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향유할 수 있는 업소와 모임에서조차 감염인 게이는 눈치 보며 출입을 허락받아야하는 이로 강등당한다. 몸의 아픔은 소문이 되고 단절로 돌아오면서 관계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이는 좌절과 체념으로 연결되어 자존감을 쪼그라트린다. 에이즈에 대해 상식 없는 이야기로 소문을 부풀리는 대화가 자꾸 귀를 찌르는가 하면, 섹스를 하면서도 감염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몇 번씩 협상을 치른다.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는 데 있어 감염사실은 넘기 힘든 능선이다. 질병당사자로서 커밍아웃은 게이로 커밍아웃하는 것과 무게가 다르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이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은 상승했지만, 자살률은 최고이고, 출산율은 최저이며, 65세 이상 빈곤율은 최악입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이런 한국의 상황을 대변하는 단어일 겁니다. OECD 중 한국의 불명예 1위는 도대체 몇 개? 절망스러운 기록들 위에 또 다른 기록들을 보탠다는 것이 유쾌하지 않지만,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OECD 중 최악' 타이틀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이 기록들은 바로 석탄과 연결돼 있습니다.
세계는 왜 지금 탈진실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습니까. 첫째, 세계화와 급격한 기술의 변화는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고, 경제적 불평등 및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어느 때보다 극심한 삶의 불안감을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큰 사회에서는 걱정과 염려, 후회, 인지 부조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보수와 진보의 스펙트럼에 걸쳐서 다양한 언론이 공존하고, SNS상에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지만, 내가 원하는 정보만 선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외교부가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인 '코리아에이드'사업에 청와대와 최순실이 개입했음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불필요한 궁금증을 키울 필요가 없다'며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외교부 스스로 청와대와 최순실 등이 코리아에이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다는 반증이다. 정권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데 문체부 관료들의 조력이 있었듯이 국제개발협력사업이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이 된 데에는 외교부와 KOICA 관련자들의 동조와 묵인, 강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위 살을 찌게 한다는 비만 유전자를 논할 때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가 바로 FTO 유전자인데요. 비만 유전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유전자랍니다. 이 FTO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생기게 되면 식욕이 증가하고 포만감이 낮아지며 지방 세포의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기에, 그러한 사람들은 변이가 없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3kg 정도 체중이 더 나가며, 어릴 적부터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FTO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이후 '비만은 저주받은 유전자 탓이다'라는 문구가 많이 떠돌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체중을 감량하고자 노력할 때, FTO 유전자 변이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정부는 4대강의 수질악화를 인정하고 댐을 열어 물을 대량으로 방류함으로써 매년 여름 발생하는 녹조라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애물단지 댐들을 완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런저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정부가 이번 조처 같은 임시변통으로 대처한다면 4대강의 생태계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또한 이런 미봉책을 수행하는 데도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638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22조원이란 천문학적 비용이 이미 시궁창으로 흘러들어간 상황이라 6백억원대의 비용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섹스의 존재만 알 뿐, 그 행위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무지한 호기심만 많은 이들은 포르노를 보며 섹스를 배운다.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총기를 휘두를 확률이 높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섹스라는 행위를 실제적으로 접하는 계기가 포르노라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피임에 대한 개념도 없고, 청결에 대한 개념도 없고, 상호합의에 대한 개념도 없고, 만족스럽지 않은 섹스에 대한 개념도 없고, 함께 서로의 신체를 탐구할 필요성에 대한 개념도 없다. 그저 한 쪽이 넣으면 다른 한 쪽이 신음을 쏟아내고, 한 쪽의 만족감이 사정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되면서 끝난다. 그런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마주하는 섹스이다.
박근혜는 자신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무려 7시간 20분에 걸쳐 철저하게 검토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확인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피의자 박근혜의 권리다. 박근혜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밤을 꼬박 새우며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보여준 집중력과 책임감을 국정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메르스가 창궐할 때, 사드를 배치할 때, 위안부 졸속합의를 할 때,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 박근혜가 피의자신문조서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보인 집중력과 책임감을 보여줬더라면 박근혜가 이토록 처참하게 몰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내 머릿속의 상식은 장애인과 무슬림을 나와 똑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내가 마땅히 마음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하고, 혹시라도 그들이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그들의 생존권을 위해 마땅히 연대해야 한다고 나의 상식은 말한다. 그러나 나의 두려움은 정반대의 말을 한다.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나보다 월등한 체구와 완력을 지닌 남성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종 차별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갖은 고초를 겪을 무슬림들이지만 한국보다 훨씬 더 가부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문화에 뼛속까지 익숙해 있을 남성들과 격리되는 길을 택하라고 말한다.
집에 가장 오래 있는 사람에게, 자기 공간 하나가 없었다. 엄마를 뺀 나머지 사람은 거실 외에 자기 공간 하나를 더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것이 비단 나의 엄마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엄마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묻고 싶다. 아이의 학교나 남편의 직장을 생각하지 않고 집을 구한다면 말이다. 내가 어떤 작가의 책을 사고, 어떤 감독의 포스터를 벽에다 붙일지 고민하는 것처럼 엄마도 그럴까. 너무 오랫동안 누구도 물어보지 않아서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박근혜씨가 삼성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걸린 시간은 8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 8초 동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29자의 말만 하고 들어갔습니다. 박근혜씨가 수사를 받는 동안 국민이 알 수 있었던 것은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저녁에는 경호원이 사다 준 흰죽을 먹었다는 식사 메뉴 뿐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혐의를 부인했는지 아니면 인정했는지 여부는 몰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각종 소식이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씨가 조사를 받는 21시간 동안 국민은 그녀의 식사 메뉴만 보고 있었습니다.
임금불평등은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삶의 조건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난다. 일을 더 잘하거나 의미있게 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저임금 상태가 지속되면 청년과 청소년은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잃고 만다. 여성 가장들은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린다. 경력이 단절된 중년들은 되돌아갈 힘을 얻지 못한다.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대선주자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발 딛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 20년 동안 정치는 시소처럼 오르내렸는지 모르나, 교육 노동 인권 영역은 거의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더 나빠졌다. 즉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조금 좋아졌다가 그 후 9년 동안 나빠진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실직한 가장들이 자살하는 일은 많아도 지금처럼 콜센터 실습 중인 학생이 자살하거나, 구의역에서 일하던 19살 청년 노동자가 전동차에 끼여 죽는 일은 없었다.
상대적 진보 성향 후보가 자신이 군 경력에서 보수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나서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한 건 실은 문재인 후보가 처음은 아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아들 부시 대통령에 맞섰던 존 케리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금 문재인 후보처럼 자신의 군경력을 강조하는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대폭망이었다. 왜 때문에 존 케리의 군경력 강조 선거캠페인은 실패했을까? 출발은 우연이었다.
징역 1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저지른 죄는 검찰 구형을 기준으로 하면 절도, 폭행, 성폭력과 같은 수준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종 판결이 나와야 비교할 수 있겠지만 어찌 됐든 현재로썬 누군가를 해칠 수 없다는 사람을 국가는 절도, 폭행, 성폭력과 같이 위험한 죄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가장 안전한 위험 유발자일지도 모릅니다. 기소 사실을 인정하고(물론 무죄를 주장하지만) 누군가를 해치지도 않기에 안전하지만, 국가에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성격의 죄인인 것이지요.
"줄푸세는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는다." 줄푸세 공약을 만들었다는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한 이야기다. 줄푸세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공약으로, 법인세 인하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엄격한 법질서의 적용을 말한다. 당시의 줄푸세 공약과 사상은 누가 보아도 1980년대의 레이건을 연상시키는, 낙수효과와 시장근본주의에 기초한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그런 줄푸세가 재벌개혁과 나아가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의미하는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는다니. 문재인 후보도 5년 전 "줄푸세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1960년의 우리 국민들은 이승만 독재 체제의 폐단을 겪으면서 그것이 대통령제에서 나오는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통령제를 버리고 내각책임제를 선택했다. 하지만 4·19혁명의 발생 원인을 대통령제에서 찾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을까? 이승만과 그를 옹위했던, 헌법상의 국민주권주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나라를 이끌었던 세력이 잘못이지, 헌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을까? 국정농단의 주범이 파면된 2017년. 현행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내각책임제로의 개헌을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짧게!" 이게 문제이다. 순간적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여 반짝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니 무리한 마케팅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무첨가 마케팅에다 주요 재료에서 특정의 재료를 빼서 표기하는 속임수 마케팅을 한다.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하였으면 그 정도는 위험하니 피하였을 것이 분명한데도 언제 끝날지 모르니 일단 내지른다. 그러다가 운이 나쁘면 고발 프로그램의 먹이가 되어 그 수명이 더 짧아질 수도 있다. 대왕카스테라가 딱 그랬다.
세월호의 침몰 장면, 그것도 마지막에 비현실적 희망으로 에어포켓이라는 개념이 전 국민에게 설명되던 그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을 넘길 수 없다. 이 이미지 내부에는 수장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분명하게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작업을 본 관객들이 그들의 죽음과 관계된 수많은 장면들을 병렬하며 감상할 수밖에 없다. 이 이미지는 그저 그 죽음만을 향해 뻗어가는데, 작가의 의도나 다른 조형적 장치들은 '죽음의 이미지' 앞에서 맥없이 매몰된다. 이 작업의 문법이 포르노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