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원재료뿐만 아니라 노동을 투입해야 하고 그것을 만들 공간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상품을 생산할 수 없다. 생산의 3요소 중, 2가지 요소에서 상승 압력이 존재하는데 가격을 올리지 않길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날강도 심보다. 심지어 닭은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하다. 이걸 알면 가격 상승을 그렇게 쉽게 폭리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쉽게 폭리라는 딱지를 붙여 대는 것은 이 구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젊음을 희생하며 국방의 의무에 응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군에서 배워 오는 것은 자긍심이 아니다. 인간 이하의 대우 속에 불합리에 굴종하고, 불의를 인내하는 일에 익숙해질 뿐이다. 군은 '애국'이란 명분으로 거대한 부조리를 재생산한다. 이렇듯 존엄성을 훼손당한 제대 군인들이 끊임없이 사회로 던져지는 현실에서 국방의 의무는 절대 신성할 수 없다.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는 화려한 수사나 요란한 신무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군인의 자긍심에서 비롯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즌의 여덟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쿠퍼 요원은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다. 자신이 온전히 기획하고 연출할 수 있는 작품에만 참여했던 데이비드 린치는 이번 시즌 역시 파맛 첵스 같은 미감으로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가장 전위적인 이야기를 고집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연출자가 가장 나이 많은 감독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에 묘한 신비함을 느끼며 이번 시즌을 챙겨 보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얘기해도, 엄마는 가끔 술을 마시면 "내가 여전히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긴 한데... 자리가 이렇게 바뀌었어 그치?"했다. 아마 이언주 씨가 말한 "그냥 동네 아줌마"도 말이야 맞는 말 아니냐고 허허 웃을 테지. 이언주 씨는 엄마가 우리 가족에게 더 미안하게 만들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자부심으로 일하면서도 가족에게 그 직업을 미안해하는 모순은 결국 자신을 부정하게 한다. 이 나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되지 않는 이상, 엄마는 퇴직하는 그날까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걸 부끄러워할 것이다.
전 당신이 촌스럽다고 떠들고 다녔어요. 제게 아이가 생겨도 절대 당신을 가까이하지 않을 거라 결심했죠.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세련된 것을 추구하니까요. 안타깝게도 그런 결심은 아이가 두 살이 되자 무너지고 말았어요. 죽은 생선 같은 눈빛으로 징징대는 아이를 달래던 날, 전 당신에게 항복했어요. 당신은 '밤바라 밤바라 바라바라밤' 경쾌한 노래를 부르며 나타나 나를 정복했죠. '너는 우리를 필요로 한다.' 당신은 안경 너머의 까만 눈알을 번득이며 내게 굴욕감과 휴식을 안겨줬어요.
급히 테이크 아웃을 선택하는 사람들과 몇 시간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동등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이 혹시 보편적 복지의 모델은 아닐까? 테이크 아웃을 선택한 사람들이 당장의 높은 지불에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것은 시간적 상황과 욕구의 변화에 의해 얼마든지 역할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도 몇 가지 문제점은 보이는데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혼자서 독점하고 타인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내겐 규칙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복지의 독점 혹은 부정수급의 사례로 여겨졌다.
봉완은 아내 해주와 내연녀 창숙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다 창숙에게 가지만, 딸을 앞세운 해주에게 백기 투항 한다. 딸을 본 순간 '내 인생은 없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돌아간 봉완과 달리 홍상수는 김민희 곁에 머물고 있다. 그게 비난받을 일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말과 속마음이 다를 때 혹은 어떤 언술이 현실과 차이 날 때마다 버저가 울리는 TV 속의 거짓말탐지기처럼 한반도 현실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지난 열흘간 계속 진행되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의 암묵적 타협은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버저가 울렸고, 이른바 '한국 운전석론'은 G20에서 적절한 대북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냉엄한 국제 현실의 벽에 봉착했다. 그 모든 것을 떠나 새 정부에 기대한 관여와 대화로의 물길 트기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로 당장의 가시권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과연 '진보'인가? '적극적인 에너지 수요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 탈원전론자들의 기본 논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경제 성장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한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중 하나였던 값싼 전기를 포기하더라도, 탈핵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그런데 현재 오가는 탈핵 탈원전 논의의 근간과, 이 퇴행적 전근대주의와의 거리가 과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에너지의 사용 그 자체를 죄악시하는 현재의 환경 담론은 과연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선한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가?
1987년 3월 8일은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장기집권 음모 분쇄", "박종철을 살려내라", "광주사태 책임지라"고 외치며 분신을 시도한 노동자 표정두 씨가 사망한 날입니다. 그날 MBC 〈뉴스데스크〉의 첫 꼭지 주인공은 흑두루미입니다. 리포트 제목은 "흑두루미의 번식과 이동에 대한 생태 조사", 앵커는 손석희였고요.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MBC는 1988년 방송사상 첫 파업을 벌이고 공정 방송 쟁취 투쟁에 나섭니다. 1990년 노조 집행부로서 농성에 나서던 손석희 아나운서는 당시 이런 말을 합니다. "부끄럽게도 역사의 반복을 믿는 우리는 6월 민중항쟁에 무임승차했다는 원죄의식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라도 싸움의 몸짓을 계속해야 한다."
사드 보복이 중국에도 큰 손해라는 건 이미 중국 내부에서도 많은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중국 내부에서 사드 반대가 별 설득력도 없고 중국 국익에도 해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며 중국이 사드 이슈 출구전략 수순을 밝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본인들 국익에도 해가 되고 사드 탈출 전략을 자연스럽게 펼 수 있는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온 상황임에도 중국이 상식 밖으로 사드 보복을 지속하고 심지어 강화하고 있는 건 결국 이게 최고지도자 위신 문제였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들게 한다.
사업주는 노동자의 산재보상에 조력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삼성이 하는 짓은 어떤가요. 1심 판결이 유해물질의 노출 가능성을 인정하며 산재를 승인하자, 삼성은 그 노출을 부인하기 위한 반대 증거를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산재보상에 조력하기는커녕 그 보상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꼴이죠.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공단은 삼성이 그러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줍니다. 만일 공단이 사실조회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삼성이 해당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이미 삼성은 산재소송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대대적인 선언까지 했으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을 정계에 데뷔시킨 셈인 그의 자서전의 북콘서트들을 기획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패배 후 절치부심하면서 소수의 측근과 함께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올 때 함께하였고, 2012년 총선과 대선, 이번 대선의 각종 행사를 기획하였다는 탁씨를 경질하는 것은, 읍참마속이라는 고사성어의 상황에 잘 들어맞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읍참마속이란 말을 낳은, 중국의 삼국시대를 다룬 고전소설 [삼국지연의]의 자칭 광팬인 필자로서는, 원래 읍참마속이란 말이 나오게 된 소설에서의 상황을 잘 따져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탁현민을 짜르게 되는(응?), 일은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비감한 생각이 들었다.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은 '근로시간 특례제도' 때문에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다른 기업에는 불법인 일이 우정사업본부와 몇몇 기업에는 합법이다. 1961년 근로기준법에 도입된 이 제도는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등에 대해 기업이 법정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주는 제도다. 현재 26개라는 광범위한 예외 업종을 두고 있어 관련분야 노동자들의 살인적 노동시간을 합법화해준다. 법에는 '사업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를 한 경우'라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기존 노조가 이미 합의한 상태에서 새로 고용된 노동자들이 이를 거부할 방법은 없다.
2루에서 3루로 뛰어가는 선배 주자를 기분 나쁘게 태그하면 안 되고, 홈에 선배 포수가 지키고 있으면 부드럽게 다가가 아웃당해줘야 한다. 좀더 경력이 쌓이면 느린 커브를 던지는 후배 투수에게 다짜고짜 화낼 수도 있고, 2루 후배 주자에게 사인 훔치지 말라며 괜히 트집 잡을 수도 있다. 이런 게 과연 야구인가? 1점을 얻기 위해 홈을 막는 포수를 몸으로 밀어붙이고,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해야 하는 야구가 나이 앞에선 열중쉬어 해야 한다. 프로 '선배' 야구 출범 36년, 꼰대의 연대기는 끝이 없다.
뮬러 특검은 이러한 역사를 염두에 두고 복잡한 국제적 돈의 흐름에 능통한 변호사와 수사관들을 동원했다고 그를 잘 아는 두 변호사는 말한다. "돈을 따라가는 것이다. 트럼프를 상대하려면 전문 지식이 많이 필요하다."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과 같다. 올리브 나무는 이들이 살아가는 땅에서 가장 잘 자라며, 이들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그 땅을 지켜왔다. 농부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앞뜰이나 빈 땅에 올리브 나무를 심는다. 수 천 년 된 나무부터 심은 지 얼마 안 된 어린 나무까지, 이스라엘에 군사 점령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영토에 병합된 베두인 마을까지, 이 땅은 진짜 올리브의 땅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옥을 부수고 사람들을 내쫓듯, 올리브 나무를 뿌리 뽑고 불태운다.
비판 9. 문자행동은 정치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답변 9. 물론 정치인이 자신의 휴대폰을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고집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생업을 위해 그런 사생활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간판이나 전단지에 개인의 휴대폰 번호가 자발적으로 공개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들에게 사생활이 중요하지 않아서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정확히 어떻게 구분될지 분명친 않지만 국민을 대의하여 정치권력을 행사하겠다 하면 일정 정도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것은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 재산공개도 엄밀히 말해 프라이버시의 포기이다. 사생활을 조금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 국회의원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거냐?"고 말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단순노동을 비하하는 그의 평소 생각이 드러난 것이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움직임에 부담을 느낀 기업 쪽의 거부감을 집약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대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거부했다. 한편 얼마 전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해서 자사고 학부모들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재육성이 필요하다"며 자사고 폐지 반대 시위를 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교육 공공성 강화 정책에 대한 이해 관련자들의 반발이 점차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