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개혁 입법의 실패를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첫째, '어젠다 세팅'이 가장 중요하다. 구야권-진보-운동권 출신이 관심 있는 어젠다가 아니라 국민들이 관심 있는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핵심은 '불평등'과 '저성장'이다. 현재 '검찰개혁'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다. 둘째, '반대파, 다수자연합'이 아니라 '개혁파, 다수자연합'을 만들어야만 개혁을 성공한다. 사회운동 세력은 51%를 중시여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다루는 수권 정당은 개혁을 지향하되, 항상 51%를 유념해야 한다. 셋째,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쟁점'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합의하고 다음 의제로 넘어가야 한다.
일반 시민이 검찰인사에서 이해 못하는 게 기수문화다. 뒷 기수 검사가 앞 기수인 선배 검사를 추월해 승진하면 선배들이 옷을 벗는다는 이 문화는 다른 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문제적 상황이다. 이 문화는 젊은 나이의 유능한 검사들로 하여금, 타의에 의해 검찰을 나와 변호사를 개업해, 치욕스런 전관예우의 폐해를 만들어 낸 원인이기도 하다. 군대도 아닌 검찰에서 왜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
어떤 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물러나고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사람의 처지가 얼마나 딱하겠습니까? 그런데 그는 역사상 가장 나쁜 두 대통령의 뒤를 잇는 행운을 얻은 겁니다. 두 나쁜 대통령이 훌륭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줄 거라는 점도 문 대통령의 행운입니다. 내가 또 하나 하고 싶은 충고는 노무현 정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로 인해 좌절하고 만 노무현 정부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는 아직도 진보를 자처하는 정부가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여름에 집에 들어오다가 문을 활짝 열어 놓고 통풍을 시키는 집이 몇몇 있으면, 신발장을 나도 모르게 보게 된다. 아 역시 남자분이 사는구나, 하며 납득하게 되는 나날. 신발장 앞에 남성의 사이즈 커다란 신발을 가져다 놓고도 문을 조금, 걸쇠를 걸어서 열 수 있는 만큼만, 딱 한 뼘만큼만, 그것도 오래는 말고 잠시 열어놓을 때마다 나는 딱 그 정도의 자유를 누리며 사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딱 한 뼘만큼의 자유.
누구는 여전히 주먹을 쥐고, 누구는 손을 잡고, 누구는 가만히 서서 각자 다른 모습으로 함께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투사가 되지는 못했고, 때론 비겁하게 살았을지라도, 내 삶을 지키는 데 급급해 눈 감은 적은 있을지라도, 그렇게 살다 문득, 그래도 함께 겪은 시대의 고통을 영 외면하지는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서사. 그런 이들이 촛불을 들었고 그 힘으로 5월의 정신을 계승한 정부를 만들었다.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낸 동료시민들이기에 가질 수 있는 뿌듯함. 오늘 함께 운 사람들의 가슴에는 기쁨의 서사 하나가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면 고양이를 모르던 이전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처음으로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멸치를 먹였던 날, 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형 고양이 사료를 주문했다. 그리고 그 뒤로 3년간 계속 캣맘으로 살았다. 이십대 후반, 분명 연애도 하고 그림도 그렸으며 음악을 시작해보겠다고 아등바등했는데도 그 시절을 압축해서 한 단어로 설명하라고 하면 나는 '캣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길고양이들에 대한 추억이 연애의 흔적보다 강렬하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할당 공약에 공기업들이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샅샅이 뒤져도 대상자가 없다"고 말한다.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닐 수 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소위 '승진코스'란 게 존재한다. 임원은 한 업무만 파악해서 일처리를 할 수 없기에 순환보직을 돌고 여러 업무를 파악한다. 소위 이 코스를 밟아야만 임원의 '후보'가 될 자격을 얻는다. 명시적인 것은 없을 테지만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미국 교육업체 프린스턴리뷰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온라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가격을 지역마다 다르게 매겼다. 그랬더니 아시아인들이 같은 강의를 거의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수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은 저소득층 지역 아시아인에게 가장 높은 가격을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7월 열린 한 미인대회도 논란을 남겼다. 대회는 전세계 100개국 6천명이 제출한 인물사진을 대상으로 얼굴 대칭과 피부 상태, 주름 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뷰티닷에이아이'(Beauty.AI)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었다. 인공지능이 뽑은 수상자 44명 가운데 43명은 백인이었다.
피닉스는 대한민국 두 번째 여성 헬기 조종사 피우진 중령의 호출명이다. 그녀는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헬기조종사로서 중요한 균형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암이 전이되지 않은 나머지 한쪽 가슴도 적출하였다. 하지만 군 당국은 그녀를 전역처분 즉 해고나 다름없이 쫓아냈고, 인권연대의 도움으로 소송을 내면서 불의에 맞서 싸워 복직하였다. 그녀는 복직 후 대령으로 승진하지 못해 계급정년으로 전역을 하게 되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녀석들의 요구에 못 이기는 척 순응하는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그 결정의 기준은 아주 간단한 근거로부터 출발하는데 지금 이 순간 난 녀석들에 비해 월등하게 우월한 경제능력을 가지고 있고 몇천원의 지출만으로 녀석들의 기분을 급상승시키는 것은 내게 있어 지금이 아니면 주어지지 않는 기회라는 것이다. 몇 년만 지나도 나의 지폐 한 장은 대학생이 되어버린 제자 녀석을 즐겁게 만들어주기엔 너무도 초라해질 것이고 그때 나는 나눌 수 있을 때 나누지 못함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바다 건너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배터리 이론'이 화제다. 뉴요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람의 몸은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태어나는 배터리와 같다"고 주장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골프 외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사람의 몸은 재충전할 수 없는 배터리와 같다. 운동을 할수록 빨리 죽게 된다"는 것이 트럼프의 건강철학이다.
법인의 한 해 예산이 78만원밖에 안 될 정도로 가난해서 못 냈다는 오해도 있었는데 이 역시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를 오해한 것이다. 학교가 한 해 78만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회계는 대부분 국가 돈으로 운영된다. 한 해 78만원이라는 건 법인의 수익용 재산에서 얻은 수익이 한 해 78만원이라는 것인데, 이건 좋은 일이 아니다. 수익용 재산이란 이를 통해 세금과 법정부담금 정도는 낼 정도의 수익을 얻어야 한다. 그 정도의 수익은 얻는다는 걸 전제로 사학재단에 학교운영비의 대부분을 지원하면서도 인사권과 계약권을 주는 것이고, 사학재단은 이런 의무가 있음을 알고서 재단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예멘에서 시리아, 남수단에서 아프가니스탄 등지에 이르기까지, 보건 시설은 분쟁 당사자인 각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약탈, 방화와 폭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병원과 보건소를 향한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포격과 공습 등 민간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일부 상황의 경우 의도적인 전투 전략으로도 보입니다. 이로 인해 환자,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수천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이 같은 공격은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초 의료 시설에 대한 만행입니다.
최근 북한을 제대로 보기 위해 필요한 키워드는 다음의 세가지다. 첫째, 『뉴욕타임즈』가 북한 정권의 행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합리적 광기'(Rational irrationality)라는 개념이다. 김정은을 폭정군주로 다루는 광인(mad man)이론보다는, 북한 정권이 자기 이익을 정확하게 이해할 능력이 있고 심지어 무모해 보이는 도발마저도 상대방과의 협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무기화하고 있을 만큼 북한의 정책 결정 과정은 합리적이라고 보는 이 개념을 대북 인식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음은 '예측 가능한 예측 불가능성'(predictable unpredictability)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사방이 소란하다. 벌써부터 어떤 단체들은 지난 정부가 결정하거나 행한 정책들의 시행을 막기 위해 집회를 열고,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다급한 현안이 조금이라도 더 새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반영되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누군가는 조사를 요구하고 누군가는 입법을 요구하고 또 누군가는 이제 갓 일주일 된 정부에 공약을 지키라고 벌써부터 닦달이다. 이런 소란함이 불편한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수없이 지적되었다. 문재인 캠프는 대체 '10조 추경'을 통해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구체적인 내역을 밝힌 바 없다. 서서히 그 전모가 드러나는 것은 반가운 일인데, 그것이 '옥상옥' 조직이 될 우려가 큰 온갖 '위원회' 만들기에 투입된다면? 그러한 예산 편성과 집행이 '중년 공직자 배불리기'의 일환일 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까?
돌아가신 분이 누구인지 왜 그날 거기에 있었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 모두가 그였을 수 있었음을 깨닫고 아파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처음으로 깨어난 이들도 많았습니다. 우리 정말 많이 참고 살았구나, 이거 진짜 거지 같구나, 이렇게 같이 공유하는 수많은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부르는 여성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예능에서는 아직도 여성의 외모가 주된 유머 소비거리이고, 여성 비하는 아직도 쏟아집니다. 대학교의 대자보는 찢겨나가고 성폭행을 고소한 이들은 무고죄로 형을 선고받습니다. 대학생들의 단톡방에서는 여전히 성희롱이 넘쳐납니다.
공격의 방식과 총량은 상호간에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한다. 한쪽에서 확성기로 욕을 했다고 해서 한쪽에서 총을 쏘면 안 되는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어서 하는 저주와 비난은, 욕보다는 총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과잉 윤리'가 '비윤리'보다 더 악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무리 안의 '배신자'로 추정되는 이들에 대한 린치는 언제나 적에 대한 공격보다 더 가혹했다. 그들에 대한 윤리적 미움과, 바로잡겠다는 욕망이 그 명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래 왔었다.
커밍아웃 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다. 길을 가다가 호기심에 가득 찬 주위의 시선에 태연한 척 해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시하다가도 한 번씩 짜증을 내곤 한다. 아이가 평생토록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하다가도 '엄마인 내가 괜찮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하며 속으로 되뇌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