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성장 속 고민]①양계업자서 총수가 된 김홍국...'나폴레옹 정신' 앞세운 M&A;

발행일 2022-09-15 17:42:52


1978년 전북 익산 황등농장에서 출발한 하림그룹이 현재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하기까지 몇차례 변곡점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2001년 그룹 체제로 새출발을 한 것이다. 창업주 김홍국 당시 하림 대표이사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고 각 계열사에 전문 경영인을 배치해 그룹 경영의 초석을 다졌다. 육계 가공에 치중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바로 이 때부터 다양하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약 20년이 지난 현재 하림그룹은 곡물유통, 사료, 식품, 쇼핑 등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고 있다. 그룹에 소속된 회사는 78곳에 달한다. 전체 매출규모는 3배 넘게 성장했다.

공격적 인수합병
그룹 출범과 함께 김 회장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전략을 펼쳤다. 2001년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새로 시작한 사업만 4개다.

2001년 1월 하림은 700억원을 투자해 사료업체인 제일사료를 인수했고, 같은 해 5월에는 NS홈쇼핑(한국농수산방송)을 출범시켜 유통망 확장에 나섰다. 7월에는 동물약품 업체 한국썸벧(KOREA THUMB VET)을 그룹에 편입시키고, 또 한 달 뒤인 8월에는 사료 생산, 사육과 가공, 유통 등 닭고기의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을 운영하는 올품(옛 하림천하)를 설립했다. 사료 생산부터 유통까지 육계가공 산업 전 분야로 밸류체인을 확장시킨 것이다.

하림그룹 사업 밸류체인.(출처=하림지주.)


2010년대 중반 하림그룹은 또 한차례 중요한 변화를 시도한다. 바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면서다.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사들였다.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는 곡물사업 확장 차원에서 이뤄졌다. 인수 후 김홍국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곡물유통기업 카길을 예시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카길은 곡물회사 안에 선박사업부를 뒀지만, 나는 팬오션이라는 선박회사 안에 곡물사업부를 두는 것"이라며 "반대의 형식이지만 결론은 같다"라고 말했다. 카길은 곡물, 광물 등을 나르는 벌크선을 500~600척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하림의 팬오션 인수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양계업 회사가 과연 대형 해운사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팬오션 인수는 하림에 ‘신의 한 수’가 됐다. 팬오션은 한 때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하림그룹에 인수된 뒤 착실히 실적을 개선해나갔다. 특히 팬데믹과 동시에 글로벌 물류대란이 발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팬오션은 매출액 4조6000억원, 영업이익 5700억원을 기록해 역대급 실적을 냈다.

해운∙물류 중심 재편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하림그룹은 매년 사세를 불렸다. 그룹 출범 2001년 그룹 매출액은 3조9000억원 수준이었으나 거듭된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매출규모가 12조7000억원까지 성장했다. 특히 팬오션 인수로 농업기업으로는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2022년 상반기 하림그룹 매출 비중.(출처=하림지주)


이는 사업비중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올 상반기 기준 하림그룹의 전체 매출액에서 해운∙곡물유통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2.62%에 달한다. 사료 사업의 비중이 19.45%로 그 뒤를 이었고, 양돈사업이 16.11%를 담당했다. 하림의 근간을 이루는 육가공 식품 매출 비중은 13.6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비중만 놓고 보면 하림그룹은 사실상 해운∙곡물유통 업체인 것이다.

하림그룹은 앞으로도 물류 사업을 지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하림은 오랜 기간 서울시와의 마찰로 차질을 빚던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이 물꼬를 텄다. 시범단지로 선정된 지 6년 만이다.

하림그룹은 지하 공간을 활용해 화물차량 동선을 지화하고 지상 공간은 상업∙주거∙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물류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다만 아직 서울시 환경평가, 물류단지계획 심의, 건축 인∙허가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준공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5조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비 마련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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