 간편결제 시장 내 높은 수준의 시장 점유율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영진 사장에게는 애플페이 상륙이 오픈페이 진영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애플페이라는 세계적 빅플레이어가 상륙를 앞둔 만큼 '연합전선'을 구축하자는 취지로 삼성카드와 우리카드에 오픈페이 막판 참여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유력 전자금융업자들이 최근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점도 오픈페이 합류의 동인이 되고 있다.

애플은 기진출국 카드발급사에 온라인 결제 시 이용자에게 애플페이 이용 옵션을 제공하도록 하고, 수요 유지를 위해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애플페이 수수료를 전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본지 '미국서 반독점 피소 '애플페이', 인앱결제 다음 트러블메이커 될까?' 기사 참조). 현대카드와 독점 계약 종료 후 있을 애플페이와 국내 카드사들의 협력 단계에서 협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카드사만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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