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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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엽면옥 (제2회 테이스티 문학 공모전 우수작)작가: 테이스티 문학 | 장르: 추리/스릴러, 역사일제강점기 경성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 배후에는 냉면이?평양 냉면을 전문으로 파는 ‘류엽면옥’에 순사들이 들이닥친다. 일제 경찰에 협력하던 조선인 남작이 요정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간밤에 그가 ‘류엽면옥’에서 냉면을 배달시켜 먹은 것을 근거로 배달부인 류엽이 체포당한다. 류엽은 남작이 죽은 줄도 몰랐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경찰은 그를 회유하여 독립군 밀정을 잡아들이려 하는데. 지금이야 휴대폰 어플로 너무 쉽게 음식을 집까지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경성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평양 냉면에 얽힌 살인사건을 절묘하게 엮은 「류엽면옥」을 보면 배달음식의 역사란 생각보다 훨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새삼 깨닫게 된다.(찾아보니 18세기 조선에도 냉면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사건의 트릭을 알아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중머리나 발대꾼 등 평양 냉면의 일꾼과 역사가 상세히 녹아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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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고딕체 가든 미용실작가: 김N | 장르: SF, 추리/스릴러공기난민의 실종과 살해, 그 이면의 진실.생명을 위협하는 괴미세먼지의 발발로 정부는 전기로 공기를 정화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거주지구와 공기를 정화한 후 배출된 오염물질로 가득한 배출지구로 지역을 나눈다. 거주지구의 낡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장물아비 허 실장에게 산소를 받아 배출지구로 밀반입하던 이윤. 그는 배출지구의 거래소 구 씨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식을 듣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구 씨의 생전 발자취를 뒤쫓는다. 대기오염을 소재로 한 「빨간고딕체 가든 미용실」은 연쇄살인범을 뒤쫓던 화자가 정부가 은폐한 진실에 도달하는 SF 단편이다. 배출지구의 연쇄살인과 실종 사건을 조사하며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반전이 있는 충격적인 결말로 나아간다. 바야흐로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지금 읽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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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라는 거짓말작가: SYNA시나 | 장르: 추리/스릴러, 로맨스이게 논리적인가 말이 되나 고민하면서 계속 읽게 되는 마성의 추리극추리물의 영역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능력물이나 판타지를 베이스로 한 경우 아무래도 이미 치트키를 쓰고 시작하는 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논리적인 구조의 얼개를 다른 요인으로 쉽게 연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재분이 많이 쌓이지 않은 『탐정이라는 거짓말』에서, 주인공은 상대방이 말을 하는 순간 거짓인지 아닌지 간파하는 능력을 가진 캐릭터다. 그녀는 우연히 탐정과 얽히면서 그의 조수(거짓말 탐지기)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거짓말을 간파하는 능력까지는 어떻게 합리적인 수준으로(주인공이 사실 몹시 빠른 두뇌와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로, 각종 거짓말을 신호들을 캐치하여 그것을 순간적으로 조합하여 무의식중에 판단을 내린다든가…… 음.) 설명해 볼 수 있다고 해도, 탐정이 풀려는 문제가 “추리를 완성시키면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건이라는 지점에 이르면 어쨌든 현실에서 한 발 두둥실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서윤 탐정과 서윤 조수는(이 둘은 서로에게 자신의 이름을 서윤이라고 밝히는데, 이는 실은 쌍방 거짓말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를 통해 펼쳐 보이는데, 냉소적인 주인공이 홀딱 넘어가서 (겉으로는 부정하면서도) 탐정의 업무를 졸졸 따라다니게 될 정도로 탐정의 말발이 보통이 아니다. 피해자의 존재가 지워지고 가해자가 미리 밝혀지는 기묘한 사건, 거기다 그 사건을 캐내는 방식이 모두 탐정의 소양(이라는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감각)으로 설명되는데 그럼에도 이 추리의 향방을 지켜보고 싶다. 지금 저 말이 논리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듣고 싶어. 이게 도대체 무슨 기분일까? 궁금하다면 함께 동참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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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작가: 너울 | 장르: SF산다는 것의 지루함에 대하여지구를 영원히 떠나기로 결심한 엘리트들이 탑승한 채 아주 느린 속도로 우주를 유영하는 초거대 우주선 별누리. 지구를 떠나기 전 기대 수명을 연장하는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가 구성원을 알고 있고 각자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었기에, 지난 200년 동안 별누리의 세계는 무척 안전한 공동체로서 공고하게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2년 전부터 비슷한 시간을 주기로 특정 사람들의 기억이 완전히 소멸되는 기이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별누리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진다. 기억과 지식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살인’ 행위와 다름없다며 연쇄 살인 사건으로 여겨지고, 우주선 유일의 치안관인 ‘곽현우’는 사건의 내막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클리셰」는 초엘리트 집단이 탑승한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수사하는 치안관을 중심으로, 더욱 내밀하게는 ‘클리셰’라는 개념을 둘러싼 주제 의식을 펼쳐 나가는 이야기다. 초반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으로 시작되지만, 정신과 기억이 소거되는 사건을 쫓는다는 점에서 사건의 전개 양상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별누리라는 우주선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가운데, 작품 제목 그 자체이기도 한 메시지가 ‘활자’를 매개로 익숙하게 변주되며 다채롭게 펼쳐지는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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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작가: 리튼라이프 | 장르: 호러, 일반원하는 대로 가지려면, 원하는 만큼 잃어야 한다중견 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남자가 어느 날, 동료와 저녁 약속을 하고 돌아오던 중 재개발 지역에 임시로 생긴 골동품 가게를 구경하러 들른다. 그런데 한문으로 글귀가 새겨진 주먹만 한 수석 하나가 가게를 구경하던 그의 눈길을 끈다.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가게 주인의 부추김과 수석이 왠지 직접 말을 걸어 오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남자는 충동적으로 값을 치르고 물건을 집으로 가져오고, 그 이후로 집안 분위기는 기묘하게 변한다. 수상한 돌로 인해 한 가정에 벌어지는 불화를 그린 「소원」은 날로 무더워지는 여름밤에 읽기 좋은 으스스한 단편이다.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골동품 가게와, 그곳에서 기어코 기원을 알 수 없는 물건을 가져와 비극이 탄생한다는 익숙한 흐름의 이야기이지만, 상당한 몰입감으로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