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찾은 서울 강남구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 사옥 1층에 위치한 쇼룸은 방송 장비들과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저녁 7시 진행되는 '머스트잇 X CJ온스타일 라이브 커머스' 첫 방송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스트잇은 지난 6월 CJ온스타일에 2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받고 '모바일 쇼핑 플랫폼'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블로터>는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를 만나 머스트잇의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모바일 커머스로 명품 '판로 개척' 지난해 연 거래액 3500억원을 기록하며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 선두에 오른 머스트잇은 업계 처음으로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6월 CJ온스타일에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협업하기로 하면서다. 머스트잇의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진출 소식에 명품 플랫폼 업계는 모두 주목했다. 명품 모바일 커머스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머스트잇이 지난해부터 체질개선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 이후 업계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잇따랐다. 오프라인 쇼룸과 매장 오픈, 리빙·가전·테크 등 카테고리 확장 등이 그 예다. 머스트잇은 CJ온스타일 플랫폼에서 약 한 시간동안 진행된 '머스트잇 X CJ온스타일' 첫 라이브 방송에서 조회수 약 6만명, 총 매출액 2800만원을 기록했다. 조회수 상위 3%, 매출 상위 2%, 판매량 상위 12%에 속하는 성적이다. 이는 라이브 패션 카테고리 방송 중 상위권, CJ 온스타일 내에서는 최상위권에 해당된다. 머스트잇과 CJ온스타일은 첫 방송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머스트잇은 첫 명품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의 성공 요인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꼽았다. CJ온스타일 플랫폼에서 명품을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CJ온스타일의 고객층과 명품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시너지가 생긴 결과라는 설명이다. 또 모바일 커머스를 통해 명품 구매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명품 시장은 통상 시간을 두고 구매를 결정하는 '계획구매'가 많은 반면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는 구매까지의 시간이 단축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CJ 온스타일이 확보한 3040 고객층에 특화한 상품 구성도 힘을 보탰다. 머스트잇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배경에는 명품 플랫폼 시장에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하다는 조용민 대표의 판단이 있었다. 업계가 이제 막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성장을 이끌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용민 대표는 향후 머스트잇이 가야 할 방향으로는 '모바일' 시장을 꼽았다. 조용민 대표는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MLC)는 머스트잇이 항상 관심을 가졌던 영역"이라며 "다만 우리가 단독으로 진행하다 어설픈 결과물을 내놓는 것보다 그 분야의 역량,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곳과의 협업을 통한 시장 진입이 더 성공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CJ ENM과의 전략적 투자가 진행돼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를 실험해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머스트잇은 이달 말 두 번째 방송을 앞두고 있으며 향후 CJ 온스타일 채널 편성, 상품 구성 상황에 따라 방송을 꾸준히 지속할 계획이다. '성숙기' 접어든 명품 플랫폼, "다음 단계 대비할 때" 조용민 대표는 문제 의식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머스트잇을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명품 전자상거래 사업 초기 직접 구매 대행 형태로 판매했던 당시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를 느끼고 '플랫폼'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했다. 이후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을 운영하면서 느낀 문제의식이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조용민 대표가 머스트잇을 성장시키면서 집중했던 부분은 '명품이라는 아이템에 최적화돼 있을 것',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편리한 환경일 것' 이 두가지였다. 요약하자면 '전문화', '세분화'된 플랫폼이다. 그는 "명품이라는 시장 자체가 특수한 데다 고객들의 성향 역시 특수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전문화된 플랫폼이 있어야 하는데 종합 오픈마켓은 명품에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또 "여성 쇼핑몰의 경우 저렴한 제품을 팔면서도 상품의 이미지나 상세 정보 표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명품 부문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조용민 대표는 현 명품 플랫폼 시장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는 "시장 자체가 너무 과열됐다"고 봤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한 템포 쉬어야 하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머스트잇을 비롯해 발란, 트렌비 업계 톱3 플랫폼이 지난해 연 거래액 3000억원 이상을 달성하며 고공성장한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 반품비, 개인정보 유출, 가품 판매 의혹 등 각종 부작용을 겪은 상황에 대한 언급이었다. 국내 명품 플랫폼 업계가 '속도'에 치중된 경영 방식을 고수한 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스타트업은 성장에 있어 속도와 안정성 이 사이에서 항상 줄다기리를 한다"며 "플레이어들이 속도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구하다보니 이런 문제들이 터진 것 같다. 플랫폼 정책이나 체계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 명품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로벌 명품 플랫폼 시장의 측면에서 볼 때 '한 숨 돌리는 과정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가 올 초까지 급격한 성장을 경험한 이후 또 다른 성장을 이끌 트렌드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를 맞으면서 외출이나 여행으로 소비가 변화한 것도 한몫했다.이렇게 한 템포 쉬어가는 동안 명품 플랫폼 업계는 무엇을 해야 할까. 조용민 대표는 '기술 고도화'라는 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미진했던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안정성, 체계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소비 패턴이나 명품 트렌드 등의 '사이클'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명품 구매가 믿을 만하고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게끔 플랫폼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용민 대표는 여기에 온라인 쇼핑 구매 여정에 있어서도 더 많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업계가 올해 한 차례 홍역을 앓고 난 뒤 빠른 배송이나 A/S, 반품비 등 소비자 경험 개선 관련 정책을 도입하고 있고 '100% 전수 조사' 등을 통해 정품 관련 신뢰도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의 실질적인 구매 여정도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조용민 대표에 따르면 온라인 명품 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이제 막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동시에 고객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져 명품 플랫폼 업계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고도화된 서비스가 시급한 상황이다. 조 대표는 "시장이 커지고 공급자가 늘어나면서 판매되는 명품의 종류도 굉장히 많아졌다"며 "머스트잇 역시 실시간 300만개가 넘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 관점에서 볼 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검색, 쇼핑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품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고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검색 고도화, 추천 서비스 등 정보기술(IT) 고도화를 통해 검색과 쇼핑 편의성을 강화하는 것, 머스트잇은 이런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트잇은 이달부터 VIP 등 고객 등급을 세분화해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 정식 운영에 나서기도 했다. 조용민 대표는 머스트잇이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불편함을 해결하는 선도적인 회사가 되는 것을 향후 목표로 꼽았다. 매출과 거래액 등 수치 상의 성장도 매우 중요하지만 머스트잇이 명품 시장 혹은 산업에서 가치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다. 그는 "지금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불편함과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개선책을 마련했을 때 회사는 성장한다고 확신한다"며 "향후 고객들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고 또 머스트잇, 혹은 이 서비스가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