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체인저]수익화 방안 찾는 긱블, 교육 시장 어떻게 뚫을까

발행일 2022-09-18 10:00:02
스타트업이 '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투자 유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연이어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17년 설립된 긱블(Geekble)도 그중 하나다.

과학·공학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은 지난달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했다. 프리 시리즈A 투자 유치를 포함, 누적 투자 유치액은 8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긱블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독특함'이다. 사명에서도 드러난다. 사명은 괴짜를 뜻하는 긱(Geek)과 '할 수 있다'를 의미하는 에이블(Able)이 합쳐진 말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담았다.

긱블은 유튜브 채널 '긱블' 운영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구독자는 94만명, 누적 조회수는 2억7190만회다. '꽉 찬 퍼즐에 추가로 조각을 넣는 방법', '폭죽으로 바퀴가 굴러갈까?' 등 콘텐츠 제목만 봐도 긱블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긱블 유튜브 페이지. (사진=긱블)


설립 이후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회사 규모는 커져갔다. 다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 또 다른 수익 창출원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긱블이 선택한 신사업은 '놀이 콘텐츠 사업'이다. 신사업을 담당할 인재도 영입했다.

첫 시작으로 '클래스101'에서 스케일업을 이끌었던 조용재 CPO(29)가 지난달 합류했다.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긱블 사옥에서 조 CPO를 만나 긱블의 신사업 내용과 향후 사업 계획을 들었다.

긱블은 지난달 조용재 CPO를 영입했다. (사진=긱블)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 긱블을 소개한다면.

긱블은 흔히 유튜브 채널로 알려져 있다. '유튜브 채널이 잘 돼 회사를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회사를 먼저 생각하고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케이스다. 세상에 과학공학 즐거움을 알리고 싶은데,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떠올리면 이해가 편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TV로 자신들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우리는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긱블의 방향성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 목표는 국내에서 과학공학 관련 최고 브랜드가 되자는 것이다. 

SNS를 보다 보면, 재미는 있는데 큰 도움 안 되는 영상들이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소비된다. 과학공학은 왜 소비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졌다. 수많은 노래, 예능, 먹방 콘텐츠와 경쟁하며 살아남은 게 긱블이다. 

-긱블 합류를 결정한 배경이 궁금하다.

클래스 101, 패스트파이브, 개인 창업까지 경험하며 콘텐츠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업체들의 콘텐츠 수익화 컨설팅도 맡아왔다. 그러던 중 긱블도 만나게 됐다.

컨설턴트는 '새로운 도전, 혁신해라'는 말을 잘 못한다.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눈에 보이는 시장에 진출하는 게 어떠느냐"는 말을 주로 한다. 안정적이고 성공 사례가 존재해 설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가 본 긱블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됐다. 긱블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들어보시겠느냐"고 묻고 지금의 신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긱블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직접 회사에 들어와 이끌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다. 

-긱블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이유가 궁금하다.

콘텐츠 기업들을 컨설팅하면서 느낀 게 있다. 콘텐츠만큼 인풋(투자) 대비 아웃풋(결과물)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이 없다는 점이다. 비용을 늘린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구성원의 매력이 중요했고, 나아가 조직의 매력이 아웃풋을 결정했다. 

긱블의 강점은 조직의 매력에 있다. 일단 과학공학을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들이다. "시장에서 좋아하니까 과학공학을 해야지"가 아닌, "과학공학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강점이 생겼다고 본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점이다. 과학공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 지금의 긱블이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자리 잡는 과정을 버텨냈다는 것 자체다.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고,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놀이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다고 들었다. 구체적 내용을 들어보고 싶다. 

놀이 시장은 긱블의 표현이다. 사실 교육 사업에 가깝다고 이해해 주시면 좋다. 과학공학 관련 교육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과학공학에 흥미를 느낀 분들이 과학공학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긱블 유튜브처럼 재밌는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놀이 콘텐츠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외부에서 봤을 때 교육 사업이지만 우리가 느끼기에 재밌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들께서도 재밌어야 한다. 과학공학 교육 콘텐츠는 '공포 마케팅'이 안된다. 입시와 직결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미, 즐거운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대교' 등과 협업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 내년 1분기에는 시장에 교육 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신사업은 긱블의 본격적인 수익화 행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IR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신사업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일단 전형적인 교육회사가 되더라도 시장에서 자리잡자는 것이다. 교육 기업을 보다 보면, 기업가치 대비 매출 규모가 크다. 한국에서 교육만큼 수익을 보장받는 시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2단계는 모순적이지만, 교육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긱블의 목표는 과학공학 부문 최고 브랜드다. 어떻게 하면 교육 기업으로 한정되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민에 대한 해답은 찾았는지 궁금하다. 

2단계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일단 1단계, 자리 잡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이미 갖춰진 시장에 진출할 때는 2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맨파워다. 창업자 맨파워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기존 기업과 비슷한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출시하는 방법이다. 긱블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작은 시장부터 점점 테스트하며 키워가는 방식이다. 과학공학은 이에 아주 적합한 주제다. 사교육 시장은 10조원 규모다. 고등 교육 시장에 가려져 있지만, 초등 교육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초등 교육 시장은 긱블의 타깃 중 하나다.

초등 교육 시장에서 자리잡은 대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과학공학 콘텐츠에 힘을 주는 건 쉽지 않다. 사교육 특성 상 주요 과목이 아니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잘 만든 과학공학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어필이 된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만약 긱블이 쉽고 재미있는 과학공학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면, 이미 자리잡은 대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긱블 입장에선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다. B2B까지 고려하는 이유다. 

-코딩 교육 사업도 고민한다고 들었다.

과학공학 시장은 크지 않다. 과학공학과 동시에 코딩 교육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코딩 교육도 긱블스럽게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코딩 교육 제공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그들과 타깃이 다르다. 취업 연계, 입시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닌 '기초 코딩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송하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는 말이 자주 쓰인다. 적어도 문송하다는 말이 안 나올 정도의 코딩 교육을 재밌는 콘텐츠로 제공하는 게 긱블 목표다. 내년 하반기 출시 계획 중이다. 

-긱블의 신사업은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로 커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모순적이지만, 에듀테크 기업과 비슷한 사업을 하면서도 에듀테크 기업으로 인식되고 싶진 않다. 일반적인 교육 방식이 아닌 탐구, 즐거운 교육을 선보이고 싶다. 긱블이 교육이 아닌 '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다. 

외부에서 봤을 때 긱블이 하는 게 교육 사업이더라도, 만드는 저희와 소비자가 긱블 서비스는 즐겁다고 판단하면 그건 '놀이,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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