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일을 잘 나가던 여성시인의 철없는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는 이 일을 한국의 비혼 중년여성들의 형편없이 열악한 삶의 질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오죽하면 천하의 최영미가 근로장려금 수급사실을 밝히고 월셋방을 전전하는 게 끔찍해 자신을 호텔홍보요원으로 '판매할' 생각까지 했을까 싶다. 그것은 한 부황기 든 여성시인의 헛소리가 아니다. 내겐 그 소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헬조선의 최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이 땅의 거의 모든 여성들이 타전하는 SOS 신호로 들린다.
시인에게 호텔을 작업실이나 서재처럼 이용하는 것이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인이 직접 도로시 파커를 언급한 것도 그렇거니와 애거서 크리스티도 말년에 호텔에서 죽지 않았나. 한 예술가가 치열한 삶을 정리하는 공간이든 긁어모은 영감을 도열시키는 공간이든 어떤 공간에 대한 낭만 섞인 욕망을 품었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어떤 제안을 했다며 농담조로 밝힌 것을 두고 벌어지는 일들의 우스꽝스러움을 보라. 그게 뭐라고 [단독]씩이나 박아 넣고 기사를 쓰는 기자부터, 을도 병도 정도 존재하지 않는 일에 갑질을 했다며 손가락질하는 이들을 경유해 '시인 나부랭이가 그 호텔을 홍보한다고 무슨 도움이나 될 줄 아느냐' 힐난하는 이들에 이르는 촌극.
나는 레고가 자신들의 본질적 가치 - 단순함, 추상성, 확장성- 를 유지하면서,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레고가 자신들의 본질적 가치를 버리고 상업적 성공에 몰두하는 사이, 레고의 DNA를 계승한 후계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 후계자는 바로 "마인크래프트"이다. 이 게임을 설명하는 것은 아주 쉽다. 한마디로 "온라인 레고"다.
미국과의 전략적 균형과 내 자존심이 중요할 뿐이라는 강대국 특유의 독선이 흘러넘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3일 6차 핵실험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통화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중국 사람들은 틈만 나면 초강대국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라는 안보 사안 때문에 경제 보복을 하는 비상식적 나라가 중국이다. 견디다 못해 이마트가 20년 만에 중국에서 철수하고, 롯데마트의 112개 점포 가운데 87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현대차 부품업체들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삼성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1위에서 9위로 추락했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토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떠한 주제는 토론을 거친 투표를 통해 그 의미가 결정해서는 안 되는 주제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의 문제이다. "모든" 인간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인간"에서 "모든"은, 추상적 지칭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을 지칭한다.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인간으로서의 "교육권/학습권"을 지니고 있다는 것, 따라서 필요한 곳에 그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짓는 것은 토론을 통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학교"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혐오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교육 받을 권리가 당자들이 무릎 꿇고 빌어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안됨은 물론이고, 일단 저게 무슨 저 따위 '토론'씩이나 통해서 간신히 견인해내야 하는 것이어서도 안 된다. 토론은 뭐가 옳고 그른지, 혹은 더 나은 해법이 뭔지 따져봐야 할 때 하는 것이다. '한방병원을 지어야 하니 장애인 특수학교를 짓는 건 안 된다. 자기 동네에 장애인이 너무 많으니, 장애인들이 다른 동네로 가야 한다'와 하등 다를 거 없는 아젠다로 토론 같은 걸 붙이는 자체가 반윤리다. 약자를 배제할지 말지에 대해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의해보자는 건 그 자체로 폭력이지 그걸 결코 '절차'라 불러줄 수가 없다.
박 교수는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한 대응책으로 댓글 공작은 정당한 국정원의 활동이 될 수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만약 북한이 대남심리전을 획책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여론 조작을 감행한다면, 국민들에게 그런 사실을 널리 알리며 주의를 당부하고 또 필요하다면 국내 포털 싸이트의 아이디 등록을 엄격하게 하고 사이버 감시를 강화하는 등의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국가기관이 세금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댓글 공작의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3분의 1 이상은 페트병, 비닐, 봉지와 같은 포장재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만에 쓰레기로 돌변합니다. 이로 인해 낭비되는 금액만 매년 무려 800억 ~ 120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플라스틱 포장재는 '불필요한' 과대포장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의 85%가 과대포장으로 불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핵 포기는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한가닥 핵 포기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즉, 북한은 김정은의 육성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핵 포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미국과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불가침이 보장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북한의 이 조건은 표현만 거칠어졌을 뿐 북핵 문제가 발생한 이래 지난 20여년간 일관해온 주장이다.
빛을 "보아라"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라" 자유를 위해 "일어서라" 앞을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며, 걷지 못하는 이들이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긍정적인 메시지와 함께 사용되는 신체 관련 언어들은 모두 비장애인들에 해당합니다. 반면 부정적인 메시지들은 장애로 연결지어 표현됩니다. 이런 식의 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는 과연 장애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울까요.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40일이 되었다. 가계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인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지대 개혁을 해내야 양극화 해소와 불평등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 더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였다. 반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당시 바른정당 대표였던 이혜훈 의원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하면서 정부를 비판하였다. 자칭 '시장주의자'들이 이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 번 다루어 볼 만하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듣고, 보고, 느끼는 존재가 옆에 있다. 이 존재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타자가 그렇듯. 커리에게 나는 어떤 움직임일까. 인터넷에서 '강아지가 좋아하는 음악'을 검색해봤다. 레게음악이 좋다고 한다. 아침마다 레게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았다. 커리가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커리는 취향이 없을까? '인간이 좋아하는 음악'이 덩어리로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커리가 좋아하는 선율과 리듬이 있을 거다.
제가 바라본 노키즈존 논란의 양상은 찬성과 반대 두 입장이 서로를 끊임없이 설득하기 위해서 모든 합리적인 근거를 총동원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맘충의 사례들이 총망라되었고, 노키즈존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선진국의 사례도 망라되었습니다. 노키즈존은 유색인종 출입금지, 장애인 출입금지, 유대인 출입금지와 마찬가지로 엄연한 차별이고 인권유린이라는 주장도 있고, 사업주의 영업권과 자유로운 상행위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여성들이 몰리는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효과 좋은 수분크림 찾아요!"라는 글들이 올라온다. 하지만 똑같은 수분크림이라도 100명이 느끼는 사용감은 천차만별이다. 20대 지성피부 여성이 "저에겐 너무 번들거리더라구요"하는 수분크림이 내 피부에는 한여름에도 촉촉함이 부족한 경우는 허다하다. 소문난 수분크림을 발라도 여전히 피부가 건조하다면 영양크림(유분크림)을 사용할 나이가 되었다. 수분크림과 영양크림의 차이는 성분구성에 있다. 성분표 처음 5개안에 글리세린을 필두로 에몰리엔트/오클루시브 성분(유분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고른다.
서울장애인부모회 부대표는 "장애가 있으니 특별히 배려해 달라는 게 아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학교는 가야 하지 않나"라면서 "여러분 자녀는 가까운 학교 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2시간씩 걸려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분도 부모고 우리도 부모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기 지을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럼 어떻게 할까요? 여러분들이 욕하시면 욕 듣겠습니다. 모욕 주셔도 괜찮습니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장애아이들도 학교는 다녀야 하지 않겠습니까."
폭행치사, 강제노역, 임금착취, 공안사범 강제수용, 신경안정제 강제투약, 요양비 이중 착복, 사체 판매 등이 형제복지원 내부에서 상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충격적인 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술에 취해 거리에서 잠들었던 회사원, 가족이나 친척을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탔던 어린아이들, 귀가하던 청소년, 장애인 등 무고한 사람들이 부랑인으로 둔갑하여 적법한 절차 없이 공권력에 의해 무작위로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길게는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용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이는 최소 551명이었고, 사체는 형제복지원 뒤에 암매장되거나 인근 병원에 임상실험용으로 팔려갔다.
대학에 다니던 때 내가 억울했던 것 중 하나는 의무와 권리의 비대칭적인 구조였다.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가며 꼬박꼬박 내던 등록금 고지서에는 도서관 이용료라는 명목의 적지 않은 금액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신입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징수되던 교재비도 나는 예외 없이 지불했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책은 한 권도 받아보지 못했다. 주교재도 없던 내게 시험 당일 오픈북을 강요하시던 교수님도 제발 다른 수업 들으라고 통사정하시던 교수님도 분명히 내가 낸 등록금으로 월급 받아가시는 분들임에 틀림없었다.
아이의 행동이 도를 지나친 것처럼 보던 것은, 자학과 겸손을 혼동하는 나의 문제다. 나는 남이 한 칭찬을 순순히 받아들이거나 스스로를 칭찬해서는 안 된다고(비뚤어지고 거대한 자의식을 남몰래 사랑하면서) 믿고 있었다. 나에 대한 타인들의 기대를 낮추고 응석을 부리려고 꾀를 쓴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못났다고 떠들고 다니면 꼭 누군가는 지치지 않는 위로를 건네곤 했다.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 칭찬과 응원의 맛은 달콤했다. 겸손의 탈의 쓴 비겁함은 딸의 잘난 척보다 유아적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역시 북핵으로부터 왔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모든 시계가 빨리 돌아간다. 사드 추가배치가 감행되고 있고, 유엔의 강도 높은 대응이 논의된다. 급기야는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는 원유공급을 중단하라고 중국과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다. 국방장관까지 나서 연내에 참수부대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제까지 없었던 최강도의 압박카드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게 과연 현명한 북핵문제의 대응책일까? 이런 식으론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결국 애꿎은 북한주민의 생존권만 위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