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상용화 트렌드는 ‘탈중앙화 신원증명(D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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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카드를 찍듯, 여권 대신 모바일 신분증을 단말기에 찍고 공항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한다면 어떨까요? 더욱이 내가 모바일 신분증을 직접 관리할 수 있고, 이 신분증을 누구도 위변조할 수 없다면 어떨까요? 꿈의 기술 같지만, 이 기술은 우리에게 한 발짝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 기술은 ‘탈중앙화 신원증명(DID, Decentralized Identity)’이라 불립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SK텔레콤, 아이콘루프, 라온시큐어 등 국내 기업들도 탈중앙화 신원증명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탈중앙화 신원증명이란 사용자 개인 정보를 자신의 단말기에 저장하고, 인증할 때 필요한 정보만 골라 제출할 수 있게끔 해주는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 신원증명 기술입니다. 현재 대다수 기업과 기관들은 중앙 시스템에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탈중앙화 신원증명에서는 개인들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앙화 체제에서는 해킹이 발생하면 개인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될 위험이 있고,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몰래 이용해 이익을 얻는 사례들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탈중앙화 신원증명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가 되고, 정보는 개인들의 단말기에 분산화되어 저장됩니다.

또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인증할 때도 모든 개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 없이, 꼭 필요한 정보만 선택해 제출할 수도 있지요. 그렇기에 탈중앙화 신원증명은 ‘자기 주권 신원증명(Self Sovereign Identity)’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더욱이 탈중앙화 신원증명을 이용하면 매번 로그인하거나 인증할 필요 없이 이전에 인증했던 정보를 불러오기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일일이 신분증을 찍어 올리거나,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줄어들게 됩니다.

최근 탈중앙화 신원증명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어떤 탈중앙화 신원증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MS부터 SKT까지 빅 테크 기업도 뛰어든다

| MS의 아이온(ION,Identity Overlay Network) 로고, 출처 = 깃허브

지난 5월13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온(ION)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아이온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 신원증명 프로젝트입니다. 아이온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현재 코드가 깃허브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탈중앙화 신원증명 협회(DIF, Decentralized Identity Foundation)의 멤버로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개발자 다니엘 부츠너는 아이온 프리뷰 버전 출시와 함께 “블록체인과 같은 탈중앙화 합의 시스템의 발전으로 탈중앙화 신원증명에 대한 가능성이 열렸다”라 말했습니다. 또한 아이온 프리뷰 출시 후 수개월 내 비트코인 메인넷 상에서 아이온 퍼블릭 버전을 출시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탈중앙화 신원증명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12일, SKT, KT, LG유플러스 통신3사와 삼성전자, 코스콤,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4개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 증명 서비스 공동 사업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번 협약을 맺은 7개사는 탈중앙화 신원증명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자기 주권 신원 지갑(Self-Sovereign Identity)’을 출시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또한 올해 말까지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 증명 서비스를 대학 졸업 및 성적 증명서와 코스콤의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 말했습니다. 더불어 탈중앙화 신원증명을 기업 채용시스템 및 모바일 사원 출입증, 금융 비대면 사용자 인증 서비스, 영화관과 놀이공원 할인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활용 예시를 들기도 했습니다.

이 기업 중, SKT는 최근 적극적인 블록체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7월22일 SKT는  ‘비들 아시아 2019’에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스톤(STON)’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스톤은 하이퍼레저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별도의 암호화폐는 발행하지 않습니다. SKT는 스톤 프로젝트에는 탈중앙화 신원증명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신원증명 시 개인의 휴대폰 번호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혁신금융서비스에서 공공사업 활용까지

| 아이콘루프의 ‘디패스’, 출처 = 보도자료

지난 6월26일 블록체인 개발사 아이콘루프의 블록체인 탈중앙화 신원증명 서비스 ‘마이 아이디’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마이아이디를 이용하면 비대면 계좌를 최초로 개설을 할 때 한번만 사용자의 단말기에 개인정보를 저장하면, 이후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저장된 정보를 불러올 수 있기에 인증 과정에 걸리는 시간과 불편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증권사, 보험사, 은행 등 18개 기업이 마이아이디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7월23일, 아이콘루프는 ‘디패스(DPASS)’ iOS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디패스는 탈중앙화 여권(Decentralized Passport)의 약자로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저장해 여러 번 개인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는 탈중앙화 신원증명 서비스입니다. 아이콘루프는 추후 디패스를 블록체인 증명서 발급 서비스 ‘브루프(broof)’와 연계해 각종 증명서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메타디움은 블록체인 기술사 코인플러그의 자회사로, 블록체인 디지털 신원 플랫폼 구축하고 있습니다. 3월27일, 코인플러그는 SKT와 메타디움을 활용해 함께 탈중앙화 신원증명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5월22일에는 서울교통공사, 공유숙박 기업 위홈과 협약을 맺고 관광 서비스 ‘서울메트로 스테이’ 구축에 메타디움의 기술을 활용한다 밝혔습니다. 최근 블록체인 규제특구로 선정된 부산광역시의 ‘블록체인 기반 공공안전 영상제보 서비스’에는 메타디움 ‘키핀(Keepin)’을 활용해 제보자의 익명성을 보장할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생체인증에 강점을 가진 기업 ‘라온시큐어’는 FIDO 생체인증과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옴니원(OmniOne)’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라온시큐어는 ‘2019년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 병무청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 없는 민원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라온시큐어는 탈중앙화 신원증명을 이용해 병무청 민원 포털 서비스의 전자서명 및 부인방지에 적용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탈중앙화 신원증명 국내 표준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6월26일 한국FIDO산업포럼과 한국전자서명포럼는 블록체인 인증기술(DID)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탈중앙화 신원증명에 대한 표준이 없어 아직 활용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라며 탈중앙화 신원증명 서비스에 대한 국내 표준 정립이 필요하다 주장했습니다. 또한 표준을 세우기 위해 ‘탈중앙화 신원증명 얼라이언스’를 만들어야 하며, 이미 해외에는 이러한 연합이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한 의장은 올해 말 전후에 한국에서 탈중앙화 신원증명 연합을 출범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습니다.현재 아이콘루프의 디패스는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의 탈중앙화 신원증명 표준을 따르고 있고, 메타디움은 W3C에 새로운 탈중앙화 신원증명 방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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