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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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흐작가: 장아미 | 장르: 판타지, 로맨스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슬픈 첫사랑의 언어화성에서 태어나 지구로 유학 온 나는, 태양계에서 300만 광년은 떨어진 메리흐 크롬르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 로흐와 룸메이트가 된다. 고상하며 담백한 지성체라고는 해도 머리카락이 나지 않고 기분에 따라 색이 바뀌는 투명한 피부를 지닌 외계인. 우정은 나눌 수 있어도 사랑을 나누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작가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영혼을 울리는 만남을 그려냄으로써, 종족을 초월한 둘의 사랑에 엄청난 설득력을 부여한다. 특히 로흐가 자신의 모성 메리흐 크롬르의 말로 부르는 ‘구애의 노래’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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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신이 내리는 계절작가: 목영 | 장르: 판타지자연재해와 반역자 색출을 뒤로하고 귀향길에 오르다.개국공신 북방가문의 후계자이자 이례적으로 10대를 기사로 보낸 ‘이벨린 에레드’의 삶과 성장을 다룬 여성 주인공 판타지 『잊힌 신이 내리는 계절』은 여름제례 이후 겨울제례를 맞이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벨린은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빌리려는 총리와 섭정의 제안을 거절하고, 특정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벨린과 과거를 숨긴 유디트의 애틋한 로맨스는 더 깊어진다. 한편 이벨린을 제외한 에레드 가문이 몰살당한 사건의 전말과 알렌과 만나게 된 제바이와 리안의 과거가 드러난다. 여름제례 이후 심한 가뭄이 찾아오고 반역자가 된 구 공화파를 단속하며 금서를 검열하는 가운데, 이벨린은 가까운 이가 구 공화파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영주의 후계자로서 책임감이 막중한 이벨린은 구 공화파로 몰려 신변의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어 겨울제례를 맞이해 친구들과 귀향길에 오른다. 탄탄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성장의 서사는 흡인력이 넘칠뿐 아니라 절로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는 가운데 고민하고 행동하며 세상을 바꿔나갈 이들의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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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배작가: fool | 장르: 판타지, SF50억 년, 지구의 삶을 탐사하는 시간여행자들우주선 신평43호가 미래의 지구를 탐사하기 위해 여덟 명의 승무원을 싣고 떠난다. 시간 도약 이론에 따라, 오직 미래로만 이동이 가능한 시간 여행을 통해 1억 년마다 지구로 귀환하여 바뀐 지구를 탐사하는 임무였다. 1억 년마다 찾아오는 지구는 매번 다른 모습을 띠고 그들을 맞이한다. 지난 11월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된 「시간의 배」는 38매 분량의 엽편에 가까운 작품임에도 50억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 속에 자리한 지구와 지구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억 년마다 찾아오는 지구의 모습은 매번 놀랍게 변화되어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억 년 후의 미래로 함께 떠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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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꼬리작가: 진산 | 장르: 무협무림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마주한 이들의 감동적인 여정서로의 끝을 예감하듯 쓰러져 있던 여성 무사와 새끼 고양이의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된 감동적인 무림일화를 다룬 「고양이 꼬리」를 다시 보는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이 작품은 오직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던 자들의 치열한 분투를 다루면서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도우며 나아가는지를 덤덤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비춘다. 작중에서 비중 있게 묘사되는 은묘아미자 같은 무기들이 활용되는 방식은 다시 보아도 감탄스럽고, 세심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인물들이 변화하는 면면과 마지막 장면은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쾌활하고 역동적이며 감동적인 반려동물 무협 소설 시리즈를 계속해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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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사탕작가: 김노랑 | 장르: 일반, 판타지소금 사탕에 담긴 짜고 달달한 인생의 맛지난 추천작이자 제3회 테이스티 문학상 당선작이었던 미스터리 판타지 「소금 사탕」은 생계를 위해 취직한 허름한 회사에서 개인사와 연결된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환상적이고 긴장감 있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시기적 배경이 주는 설레면서도 고독한 분위기, 작중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소금 사탕의 짜고 달달한 맛 등 대비되는 이미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탄생하는 쓸쓸하고 아련한 정조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엔딩이 주는 깊은 여운도 만끽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