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장시간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다. 장시간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하는 나에게 매달 해야 하는 생리는 고통의 근본이었다. 생리가 시작되는 날이면 아무도 모르는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엔 더욱더 괴로움이 크다. 여름에는 휠체어 앉아있는 것만으로 힘든데 생리까지 하게 되면 생리대의 표면이 땀에 젖은 살과 닿아서 마치 오물을 깔고 앉아있는 기분이 된다. 더구나 양이 많은 날에는 조금 더 두꺼운 생리대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날이면 차라리 자궁을 떼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의 배움터인 '학교'를 '혐오시설'이라 이름 붙이고 약자들을 무릎 꿇린다. 기간제교사인 나는 여러 학교를 전전하며 채용시험과 면접을 보러 다녔다. 홀몸에 사지 튼튼한 나도 찾아가기 힘든 구석자리에 처박아놓은 듯 자리한 몇몇 특수학교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접근성이 뛰어나도 학생들이 올 수 있을까 말까인데 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는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하나. 나의 일터는, 정말로 '혐오시설'인가.
21세기가 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아직도 "개를 왜 공원에 데리고 오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사회가 정상적 사회인가? 심지어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호텔에 투숙하려는 이를 거절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냐는 말이다. 지금까지 인간 사회와 동물의 관계를 대하던 그 숱한 나태, 관계 기관의 그 숱한 직무유기, 그릇된 인식으로 개를 키우던 인간의 그 숱한 무책임,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의 그 숱한 무시, 이 모든 방관은 다 어디에다 두고 강력한 법을 만들어 입마개를 씌우고 개들을 안락사시켜 문제를 눈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면 된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사회가 발전을 이야기하고 인격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해방 이후에 출간된 한국문학(일본어로 쓴 한국문학을 포함한)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꼽힐 만한 걸작인 〈화산도〉는 한국의 유수하다는 문학출판사에서 출판되지도 못했다. 그리고 작품의 완역본이 몇 년 전 출간된 뒤에도 내가 알기로 주요문예지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평문으로 거의 다루지 않았다. 작가의 성취에 걸맞은 국내의 명망 있는 문학상을 수여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짐작컨대, 일본어로 쓴 김석범 문학은 '한국'문학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김석범 문학은 역설적으로 한국문학의 경계와 의미를 묻는 역할도 한다)
아무리 늦어도 피부에 증세가 나타난 후 72시간 이내에 약을 써야 합니다. 늦으면 '대상포진후 신경통'이란 합병증이 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 자체가 손상되고 파괴되어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아파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신경에서 계속 아프다는 거짓신호를 보내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매우 아픕니다. 칼로 살을 베는 듯 아프다고 말합니다. 불에 타는 듯 아프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주에서 수년 동안 극심한 통증에 시달립니다. 일반적인 진통소염제로 효과가 없어 신경파괴술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쓰기도 합니다.
절대로 서버에 저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폰 1대를 해킹하면 1명의 안면인식정보만 취하겠지만, 서버에 저장하다 보면 여러 사람의 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될 수 있다. 해커가 하나의 서버만 공격해도 수많은 사람의 안면인식정보를 취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우리는 패스워드도 서버에 저장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리고 패스워드는 서버에 저장될 수밖에 없지만) 패스워드는 유출되면 바꿀 수 있는 반면 안면인식정보는 성형을 하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는 영구적으로 고유한 식별자이기 때문에 유출되었을 때의 위험이 다르다.
핵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해야 그 정치적 효과가 더 커집니다. 이걸 '핵 그림자 효과'라고 하는 핵무기의 패러독스입니다. 말하지 않아야 더 효과가 큰 핵무기의 문법이자 소통법입니다. 주적이 사라진 유럽이라면 몰라도 지정학적 민감성이 매우 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대놓고 전술핵을 배치하는 법은 없습니다.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국 내에서 전술핵 배치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최대한 키우는 것입니다. 단지 논쟁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주변 정세가 영향을 받습니다.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이 바로 이 짓을 하고 있습니다.
전술핵을 도입해야 한다는 보수 언론은 헬무트 슈미트의 결단을 추켜세운다. 소련의 SS-20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퍼싱-2를 도입한 독일 총리의 고독한 결단 어쩌고 하면서 말이다. '슈미트의 결단'에서 강조하는 핵심 논리는 퍼싱-2를 갖다 놓았기 때문에 소련이 상호감축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사실이 아니다. 이중결정을 했던 1979년은 브레즈네프 시기고, 퍼싱-2를 배치하던 1983년은 안드로포프가 소련의 지도자였다. 전략무기 감축, 특히 유럽에서의 중거리 핵미사일 감축을 추진했던 인물은 바로 고르바초프다. 그가 등장한 시기는 1985년이다.
자하문에서 팔각정까지 오르막 경사가 계속 이어지는 '업힐도로'여서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이 길은 성지로 꼽힌다. 그런데 도로 폭이 좁아 뒤에 오는 자동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고 자전거를 앞지르기가 쉽지 않다. 자전거 동호회 사이트에 이 길이 주제로 올랐다. 댓글들이 갈린다. '좋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많은데 굳이 그 위험한 코스를 가는 이유를 이해 못 합니다.' '저 같으면 차도 없애고 산책 및 자전거 도로로 만들겠습니다. 아님 주말과 공휴일만이라도 자동차 없는 도로로.' '이 도로에서 자동차의 운행속도를 낮추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요즘 각종 앱 관련 사고들이 빵빵 터지고 그에 비해 전엔 흔했던 웹사이트 사고 소식은 뜸해 보이니 '앱이 웹보다 위험한 건가?' 뭐 그리 흘러간, 그러니까 "누가 돈을 훔쳤다. 돈이 위험하다!" 이것과 비슷한 흐름 같다. 그러나, 순전히 오프라인에서만 동작하는 단순한 앱이 아니라면 앱은 결국 웹에 연결되고 대부분의 사고는 웹 영역에서 터진다. 최근 떠들썩했던 사고들을 보더라도
민주화의 결과로 탄생한 대통령이 현충일에 베트남전을 '참전용사' 입장에서만 평가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항의를 받은 일이 생각난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 조선족이 태반인 중국을 빼면 베트남에서 온 이들이 가장 많다. 이제 15만명이나 되는 이들에게, 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한국은 어떤 존재일까. 내년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50주년을 앞두고 현재 시민법정이 준비 중이라고 한다. 민주화를 가능케 한 우리의 경험과 감수성은 국경을 넘을 수 있을까?
김훈은 생의 남루함과 불가해성, 역사 혹은 운명의 난폭함과 그에 맞서기엔 너무나 무력한 개별적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그리는데 필적할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발군이지만 거기서 멈추고 더 나아가지 않는다. 나는 김훈이 어떤 이상도 꿈꾸지 않고, 어떤 거대담론에도 기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김훈이 역사의 진보를 신뢰하는지조차 의문이다.
성소수자 혹은 게이 당사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즉 "여러분은 모든 LGBT들을 대표하는 분들이 아니"며, 문재인 앞에서의 시위는 "홍석천·하리수가 앞당겨놓은 인권"을 "10년 뒤로 후퇴"시켰다고 언급하는 댓글이 그것이다. 그중 게이임이 분명한 한 사람이 강한 논조로 작성한 댓글들을 보면, 그는 인권활동가들의 이번 시위가 "자기 말고 남은 다 못난 년 취급"한, "이쁜이들의 이쁜 척"에 불과한 행동이라 비난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는 동성애자들이 "문재인 앞에서 패악질을 했으니" "동성애 합법화 추진은 무산될 것"이라 말하고는, 새 대통령에게 "98% 국민의 동성애 반대의 뜻에 따라 더욱 강력히 동성애 반대 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간청하는 글을 올렸다.
국민통합이나 화해니 하는 그럴싸한 말로 "이젠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됩니다. MB와 빅근혜는 자신들의 세력이 천년 만년 집권할 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짓들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었던 겁니다. 앞으로는 어느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언젠가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자신이 임기 중에 저지른 비리에 대해서는 확실한 단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본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느 누구도 감히 민주적 정치질서에 도전하는 무모한 짓을 감히 꿈도 꿀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점자면 점자 묵자(보는 글씨)면 묵자 하나로 매체를 통일하라는 강요는 오직 하나 수능 때문이다. 과목에 따라 학생의 개별적 시각상태에 따라 두 매체 모두를 제공해 주는 시험장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둘 중의 하나만을 억지로 택해야 한다. 필산을 하기 위해 수학과목을 묵자로 시험 보려 맘을 먹었다면 국어나 영어처럼 텍스트의 양이 많은 과목도 온전치 않은 시력으로 눈이 빠지도록 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녹음테이프가 제공되는 점자시험장을 택했다면 수학시험지도 점자로 보고 미적분도 당연히 암산으로 풀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인터넷을 붙잡고 있다. 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준비금 신청을 하려고 눈 뜨자마자 컴퓨터 앞에서 지금까지 씨름 중이다. 사이트는 폭주해서 다운되고, 전화를 해도 통화 중이고,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다. 신청시간은 오늘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선착순 지원이라서 재빠르게 이 시간 안에 예술인경력증명시스템 사이트에서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해야만 한다. 그 돈이라도 받으려고 아등바등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오늘을 위해 일주일간 건강보험증도 발급받고, 겨우 건강보험 납부확인서도 받아내고, 소득이 없다는 사실증명 등 서류도 준비했는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싶다.
돌아온 〈그것〉은 〈기묘한 이야기〉가 폭발적인 흥행으로 증명해낸 것들의 자장 위에 서 있다. 〈그것〉은 어른이 된 주인공들이 재회하고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과감히 파트2로 미뤄버린다. 그리고 소년들의 이야기로만 파트1을 채운다. 원작의 매력적인 특징을 폐기해가면서 〈그것〉이 얻고자 하는 건 〈기묘한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복원해낸 80, 90년대 소년모험물의 활극적 요소다. 유년 시절과 성인 시점을 교차하는 원작의 설정을 빼고 이 모든 걸 80년대 소년모험활극으로 만들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박은 실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현행 헌법 어디에도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구절은 찾을 수 없다. 헌법은 동성애는 물론이고 동성결혼을 제한한 적도 없다. 헌법 제36조 1항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때 양성의 평등이라는 것은 가부장제적 성차별의 오랜 역사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미이지, 혼인의 전제가 양성인 것이 아니다. 지금 헌법도 동성혼을 금지하는 헌법이 아닌 것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누구나 부당한 사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의 근본 정신이다.
사용자들은 서로 교류하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제공한다. 누가 누구의 친구인지, 누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 결과, 페이스북은 한 분기에 10조원가량의 매출을 벌어들인다. 매출의 대부분이 광고에서 나온다. 사용자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광고다. 결국 페이스북 매출의 상당 부분은 데이터에서 뽑아낸 것이다. 사용자가 쓴 글, 맺은 친구관계, 형성한 그룹, 좋아한 페이지가 이익의 원천이다. 어차피 불특정 다수의 기여를 통해 얻은 이익이니 불특정 다수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게 맞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