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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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탕작가: HY | 장르: 호러하나의 몸에 두 얼굴이 공존하는 기괴한 학원 공포물같은 반 친구의 뒷머리에서 솟아난 사람의 얼굴이 말을 건네는 기이한 상황으로 시작하는 「신의 사탕」은 점진적으로 신체를 잠식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 학원 공포물이다. 따돌림에 대한 도덕적 갈등을 내포한 이야기는 놀라운 흡인력으로 결말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발랄하고 기괴한 분위기 가운데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 흐르지만, 설득력이 있어 아쉬움보다 만족감이 더 큰 작품이다. 본 작품은 2017년 3/4분기 작가 출판 지원 선정작으로, 출간 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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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 일주일 전작가: 해차반 | 장르: 판타지, 로맨스죽음의 한 꺼풀 뒤에,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간다‘순정 소설’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으나 미처 이루지 못한 남녀가 죽음을 목전에 둔 채 어울린 일주일을 그리고 있지만, 이 글을 로맨스로만 읽기에는 다소 아쉽다. 한 사람 한 사람 작가가 애정을 기울인 것이 느껴지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모두가 가슴에 와 닿는 탓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그것이 언제라도 때 이르게만 느껴지겠지만, 결국 이별 뒤에도 남은 이들은 힘차게 살아가야만 한다. 여러 조연급 캐릭터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다정하고 상냥한 시선은 모든 남은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처럼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작품의 리뷰 중에, 눈처럼 꽃잎이 쏟아지는 벚나무 아래에서 두 주인공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하나의 컷처럼 남았다는 글귀가 있었는데, 편집자 역시 유난히 그 장면이 선연하게 잔상처럼 남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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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Flower작가: 류호성 | 장르: 로맨스, 기타, 일반부서진 상태로 남은 삶의 모양을 그리다드라마 ‘One day at a time’의 싱글맘이 전역 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Broken Flower」의 이름 없는 두 주인공이 떠올랐다. 전쟁이 끝난 후 수년 만에 상상할 수 없던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의 황폐한 이야기가. 드라마 속 인물 역시 전시 후유증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뒤늦게 깨닫고 고통스럽지만 천천히 삶의 모습을 받아들여나가는데, 이 소설은 아시다시피 더욱 깊고 독하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옛 전우를 만나게 된 그 순간부터, 작중 설정만으로도 떠올릴 수 있는 예상된 서사를 과감히 회피하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누구도 함부로 구원을 갈망하거나 시도하지 않으며, 부서진 상태로 남은 삶의 모양을 그저 담담히 그려낼 뿐이다. 지난 추천평에서처럼 다시 한 번 스티븐 킹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보자면, ‘인생은 도랑에 처박혀 있는 녹슨 휠캡과도 같고 그런 인생은 멈출 줄 모르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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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침묵작가: 해도연 | 장르: SF우주를 가로지르는 신호에 담긴 메시지는?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이 생전 마지막으로 했던 인터뷰에서 “중력파 측정은 시공간이나 중력의 작동에 대한 이해를 넓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는 단신을 보고 나니, 지난 추천작이었던 「위대한 침묵」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인류가 태양계로 진출한 미래, 중력파 통신으로 수신한 신호의 의미와 거대 에너지 기업 내부의 불온한 움직임은 무엇일까? 주인공 미후와 함께 그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진실을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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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이들작가: 문낭호 | 장르: 판타지낯설지만 경이로운 세계관, 진중한 전쟁사를 읽다.제국의 젊은 승상 네르구이(이름이 없다는 뜻)는 대 칸(황제)의 병환이 위중하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듣고, 제국의 네 황자들을 찾아간다. 모든 변경백과 의족들이 모이는 ‘대 쿠릴타이’가 열리고, 황자들의 경쟁인 옥패수탐이 시작될 것을 예고하기 위해서다. 얼마지 않아 소식을 듣고 동서남북 각기의 개성과 야망을 가진 이들이 차례차례 모여든다. 모두의 관심 아래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 믿었던 옥패수탐은 예상 밖의 난관에 봉착하고, 제국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길로 나아간다. 지난 8월, 편집장의 시선을 통해 소개되었던 『하늘의 아이들』은 저자의 성실하고 꾸준한 연재 덕에 벌써 155회, 근 5000매에 육박하는 대하 장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지만 정통 판타지 소설 팬에게도 다소 낯선 용어 설정은 초기 진입에 다소 어려움을 주나, 흐름에 적응만 한다면 저자가 그려낸 놀라운 세계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저자가 묵직하게 그려내는 군단간의 전투 묘사는 강렬하며, 지략 대결도 흥미로운데다, 옥패수탐의 과정에서 선보이는 각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 또한 눈여겨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