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믈리에 시험’ 기습시위, 왜 했나요?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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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2일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작년에 이어 제2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열었습니다. ‘치킨 감별사’를 뽑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큰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올해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온라인 모의고사에 응시한 사람만 무려 57만8천명에 달했습니다. 대학 수능시험을 방불케 하는 숫자입니다.

누구나 먹는 대중적인 음식인 ‘치킨’이니 사람들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죠. 그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치믈리에가 민간 자격증으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행사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행사가 시작된 직후 10명 가량의 동물권 운동가들이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요’, ‘30년 사는데 30일만에 죽어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 기습 시위를 벌인 탓입니다. 이들은 10여분 동안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다 경호원에 의해 끌려 나갔습니다.

“30년 사는데 30일 만에 죽어요”,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요”

기습시위 참가자인 동물권 운동가 ㄱ씨(익명)는 “법적 대응을 예상하고 한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그는 “육식을 하는 사람에게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닭의 죽음은 재밋거리가 아니다”

시위 영상이 공개되자 동물권 운동가들을 비판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치킨을 먹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육식을 행하는 사람들을 악한 존재로 여기는 듯한 모습은,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죠. ㄱ씨는 “닭을 먹지 말자는 이슈로 치믈리에 자격시험에 간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행사장에 난입한 이들의 기습시위를 다룬 기사가 여럿 나왔습니다. ‘닭을 먹지 말자는 사람들’이 치믈리에 행사에 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ㄱ씨는 자신들이 전달하려던 메시지는 닭의 죽음을 재미로 소비하는 행사인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닭을 먹을 수 있는 경로는 정말 많다”면서 “치믈리에 행사장에 온 것은 닭이 죽어서 올라오게 되는 과정이 있는데 죽음의 과정을 생략한 채 재밋거리로 보여주는 것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재밌는 시험장이다, 어떻게 이렇게 재밌을 수 있냐’고 한다. 닭이 살아오고 죽어가는 과정이 잊힌 채 재밌는 행사로만 이어지고 있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서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죽어 치킨이 된다’라는 내용도 있다면 이런 액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치킨 먹는 게 뭐 어때서요?”

하지만 ‘치맥’은 우리 안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문화입니다. 치킨을 ‘닭’이라는 생명체로 치환하는 것은 낯설고, 어쩐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닭이 자라고 죽어 식탁에 오르는 과정까지 알고 치킨을 먹어야 한다니. 참가자도 아닌데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1인1닭’을 외치던 평소 모습이 떠올라 머쓱하기도 하고요. 과도하게 채식주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건 아닐까요?

시위 참가자에게서 받은 사진.

ㄱ씨는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닭의 수명은 10년 정도지만, 빨리 식탁에 올리기 위해 유전자재조합식품이나 성장촉진제 등을 먹여 병아리를 빨리 키워냅니다. 빽빽한 공간에서 닭을 키워내기 때문에 비위생적이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한 번 발생하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먹는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닭이 집단폐사할 때마다 보도되는 내용이기도 하죠.

ㄱ씨는 “그 과정을 생략한 건 소비자 입장에서도 진실을 가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무대로 난입한 이유는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식탁에 올라오는 치킨을 재미로 소비하는 행사를 비판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주장입니다.

“폭력적이었다”vs”무력 행사 안 했다”

배민 관계자는 “서로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의 생각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표출하는 방식이 과격하고 폭력적인 방법밖에 없었는지 아쉽고 참여자에게 죄책감과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는 공감하지만, 오랜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을 기울여 준비한 행사에 정당성과 합법성이 결여된, 폭력 시위를 벌이는 것이 합당하냐는 겁니다. 마이크를 잡고 있던 10분 동안 고함을 친 것도 참가자들에게는 정신적인 피해를 줄 수 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가 꽤 많았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은 특히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의도야 어떻든 주최사 입장에서는 명백히 피해를 입은 게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ㄱ씨는 “무력을 행사한 게 아니고 빼앗거나 부순 것도 아니다. 과정이 폭력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경호원들이 무대에서 이들을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 모두 고소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액션을 취한 이유는 우리 각자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이 치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법이라는 건 계속 바뀌고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불법이라도 자신의 가치가 맞다고 생각하고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생각하면 싸워 나간 역사가 있다.”

ㄱ씨는 “법적 대응 절차 자체가 기업 대표가 개인에게 댓글을 달아 색출하는 방식으로 폭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색출 당할 바에 우리가 했다고 밝히고자 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25일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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