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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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인자 恐怖因子작가: 공포문학 단편선 | 장르: 호러죽음에의 공포로부터 발현된 전염병, 포비아어릴 때 강물에 빠진 적이 있는 ‘홉스’는 가벼운 감기 증상 이후 ‘물에 대한 공포증’을 앓게 되고, 호흡기로 전염되는 탓에 홉스의 여자친구마저 ‘거미 공포증’이 발병하게 된다. 감기에 의한 사망률보다 훨씬 낮은 사망률로 인해 질병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강력 범죄가 급증하자,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홉스 증후군’이라 명명하고 병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시작한다. 한국도 이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정우의 가족 또한 각종 공포증으로부터 고통받는데……. 고소 공포증, 선단 공포증, 고독 공포증 등 특정한 대상에 대해 지나친 공포를 느끼는 ‘공포증’을 소재로 한 「공포 인자」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전개가 흡인력 넘치고, 공포를 느끼는 심리적 상황의 묘사가 생생한 작품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인간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유전인자에 각인된 공포라는 감정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질병인 포비아의 치료법을 직접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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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잡고 공주 구하는 것 같은 이야기작가: 김휘빈 | 장르: 판타지오, 이토록 시니컬한, 공주를 구하는 용사 이야기라니“옛날 옛적에 조그맣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는데…….” 하는 옛날이야기에서 아름다운 공주님을 용이 잡아가서 용사가 구출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그 모든 것을 비틀어 버린 이야기가 있다. 첫 문장을 빼면 시종일관 냉소적인 시각으로 전개되는 이 용사 이야기의 줄거리는 몹시 단순하다. 용이 공주를 납치했다.(왜? 신분 높은 여자의 살은 평민의 그것보다 더 맛있기라도 한가? 하는 질문은 잠시 뒤로 넣어 두자. 이 당연한 명제의 비밀은 이야기의 중반만 지나도 유쾌하게 밝혀지니까.) 어쨌거나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공주의 아비인 왕은 ‘막대한 상금’과 ‘공주와의 결혼’을 조건으로 걸어, 공주를 구해 달라 요청한다. 길 가다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이토록 평범하고 이토록 무난한 줄거리라니! 하지만 작가는 이런 평범한 동화를 결코 범상치 않은 해설로 버무린다. 상식도 절제도 없는 비도덕적인 인물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이토록 사랑스럽고, 이토록 유쾌하고, 이토록 활기차며, 더없이 시니컬한 모험담을 만나 보자. 작가가 날리는 매력적인 냉소는 이야기의 결말까지 단숨에 이어진다. 어쨌거나 이 이야기는 용 잡고 공주 구하는 ‘것 같은’ 이야기이므로, 그것은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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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가출사건의 전말작가: 마음의풍경 | 장르: 판타지고양이 탐정의 발칙한 미스터리전문 직업인으로서 활동하는 ‘고양이 탐정’이라고 들어보셨는지? 큰 규모를 갖춰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손에 꼽는다고 하지만, 소위 ‘집사’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난 고양이 탐정들도 더러 있다. 「모모 가출 사건의 전말」은 바로 이 고양이 탐정을 소재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아이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룬다. ‘모모’와 ‘토토’라는 이름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는 민서네. 어느 날 현관문이 잠깐 열린 틈을 타 모모가 재빠르게 집을 뛰쳐나간다. 모모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민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엄마는 결심한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한 남자가 연락 받은 고양이 탐정이라며 민서네 집을 찾아오는데…. 성공 확률이 90%가 넘는다는 소문난 명탐정, 민서의 상상처럼 ‘고양이 탐지기’ 같은 게 있어서 그토록 잘 찾아낼 수 있는 걸까? 대체 고양이 탐정들의 활동에는 어떤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인지, 몹시 사랑스럽고도 발칙한 결말을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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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장도작가: 마녀왕 | 장르: 역사칼을 쥐어야 할 자들에게 어린 한의형제와 같은 사람에게서 일감을 받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대장장이의 앞에 한 선비가 나타나 수일 전 주문한 은장도와 환도를 찾으러 왔다고 이야기한다. 미심쩍어 보이는 선비에게 대장장이가 넌지시 은장도의 사용처를 물어보자, 괴한에게 납치당하여 열다섯의 어린 나이로 목숨을 잃은 딸을 위한 거라고 한다. 소중한 딸을 잃어버린 심정을 토해 내는 선비에게 대장장이는 자신의 사연도 털어놓는다. 왜란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은장도」는 복수와 생존이란 목적밖에 남지 않은 두 남자의 처절한 이야기를 담아 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일찍 밝혀지기에 추리적인 긴장감이 있는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시종 진중하고 차분히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점차 드러나는 캐릭터의 한과 비애감을 통해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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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작가: th쓰 | 장르: 판타지위험한 마녀의 평원에서 조우한 정체불명의 일행마물과 사령, 그리고 용이 사는 위험한 ‘마녀의 평원’에서 오랫동안 평원의 질서를 지키며 홀로 살아온 ‘레오스’는 길잡이도 마법사도 없이 평원을 헤매는 한 일행과 마주친다. 마물 사냥꾼이나 범죄자 일당도 아닌 이들은 모종의 일로 부득이하게 마녀의 평원을 지나고 있었고, 레오스는 변화무쌍한 평원에 대해 무지한 일행에게 평원 바깥으로 안내해주는 대신 금화를 보수로 요구한다. 일행의 길잡이가 된 레오스와 일행은 흉포한 비룡 ‘세마’를 피해 마녀의 숲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마는데……. 사교성이 좋고 호기심이 많은 여성 검사 용병 ‘아그나’, 신성력에 의지하여 간신히 버티는 허약한 체질의 신관 용병 ‘그라프’, 할버드를 든 과묵하지만 진중한 기사 ‘케틀린’, 젊고 잘생긴 지방의 방계 귀족 ‘이슈트반’으로 구성된 일행과 평원의 안내자이자 멸족한 종족의 후예인 레오스가 만나는 모험 판타지 『광야에서』는 익숙하지만 흥미로운 배경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사건이 적절한 시점에 발생해 긴장감을 유지하며 흡인력 있게 읽을 수 있고, 미스터리한 일행의 정체는 이후의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