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남쪽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관통하다 보면 남수단이 나온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난민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국가인데도 관심은 현저히 적다. 남수단의 위기는 주변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남수단의 남쪽 국경 너머에 있는 우간다로 약 90만 명의 남수단 난민들이 도망친다. 우간다는 이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로 추정된다.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망명 허가된 난민들의 합보다 많은 숫자다. 우간다 현장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보는 난민의 85%는 여성과 아이들이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불거진 가장 큰 문제는 물 부족 사태다.
논평을 냈을 법한 당이나 단체를 떠오르는 대로 서너 개 정도를 검색해 보았는데, 내가 생각한 범주 안에는 관련한 논평을 낸 곳이 없었다.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곳, 전쟁에 대한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곳, 인권에 대한 입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곳이 모두 문재인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베트남 외교부의 입장은 굉장히 부드럽다. "한국 정부가 베트남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양국 우호와 협력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 잘못을 질책하는 뉘앙스조차 아니다. 이렇게 말하기까지 베트남인들이 삼키고 삼켰을 수많은 말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민주연합당(DUP)과의 연정 문제도 있다. 메이 총리의 Brexit 4대 원칙 중 하나인 '영국 국내로의 자유로운 인적 교류 중지' 를 DUP에서는 반대하는 분위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당연히 남쪽의 아일랜드 때문이다. DUP의 주요 지지층인 북아일랜드의 상공인들은 아일랜드에 상당 부분 경제 활동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EU 역내 국가와의 자유로운 인적 교류가 중단되는 Hard Brexit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한 DUP의 당수 Arlene Foster 는 이미 분명히 Hard Brexit 에 반대한다는 언급도 한 적이 있다. 메이 총리로서는 내각 내 순조로운 Brexit 추진 방해 세력만 더 늘어난 꼴이다.
트럼프는 양립할 수 없는 종교들이 말하는 각자의 진실들을 하나로 화합시킬 수 있는 능력 한 가지를 우연히 가지고 있다. 그가 진실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모순에 개의치 않는다. 그에게 있어 팩트는 팩트가 아니다.
최근 북한을 제대로 보기 위해 필요한 키워드는 다음의 세가지다. 첫째, 『뉴욕타임즈』가 북한 정권의 행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합리적 광기'(Rational irrationality)라는 개념이다. 김정은을 폭정군주로 다루는 광인(mad man)이론보다는, 북한 정권이 자기 이익을 정확하게 이해할 능력이 있고 심지어 무모해 보이는 도발마저도 상대방과의 협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무기화하고 있을 만큼 북한의 정책 결정 과정은 합리적이라고 보는 이 개념을 대북 인식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음은 '예측 가능한 예측 불가능성'(predictable unpredictability)이다.
우드로 윌슨 센터의 국제안보연구소장 로버트 리트웍은 2월에 낸 『북한 핵 돌파 방지』라는 소책자에서 트럼프 정부가 핵과 체제 교체(regime change)를 분리해 핵탄두를 20개의 현 수준에서 동결한 뒤 강압적 관여(coercive engagement)로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까지 가는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압적 관여란 힘으로 압박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다. 이 방안이면 북한은 핵탄두 20개의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어 좋고, 중국은 한반도 전쟁과 북한 정권 붕괴를 막을 수 있어 좋고, 미국은 핵탄두 소형화와 미국을 타격할 ICBM 개발을 막을 수 있어 좋다. 한국은 전쟁이 안 나서 좋은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