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도 잘 삶는 법이 인터넷에 널렸다. 상당수가 틀린 정보다. 삶은 후 벽에 던져서 익은 정도를 알아보라는 말은 절대 옳지 않다. 오래 삶아서 퍼진 국수가 더 잘 달라붙는다. 외국의 어떤 실없는 인간의 주장이 세계화된 경우다. 삶을 때 올리브유를 조금 넣으라는 말도 틀리다. 스파게티는 물에서 절대 달라붙지 않으니 안심하시라. 일반 밀가루가 아니고 듀럼밀, 즉 경질밀이라 전분이 잘 풀려나오지 않는 까닭이다. 작은 솥에 너무 많은 양의 스파게티를 넣고 서로 들러붙을까봐 불안해서 올리브유를 넣는다. 올리브유를 넣으면, 스파게티 표면에 기름막이 생긴다. 소스와 볶을 때 겉돈다. 맛없는 스파게티가 된다.
물론 문재인 전 의원이 반란군 수장을 미화할 목적으로 발언하지 않은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고, 해당 사실을 언급하는 데에 있어 워딩상 실수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은 이 이후 더욱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군대도 안 갔다 온 이재명, 안희정이 그런 말 자격이 있는가"라는 이야기가 SNS를 뒤덮으면서, 이 슬픈 현실에 나는 펜을 들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각각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되는 바람에, 어린시절 공장 직공으로 일하다 산재를 입는 바람에 군대에 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배경을 보건대 이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저열하다 할 수 있다.
주류 게임 문화가 소비해온 '여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초적인 폭력의 세계에서 양념처럼 걸쳐지는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그동안 게임 업계는 여성을 게임 속에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 게이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게임하는 여성은 아예 없는 사람이었거나, 있더라도 '게임 실력이 남자보다 떨어지는' 취급을 받았다. 특히 사용자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게임 실력이 계량화된 등급으로 평가 받는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가 들을 수 있는 가장 후한 말은 "여자 치고는 잘하네요"라는 말이다. 실시간 온라인게임에서 음성대화가 일반화되고 중요해진 요즘 게임에서는 문제가 더더욱 두드러진다.
다이어트 혹은 운동을 통해 우리가 얻고 싶은 좋은 결과는 뭘까? 보통은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나는' 게 제대로 된 결과라고들 한다. 그래서 불티나게 팔린 장비가 있었으니, 바로 체성분 분석기다. 체지방률뿐만 아니라 근육량이나 수분 공급 상태는 물론이고 어느 부위의 지방을 몇 그램 빼야 하는지까지 숫자로 딱딱 찍혀 나오는 기계라 믿을 만해 보인다. 그러나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우리는 왜 언어를 만들어 소통하는 걸까? 다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건 독버섯이다!' '저기 호랑이가 와요!'라는 사실을 서로 소통하면,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맞다. 만약 이 주장이 맞는다면, 언어는 듣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행위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상대방에게 말해주는 걸까? 말하는 사람에겐 어떤 유익함이 있을까? 설명하기 더욱 힘든 현상은 지난 수십만년 동안 인간의 듣는 능력, 청각기관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으며, 말하는 능력, 즉 구강 구조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현저히 발달해 왔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청각 기관은 개만도 못하다.
어떤 대선후보는 육아휴직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서 출산 직후,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또 아이 교육을 위해 필요할 때 엄마가 충분히 돌봐줄 수 있게 하자는 공약을 내놨다. 평소 직접 아이를 챙기지 못해 부채감을 안고 사는 직장맘들에게 솔깃한 제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다녀온 직장여성 10명 중 3명은 1년 이내에 퇴사하며, 4명 중 1명은 놀랍게도 육아휴직 후 일주일 안에 직장을 그만두었다.(2015년 기준)
옥사이트 스마트스펙도 시각장애인이 '한 치 앞'을 보며 보행하도록 돕는 기기다. 스마트스펙은 시력을 부분적으로 상실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지금은 상용화를 앞두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단계다. 최종 제품은 지금보다 가볍고 착용하기 편리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초기 모델은 녹내장, 망막염, 당뇨 등으로 인한 퇴행성 눈질환을 앓는 환자의 시력 개선을 돕는 데 주력한다. 스마트스펙이 눈을 오롯이 대신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지팡이나 안내견을 대신할 수준으로 성능을 올리는 게 옥사이트의 목표다.
요즘 서울시에서 지하철을 타면 곳곳에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시곤 하신다. 그런데 현실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그렇듯 아름다운 장면만으로 결론짓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이용하는 지하철 역의 어르신은 익숙한 길을 나름 노련하고 품위 있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는 내게 안내받을 의무를 강요하신다. 고령화 시대 어른들의 일자리 문제도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할 우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번 사업은 그에 부합하는 훌륭한 고민의 산물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떤 사업이든 시행착오와 수정은 불가피 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게이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향유할 수 있는 업소와 모임에서조차 감염인 게이는 눈치 보며 출입을 허락받아야하는 이로 강등당한다. 몸의 아픔은 소문이 되고 단절로 돌아오면서 관계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이는 좌절과 체념으로 연결되어 자존감을 쪼그라트린다. 에이즈에 대해 상식 없는 이야기로 소문을 부풀리는 대화가 자꾸 귀를 찌르는가 하면, 섹스를 하면서도 감염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몇 번씩 협상을 치른다.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는 데 있어 감염사실은 넘기 힘든 능선이다. 질병당사자로서 커밍아웃은 게이로 커밍아웃하는 것과 무게가 다르다.
세계는 왜 지금 탈진실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습니까. 첫째, 세계화와 급격한 기술의 변화는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고, 경제적 불평등 및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어느 때보다 극심한 삶의 불안감을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큰 사회에서는 걱정과 염려, 후회, 인지 부조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보수와 진보의 스펙트럼에 걸쳐서 다양한 언론이 공존하고, SNS상에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지만, 내가 원하는 정보만 선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외교부가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인 '코리아에이드'사업에 청와대와 최순실이 개입했음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불필요한 궁금증을 키울 필요가 없다'며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외교부 스스로 청와대와 최순실 등이 코리아에이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다는 반증이다. 정권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데 문체부 관료들의 조력이 있었듯이 국제개발협력사업이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이 된 데에는 외교부와 KOICA 관련자들의 동조와 묵인, 강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위 살을 찌게 한다는 비만 유전자를 논할 때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가 바로 FTO 유전자인데요. 비만 유전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유전자랍니다. 이 FTO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생기게 되면 식욕이 증가하고 포만감이 낮아지며 지방 세포의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기에, 그러한 사람들은 변이가 없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3kg 정도 체중이 더 나가며, 어릴 적부터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FTO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이후 '비만은 저주받은 유전자 탓이다'라는 문구가 많이 떠돌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체중을 감량하고자 노력할 때, FTO 유전자 변이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정부는 4대강의 수질악화를 인정하고 댐을 열어 물을 대량으로 방류함으로써 매년 여름 발생하는 녹조라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애물단지 댐들을 완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런저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정부가 이번 조처 같은 임시변통으로 대처한다면 4대강의 생태계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또한 이런 미봉책을 수행하는 데도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638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22조원이란 천문학적 비용이 이미 시궁창으로 흘러들어간 상황이라 6백억원대의 비용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섹스의 존재만 알 뿐, 그 행위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무지한 호기심만 많은 이들은 포르노를 보며 섹스를 배운다.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총기를 휘두를 확률이 높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섹스라는 행위를 실제적으로 접하는 계기가 포르노라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피임에 대한 개념도 없고, 청결에 대한 개념도 없고, 상호합의에 대한 개념도 없고, 만족스럽지 않은 섹스에 대한 개념도 없고, 함께 서로의 신체를 탐구할 필요성에 대한 개념도 없다. 그저 한 쪽이 넣으면 다른 한 쪽이 신음을 쏟아내고, 한 쪽의 만족감이 사정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되면서 끝난다. 그런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마주하는 섹스이다.
박근혜는 자신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무려 7시간 20분에 걸쳐 철저하게 검토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확인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피의자 박근혜의 권리다. 박근혜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밤을 꼬박 새우며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보여준 집중력과 책임감을 국정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메르스가 창궐할 때, 사드를 배치할 때, 위안부 졸속합의를 할 때,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 박근혜가 피의자신문조서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보인 집중력과 책임감을 보여줬더라면 박근혜가 이토록 처참하게 몰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개그우먼 이국주가 자신에 대한 성희롱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그 게시물이 지워진 상태지만 관련 소식을 보도한 뉴스의 댓글에는 이국주가 그동안 방송에서 저지른 '성희롱' 사건들을 나열하며 "왜 본인은 남성 연예인들 성희롱했으면서 자신이 당하니 기분 나빠 하느냐"고 따져 묻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국주가 방송에서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이 어째서 가능했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으면 "성희롱은 성희롱으로 되갚아야 한다"는 무책임한 논리만 되풀이하게 된다. 필요한 물음은 이것이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뚱뚱한 여성 연예인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집에 가장 오래 있는 사람에게, 자기 공간 하나가 없었다. 엄마를 뺀 나머지 사람은 거실 외에 자기 공간 하나를 더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것이 비단 나의 엄마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엄마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묻고 싶다. 아이의 학교나 남편의 직장을 생각하지 않고 집을 구한다면 말이다. 내가 어떤 작가의 책을 사고, 어떤 감독의 포스터를 벽에다 붙일지 고민하는 것처럼 엄마도 그럴까. 너무 오랫동안 누구도 물어보지 않아서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박근혜씨가 삼성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걸린 시간은 8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 8초 동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29자의 말만 하고 들어갔습니다. 박근혜씨가 수사를 받는 동안 국민이 알 수 있었던 것은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저녁에는 경호원이 사다 준 흰죽을 먹었다는 식사 메뉴 뿐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혐의를 부인했는지 아니면 인정했는지 여부는 몰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각종 소식이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씨가 조사를 받는 21시간 동안 국민은 그녀의 식사 메뉴만 보고 있었습니다.
임금불평등은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삶의 조건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난다. 일을 더 잘하거나 의미있게 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저임금 상태가 지속되면 청년과 청소년은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잃고 만다. 여성 가장들은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린다. 경력이 단절된 중년들은 되돌아갈 힘을 얻지 못한다.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대선주자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발 딛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