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친박 정치인과 종편 정치평론가들이 말한다. "박근혜는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는데, 왜 처벌 받아야 하는가?" 피의자 박근혜 자신도 검찰 수사에서 "내 통장에 돈이 한 푼이라도 들어왔는지 확인해 보라"며 흥분했다고 한다. 변호인이 그렇게 하라고 조언했나? 형법의 기초 중의 기초 이론이자 판례를 알고도 그런다면 정치 선동이고, 모르고 그런다면 무식 자인이다. A와 B가 어떤 범죄(예컨대, 뇌물수수)의 공동정범이 되려면, 범죄에 대한 공동가담의사와 실행 분담이 있으면 족하다. 돈을 직접 받은 사람은 A이고, B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은 범죄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는 한국 형법이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법리다.
저는 30대 중반이기 때문에 마냥 '런던 생활이 훨씬 좋고, 한국은 절대 따라갈 수 없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한국이 그립기도 해서 돌아갈까 고민도 많았어요. 하지만 직장생활은 아주 달라요. 개인 생활과 회사 일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요. 휴가를 통해 개인 삶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고, 직장생활이 아닌 '내 자신' 개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앞날을 예측할 수 있잖아요. 저는 여기 오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나는 이희은 씨의 분노에 공감을 표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우리의 '빻은' 욕망은 원한다면 용인되어야 한다. 욕망을 검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신체를 수동적으로 전시하고 싶은 마조히즘적 욕망이라고 해도, 그곳에서는 자기결정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검열과 배제에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페미니즘에서 더 많은 욕망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관용은 폭력과 별개로 존재할 수 있다.
유명한 치어리더 박기량 씨가 문재인 캠프에 영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치어리더가 선거 운동이라니 대선이 장난이냐"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문재인 캠프가 부디 박기량 씨를 선거 운동을 위한 치어리더로 소비하지 말기를 바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진짜 고민은 글을 다 쓴 뒤 시작되었다. 문재인 캠프에서 박기량 씨가 치어리더로 소비된다고 한들 그게 잘못된 일일까? 치어리더로서 자부심을 지닌 채 살아 온 박기량 씨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돕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 않을까?
내가 중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매우 단순하다. 여러 중식당이 보내온 광고지의 메뉴를 죽 훑어보며 글자 서너 개만 찾는다. 메뉴에 이게 있으면 기본을 갖춘 중식당으로 간주해 거기에 주문을 넣는다. 내 경험에 따르면 이는 꽤 타율이 높은 방식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탕수육에서 소스가 빠지는 대신 반죽 자체에 짭조름한 간이 된 음식이다. 제대로 반죽해 잘 튀기면 어지간한 고급 요리 이상으로 맛있어서 나는 꽤 좋아한다. 근래엔 이걸 파는 중식당이 그리 많지 않다.
아버지를 보내드렸을 뿐,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강신명과 구은수는 공직생활에 아무런 흠결 없이 명예롭게 퇴임했고, 나머지 살인경찰 일당도 징계는커녕 무려 승진을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인을 해놓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니, 범죄자 친화적인 국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박근혜도 탄핵됐고,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밑에서 살인을 저지른 강신명의 구속영장도 청구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해본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듯, 나와 우리 가족도 언제까지나 기다릴 것이다.
짜르의 군인들은 짜르의 초상화를 들고서 짜르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고통을 달래주실 자애로운 짜르를 보고 싶다며 짜르의 궁전으로 행진해 오던 노동자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아울러 "탐욕스런 귀족들과 악랄한 관료들이 자애로운 짜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지만 우리가 직접 가서 짜르께 호소하면 잘 들어주시고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믿었던 노동자들의 소박한 환상도 그 피의 일요일에 완전히 박살이 났다. 오히려 짜르가 문제의 핵심이고 이 모든 고통의 근원이었다는 것이 러시아 안팎의 모든 이들에 백일 하에 폭로되고 말았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40년을 내고, 나중에 죽을 때까지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즉, '지금 세대에게 급여율을 인상하는 공약'은 인상분만큼을 '미래=청년세대에게 덤터기 씌우는 공약'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35세 이하의 청년세대들은, 그 사람이 야당-진보성향의 그 어떤 정치인이든 그 어떤 후보가 됐든 '국민연금 급여율 인상 공약'을 내걸면 결과적으로 여러분들에게 '덤터기 씌우는' 정치인이라고 이해하면 틀리지 않다.
지지율 1위의 문재인은 출마 선언에서 "다름이 틀림으로 배척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반대자도 품겠다는 당당한 다원주의자 선언이다. 맞다. 상대를 힘으로 윽박지르기보다는 솔직하게 이쪽 사정을 털어놓고 대타협의 명분을 주어야 둘 다 살고 국민에게도 이익이 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조금만 다른 의견을 내놔도 문재인의 지지자들은 "배신자"라는 문자 폭탄을 날린다. 오죽하면 안희정이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고 했겠는가.
요즘 인터넷에서는 7스킨법이 인기다. 7스킨법을 처음 들은 분들에게 설명하자면 스킨을 적신 화장솜을 7번에 걸쳐 연속으로 발라주는 미용법이다. 이렇게 하면 피부가 놀랍도록 촉촉해진다고 강추를 외치는 사람, 귀찮게 어떻게 7번이나 바르냐고 투덜거리는 사람, 따라했다가 피부만 더 자극됐다는 사람 다 제각각이다. 7스킨법을 시작하기 전 알아 보아야 할 내용 7가지를 추려보았다.
사랑하는 딸! 너도 알다시피 엄마 아빠는 80년 5월에 결혼했다. 한때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아빠는 당시 복학생이었고, 엄마는 신문사 기자였지. 당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된 뒤 군부가 지배하는 계엄 상태였지만, 그래도 민주화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존재했었다. 언론계에서도 박정희 정권 아래서 짓눌려온 언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벌어지고 있었지. 그러나 전두환의 쿠데타는 그 모든 희망을 완전히 짓뭉갰다. 민주화를 주창하던 사람들은 감옥으로 끌려갔고, 언론자유를 부르짖던 많은 선후배들과 함께 엄마도 강제해직됐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밟혀 나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며칠 전 전국의 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은 일제히 생소한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에 참여해달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고교생들에게 결핵환자가 많으므로 혈액검사를 통해 잠복결핵 여부를 확인하고 감염 양성자는 약물로 치료하겠다는 취지다. 모두 무상으로 이뤄진다며 검진과 치료에 동의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핏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의학적으로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미세섬유'라 부르는 매우 작은 섬유 가닥이 방출됩니다. 미세섬유는 현미경으로 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입니다. 화장품에 들어 있는 마이크로비즈처럼 말이죠. 우리가 세탁기를 한 번 돌릴 때마다 수십만 개의 미세섬유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갑니다. 이 가운데 많은 양이 바다에 도달해 수백 년을 떠돌아 다니죠. 물고기나 다른 바다생물이 삼킨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따라 결국 우리 식탁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나는 태어나서 학교를 한 번도 다니지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남들이 걸어오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사실은 종종 불안을 야기했다.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 나이가 될 무렵 이러한 불안은 감당할 수 없으리만치 극심해졌다. 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지? 대학에 가야 하나? 아니, 그 전에 대학에 들어갈 수는 있으려나? 군대는 어떻게 하지? 학벌, 연줄 없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모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는 이순자의 발언을 읽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나는 내가 오독했다고 생각해 여러 번 읽었다. 내가 잘못 읽은 것이 아니었다. 이순자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이순자의 망언은 계속된다. "오히려 최 전 대통령이 남편에게 후임이 돼 줄 것을 권유했다", "남편이 처음에는 고사하다가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당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지도력을 갖춘 사람은 전 사령관뿐'이라는 최 전 대통령 판단의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 등등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 약한 자아'라면, 한국 교육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다. 학생의 자아를 철저히 약화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아가 강한 아이도 한국의 학교체제에 발을 딛는 순간 온전한 자아를 보존하기 어렵다. 학교는 학생들을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점수로 줄 세워 우열의 질서 속에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한쪽에는 일상적인 모욕과 무시 속에서 열등감과 좌절감을 내면화한 '열등생'을 만들어내고, 다른 쪽에선 턱없는 우월감과 오만한 심성을 가진 '우등생'을 길러낸다. 이들은 모두 자아를 파괴하는 거대한 폭력기구의 희생자들이다.
퀴어여성을 위한 라디오프로그램 'L양장점'을 만드는 '레주파'의 DJ 하레와 작가 봉레오입니다. 'L양장점'은 2005년부터 마포FM을 통해 송출되었고 수요일, 목요일 자정에 들을 수 있는 방송입니다. 팟캐스트로는 다시듣기 형식으로 지난 '레주파'의 'L양장점' 방송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습니다. 레즈비언 맞춤방송이라는 의미로 'L양장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레즈비언뿐만 아니라 모든 퀴어여성을 위한 방송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해냈다. 추운 겨울을 넘는 일이 간단치 않았지만,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결국 여기까지 왔다. 10월 29일 첫번째 촛불을 들었을 때, 우리는 오늘이 올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도전' '불가능한 꿈' '넘을 수 없는 벽'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촛불의 주장이 이루어질지 걱정하던 이들에게, 민주주의를 회의하던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믿지 못했던 존재들에게 분명한 답을 보여주었다.
물론 문재인 전 의원이 반란군 수장을 미화할 목적으로 발언하지 않은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고, 해당 사실을 언급하는 데에 있어 워딩상 실수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은 이 이후 더욱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군대도 안 갔다 온 이재명, 안희정이 그런 말 자격이 있는가"라는 이야기가 SNS를 뒤덮으면서, 이 슬픈 현실에 나는 펜을 들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각각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되는 바람에, 어린시절 공장 직공으로 일하다 산재를 입는 바람에 군대에 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배경을 보건대 이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저열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