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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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치기 좋은 날작가: 탱탱 | 장르: 로맨스B급 감성 충만! 아스트랄한 괴작 로맨스이 텍스트는 다분히 취향을 탈 추천작이 될 듯하다. 처음에는 글이 읽히지 않는, 도통 글의 맥락이 잡히지 않는 분들도 분명 있을 듯하다. 읽다 보면 허어? 하아? 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는 이 괴작을 도대체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숨 쉴 틈 없이 과속직진하는 이 글에는 숨길 수 없는 어떤 매력이 있다. 작품의 가치를 꼭 감동이나 대단한 주제 의식에 두지 않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어이없는 실소나 피식 새어나온 가벼운 미소라도 분명 감정이 흔들렸다면 그것으로도 어떤 작품의 존재 이유로서 이미 충분한 것 아닐까. 난무하는 -의 흔적에 어지럼증이 일다가도 어느샌가 4차원 감수성의 세계 속에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니, 부디 마음의 장벽을 모두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도입부를 지켜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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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덕어멈 수난기작가: 전혜진 | 장르: 호러지금 이 사회를 겨누는 이야기올해로 마흔 셋의 ‘배인덕’은 젊을 적 아버지 인맥으로 운 좋게 취업한 뒤, 경기도 군소 지역의 작은 사업소에서 22년째 근속 중이다. 요즘 세대는 취업난으로 죽을 노릇이라지만 인덕은 도무지 걱정이랄 게 없었다. 터줏대감 노릇하며 아래로는 신입들을 깔고 앉아 빈둥거리고, 상사인 계장에게는 적당한 협조와 회유를 반복하며 만사태평한 조직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바닥 생리가 다 그렇듯이 순리대로 살고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근 3년 전, 서울에서 웬 ‘미친년’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뺑덕어멈 수난기」는 읽는 것이 고통스러울 만큼 위계에 의한 각종 폭력이 거침없는 문장으로 난입해 들어온다. 모든 조직 간의 네트워크가 인맥으로 연결된 폐쇄적인 특수성 속에서, 업무 수완이 뛰어난 외지인 여직원의 존재를 어떻게 해체시켜 나가는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는다. 피해자는 내내 ‘미친년’으로 호칭되다가 끝에 가서야 이름이 드러나고, 발화 장면 또한 극히 드물다. 그리고 마치 이것이 삶의 모습임을 적시하듯, 이야기는 독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계속해 배반한다. 따라서 철저히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현대판 ‘뺑덕어멈’에 대한 완결성 있는 복수담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한 직장 내 괴롭힘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 즉 지금 이 사회의 시계를 긴밀하게 겨누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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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가하교자문위원 선홍지의 청춘개론작가: dcdcssss | 장르: 추리/스릴러누구나 꿈꾸는 탈출 욕구를 유쾌하게 풀어낸 학원 추리고등학교 2학년 오손은 좋아하는 배우가 참석하는 관객 이벤트에 가고 싶었지만 걸림돌인 야자 때문에 하지만 고민에 빠진다. 까탈스러운 담임 교사가 하루만 조퇴시켜 달라는 오손의 간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리자, 사정을 들은 친구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 있는 장소가 그려진 약도를 건넨다. 그렇게 해서 오손이 만난 사람이 비인가하교자문위원이라는 이름하에 교칙을 크게 어기지 않는 선에서 땡땡이를 알선하는 소녀 선홍지였다. 홍지는 저돌적인 태세로 오손의 혼을 빼놓으며 학교 탈출 계획을 짜는데……. 이 작품 속의 비인가하교자문위원, 말하자면 수월하게 수업을 쨀 수 있도록 도와주는 땡땡이 브로커가 있었다면 쳇바퀴 같은 학교 생활을 좀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남자 화장실을 개조해 만든 위원실 같은 코믹한 상상과 톡톡 튀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넘친다. 덕질을 위해 조퇴를 꿈꾸는 소년과 의뢰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는 소녀의 기운찬 에너지를 즐기며 의외의 배신과 반전이 기다리는 결말까지 쉼 없이 달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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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작가: 김보람 | 장르: 로맨스흐름이 매끄럽고 구성이 탄탄한 역사 로맨스한양 제일의 기생 설화를 연모하는 사대부 집안의 양반 김춘일. 첩실은 되지 않겠다는 설화의 말에 김춘일은 세 번의 파혼을 하지만 이조판서인 아버지의 반대로 가문과 사랑 사이에서 번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설화는 김춘일을 포함한 세 명의 사내를 불러, 당시 전설 속의 생물처럼 여겨지던 산갈치에 대하여 성의를 다해 조사한 사람의 첩실이 되겠다며 한달의 기한을 주는데…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구성이 탄탄한 역사 로맨스 「별」은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러워 결말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건과 로맨스가 균형을 이루는 한편 전형적인 요소들을 솜씨 좋게 변주하여 장르적 재미와 만족감을 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기적에 이름을 올렸으나 양가의 여식으로 태어난 이상 첩실은 되지 않겠다던 설화가 돌연 소신을 굽히고 조건을 건 내기를 한 까닭은 무엇일까? 김춘일이 찾아 헤맨 답을 통해 산갈치가 의미하는 바와 내기의 진정한 목적을 지금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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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작가: 김민영 출판 | 장르: 판타지, SF, 추리/스릴러흡인력이란 이런 것, 한 번 보면 손을 뗄 수 없다!초짜 전사 보로미어는 파티와 함께 그림자 동굴에 들어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갑옷을 얻게 된다. 고르곤의 등장으로 파티가 전멸하는 와중에도 갑옷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한 그는, 놀라운 성장과 함께 새로운 모험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그 기회는 그를 비극적 운명의 굴레 속으로 그를 밀어넣고야 마는데.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한국의 마이클 클라이튼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뛰어난 상상력과 놀라운 흡인력으로 주목받은 수작이다. 제목에 들어간 ‘옥스타칼니스’는 실제 이 소설의 기반이 된 가상현실에 관한 논문을 쓴 박사의 이름이다. 저자는 후에 당신의 논문을 기초로 소설을 집필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길고 어려운 이름이 대중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여, 개정판 출간 시 『팔란티어』라는 제목으로 수정되었다.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가 아예 선보이지도 않던 시절 등장했던 이 작품은, SF스릴러의 외형을 띤 매우 독특한 작품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 집필되었음에도, 인간의 뇌파로 게임을 컨트롤한다거나 VR을 활용하여 게임 세계를 여행하는 등의 예견은 놀랍기만 하다. 물론 소설 속에 나오는 방대한 세계관인 팔란티어를 구현하는 건 현재의 기술로도 아직은 요원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온라인 게임의 세계관을 소설 속에 구축했음에도, 저자가 온라인 게임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첫 작품부터 이렇게 어마무시한 흡인력을 자랑하는 작품을 내놓은 저자는, 독자에겐 불행히도 차기작 대신 해외 유학을 떠나며 더 이상의 신작을 만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 판권이 여러 차례 팔려 나가며 충무로의 핫한 대작으로 주목받기에 언젠가는 영상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신과 함께」를 제작했던 덱스터 등이 이 소설의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