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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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이 되는 가장 완벽한 방법작가: 한샘 | 장르: 추리/스릴러성적 만능주의 시대의 슬픈 표상을 그려낸 스릴러‘공부를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1등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 슬픈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게 1등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가장 간단하고도 쉬운 비법을 털어놓아 보자면 그것은 전교생이 1명뿐인 학교로 전학 가는 것…….(큼큼.) 과거에도 만년 전교 2등의 전교 1등에 관한 질시를 그린 작품은 많았다. 옥상에서 1등이 2등을 밀었다든가 하는 콩콩콩 귀신 괴담 류의 이야기를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한샘 작가의 「전교 1등이 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예전에 들었던 바로 그 전형적인, 절대적인 1인자와 도저히 1인자를 극복하지 못하는 괴로운 2인자의 구도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교 1등이 되기 위한 방법이라며 등장하는 의외의 발상에 정신이 쏠린 사이에 훅 하고 다가오는 결말은 시종일관 가볍게 떠돌던 유쾌한 학원물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반전시킨다. 상대평가의 경쟁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수험생들이여, 어쨌거나 1등이 될 방법을 인터넷에 쳐 볼 그 시간에 차라리 교과서를 한 번 더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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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전쟁작가: 가두리 | 장르: 기타왜 교복바지를 입으면 안 되나요?부산에서 전학온 혜진은, 반 아이들과 금세 친해지며 새 학교에 적응해 간다. 하지만 학급회의 때 바지 교복을 입을 수 있게 해달라는 혜진의 건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반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의 생각과 달리 학교에 풍파를 일으키는데… 2018년 8월 편집장의 시선에 올라왔던 작품으로 추천작으로 올린다. 불합리와 정면으로 부딪고자 하는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이 없더라도 마음이 조여온다. 단순한 건의에서 시작해서, 1인 시위 급기야 아이들간의 음모와 획책에 이르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아이들의 한바탕 소동을 통해 어른 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과정은 놀랍도록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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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 마네킹작가: 황미진 | 장르: SF, 일반생체 마네킹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만은 아닙니다유명한 브랜드 매장의 세 번째 마네킹인 삼호 씨는 근면 성실하고 예의 바른 민정 씨에게 호감을 느끼고 3년 차임에도 비정규직인 그녀의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한편 노숙자 이상호는 실업 및 주거 대책 방안으로 비밀리에 시행된 위험천만하고 비인도적인 임상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데… 생체 마네킹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라고 안심하고 보면 큰코다치는 「삼호 마네킹」은 화려한 쇼윈도 이면에 도사린 사회 문제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감동적이지만 섬뜩한 부분도 있는 짧고 담담한 SF 로맨스를 찾는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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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밍들의 세계 – 上작가: 김유정 | 장르: 판타지, SF이토록 가슴먹먹한 표의와 표음의 세계「영혼의 물고기」, 「고래뼈 요람 」, 「진저와 시나몬」 등으로 찬란한 환상 세계를 펼쳐 보였던 김유정 작가의 SF 단편 「나와 밍들의 세계」를 다시 보는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이 소설의 시작은 자못 아프다. ‘나’는 길에서 살아가던 고양이로, 짓궂은 아이들의 장난과도 같은 학대로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 스스로 소멸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찰나, 나는 연달아 어떤 감각을 느낀다. 그 감각의 끝에 보이는 것은 낯선 인간 여자와 몸에 연결된 기계장치였다. 인간과 고양이라 할지라도 매끄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기계장치의 성능에 힘입어, 나는 여자를 되는대로 ‘밍’이라 부르기로 한다.(왜냐면 그 이상으로 여자의 이름을 알아들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는 고양이의 주체적 호칭을 존중하며 그대로 ‘나’라고 불러준다. 그러니 어쩌면 여자가 ‘나’를 부르는 것은 스스로를 포함해 고양이의 존재를 동시에 호출하는 의미일 수 있다. 이처럼 표의와 표음의 기호로 만들어진 세계는 더없이 공고하다. 여자는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데려왔고 고양이는 여자가 홀로 우는 모습을 본 뒤 어쩐지 조금이라도 더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한끗 차이로 무너질 수 있는 벼랑 끝 삶이라지만 누구보다 생의 의지로 충만한 이들의 연대는 언제고 눈물겨운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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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가 온다작가: 배지훈 | 장르: 판타지, 호러종말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면강원도의 작은 마을에 있는 한 교회에서 벌어진 인질극 현장. 인질의 수만 서른여 명이 넘는 데다 경찰과 취재진이 떼로 몰려든 가운데, 현장에 파견된 방송국 기자 삼영은 혼란 속에서도 사건에 집중하려 애쓴다. 그러나 결국 그가 목도하게 되는 것은 누구도 예측 못 할 초자연적인 광경이었다. 인질극이란 범죄를 둘러싼 현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일라이가 온다」는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 미지의 공포와 그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무력감을 선명하게 그려 냈다. 긴박감 넘치는 결말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