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노무현 정권 시기를 돌아보면 실패의 기억보다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속에서 벌어졌던 그 사람(들)의 뜨거운 고투의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과학적 전망이나 역사적 당위 같은 사람 바깥에서 안으로 이입되는 차가운 언어보다 분노, 슬픔, 공감, 회한 같은, 사람 안에서 끓어올라 밖으로 번지는 뜨거운 정념의 언어들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아마도 그것이 그날 내가 고민 끝에 5번이 아닌 1번을 찍게 된 진짜 이유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문재인에게, 노무현의 친구인 그에게 한번 다시 해보라고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문재인이라는 바보같이 착하기만 해 보이는 사람의 속에 사실은 비수처럼 시퍼렇게 박혀 있으리라 짐작되는 그 깊고 뜨거운 정념과, 그 정념을 이기지 못해 어눌하고 더듬더듬한 발성으로밖에 나오지 못하는 그 낡고 변변치 못한 수사학이 지닌 가능성에 한 표를 기꺼이 던졌던 것이다.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의지를 만천하에 천명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의지가 높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그걸 모르는 검찰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정서적 반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정서적 반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명분'을 이쪽이 제공해줘야 한다. 반대파의 최소화를 위해, 보수적 방법을 채택하되, 실제로는 진보개혁적 성과를 내는 것. 바로 이 지점이 김대중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정치력'의 진짜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정부 3기이다. '기분 좋고 섹시한' 내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노무현이 부동산 투기와 정면대결하면서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투기의 진앙 역할을 하던 강남을 특정해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라고 기염을 토하던 장면을.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과는 다른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 예컨대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모든 면에서 리드하시는 분들이 아니냐? 짜증나고 억울하신 면이 있더라도 대한민국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여러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같은 식의 발언 말이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말하면 강남부자들의 마음도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글, 더군다나 소비자의 알 권리나 대기업의 횡포와 관련하여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기 위하여 애써 올린 공익적·합법적 포스팅이 왜 누군가로부터 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30일간 차단되어야 할까?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이 이용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해당 블로그를 방문한 손님은 "(명예훼손 신고로) 임시적으로 게시가 중단된 게시물입니다" 같은 알림말로 도배된 블로그를 보면서 블로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지는 않았을까? 임시조치로 온라인상에서 사라지는 글은 한해 45만 건이 넘는다.
탄핵으로 박근혜정권의 임기가 사실상 15개월이나 단축된 덕에 본래 박근혜 몫이었던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대법관 2인까지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장을 진보성향으로 임명하면 대법관도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향후 5년간 총12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할 예정이라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대법원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기 때문에 대통령 몫 3인과 여당 몫 1인에 대법원장 몫 3인까지 총7인이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우리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진보성향의 사법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동성애자 군인 색출사건에 있어서, 저는 이것이 절대 군 인권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가 생각하는 군 인권 문제와 생각의 궤를 같이합니다. 사회에서는 성인 동성애자가 상호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감옥에 갇히지 않습니다. 경찰이 그들을 잡아가 취조하며 '좋아하는 체위는 어떤 것인지' '동성과 관계를 맺은 횟수는 몇 번인지'등을 묻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군대 내에서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요? 심지어 영내에서 관계를 가진 것도 아니고, 성인과, 합의하에 관계를 맺은 군인이 구속되었을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군인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신임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언론의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중앙일보는 조 수석의 어머니 박정숙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웅동학원이 '지방세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에 포함됐다며 '모친 체납 사과, 첫날부터 고개 숙인 조국'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과연 조국 민정수석의 모친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이 사학재벌이고, 일부러 세금을 체납했던 인물인지 알아봤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의 모친 박정숙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의 2017년 학교 법인 예산을 보면 총수입이 78만 9천 원에 불과했습니다.
작년 한 비만학회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인간도 일주기 리듬에 순응하여 음식을 먹는 시간대를 조절하면, 식욕 및 체중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를 제시했답니다. 동일한 총 칼로리를 섭취하되, 한 방법은 가장 대중적인 식사법으로 오전 8시와 오후 8시 사이에 세 끼를 섭취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 방법은 오전 8시와 오후 2시 사이에 세 끼를 섭취 후 그 이후에는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각각의 방법을 4일 동안 실시한 후 여러 가지 지표들을 측정했는데요.
조만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특사를 보내고, 이들 나라와의 정상회담도 서두를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특사를 빨리 보내고 정상회담을 빨리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정상을 만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 정책, 철학을 정비하는 것이다. 정리된 우리 생각 없이 빨리 만나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가는 상대의 생각과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만 커진다. '선 전략, 정책 정비 후 정상회담, 특사파견'의 순서가 맞다.
며칠 전에는 우리집에 최신형 에어컨이 들어왔다. 에어컨은 전원이 켜지는 순간부터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전원이 켜졌습니다. 냉방운전을 시작합니다. 제습을 시작합니다. 희망온도를 24도로 낮춥니다." 내게 필요한 정보들을 주기 위해 새로운 기기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술의 발달 그 안에 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뭔가 큰 울컥함이 느껴졌다. 기술을 계발하고 상품을 생산해내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작은 관심이 동반된 디자인은 누군가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감동이 될 수 있습니다."
원전을 폐쇄하자고 외치면서 동시에 전기요금을 낮춰달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세금을 내기 싫어하면서 복지를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부에 대한 불평을 민주주의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민주시민은 권력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민주국가에서는 시민이 바로 위정자이기 때문이다.
약점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여소야대의 의회를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선거일정을 고려하면 이 구도가 앞으로 3년 가까이 계속될 수 있다. 정부가 새로운 의제를 추진할 수 있는 황금시간과 겹친다. 의회와 협력관계를 맺지 못하면 정책추진이 어려워진다. 둘째,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득표율은 41%에 불과하다. 다자구도였던 탓이기도 하지만, 60% 유권자들의 민심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심각한 정치적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앞으로 5년간 정말 무거운 짐을 지게 된 문재인 대통령이 이웃 주민들의 환호 속에 자택을 떠나는 모습이 생중계되었다. 과연 문 대통령은 5년 후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까. 광화문 시대를 열어 국민들과 소통하겠다 한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까. 나는 자기 신분이나 상황에 따라 태도를 완전히 달리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 가난하다 돈이 생기는 경우, 한직에 있다 좋은 보직을 얻게 되는 경우, 평범한 사람이었다 유명인이 되는 경우 사람들은 한결같음을 유지하지 못한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아침 자택을 떠나며 품었던 마음을 꿋꿋이 지키며 국민들의 목소리에 열심히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두 배 이상 득표했다는 대구경북 지역 출구조사결과가 공개될 때, 60대 이상에서 홍준표 후보가 제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 이 '대구경북노인들'은 한국을 아직 전근대의 영역에 붙들어놓는 망국의 근원으로 지목당한다. 2000년대 후반이 "20대 개새끼론"을 비롯해 "정치에 관심없는" "나약하고 무력한" 청년세대들을 '나라를 망치는 주범'으로 확정짓는 시기였다면, 놀랍게도 그로부터 채 10년이 지나기 전에 화살이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우파정권의 변명불가능한 실책만의 소산이 아니며, 그동안 한국인들이 정치체의 핵심으로 간주해오던 가치 자체가 이동했음을 함축한다.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은 거대양당 체제를 깨트려야 한다는 시대요구를 현실화시켰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정치 판도와 정세를 파악하고 이를 가시적 성과로 만드는 그의 능력은 탁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목적하는 가치관에 부합하는가에 있다. 국민의당 내에 있는 유력 정치인들은 과거 폐습이 만연하던 정당정치에 익숙한 이들이다. 안철수가 그들과 함께 새로운 정당 민주주의 실험을 시도하고 결과를 증명했다면 그는 우리 정치사에 유례없는 인물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과거 민주당이 극복하지 못했던 당내 계파 이합집산 정치를 새 질서로 재편해 내지 못했다.
1901년 4월10일 오후 5시30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이름 높던 외과의사 덩컨 맥두걸은 4년간 준비해온 '엄청난 실험'을 시행하게 된다. 인간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이 죽는 순간 무게의 변화를 측정하려 했던 것이다. 맥두걸은 이날 동료 의사들과 함께 3시간40분 동안 첫번째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갑자기 환자의 죽음과 동시에 저울대 끝부분이 떨어지면서 아래쪽 멈춤쇠에 부딪히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난 후 눈금은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 줄어든 무게는 4분의 3온스였다."
군대 내에서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할 수 있는 건 섹스지 사랑이 아닙니다. 저는 '군대 내 동성애 금지'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군대 내 성행위 금지'엔 동의할 수 있습니다. 이성끼리든 동성끼리든 말입니다. '군대 내 성행위 금지'를 '군대 내 동성애 금지'라 일컫는 건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옳지도 않습니다. 형용모순이자 차별적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정명(正名)을 생각합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제임스 라이언 학장의 2016년 졸업식 축사가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축사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조언을 해줘야 좋을까 고민하던 그는 '질문'을 주제로 삼았다. 어릴 적부터 평생 질문하는 것을 좋아했던 성격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생에 꼭 필요한 5가지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냈고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반응을 얻었다. 그의 축사 동영상이 얼마나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는지 8백만뷰의 조회수가 나왔고 급기야 그는 일 년 뒤에 이 내용을 주제로 'Wait, What?'이란 제목의 책까지 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