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는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는 성폭력 문제 해결과 변화를 견인해냈던 힘센 개념이다. 하지만 잘못 휘두르면 다른 부수적인 피해가 남게 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 두 개념은 잘못 이해되어온 측면이 있고, 이제는 부수적인 피해 수준을 넘어 해악을 끼치는 측면이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이 글을 쓴 이유는, 2차 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개념의 오용 혹은 오해로 인해 사건의 해결이 요원해지고 모두가 문제해결능력을 더욱더 잃어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검찰의 자폭(自爆)을 초래하는 결정이 될 것이다. 박 씨에게 공범들의 재판 진행을 모니터링할 시간을 2개월 이상 주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박 씨를 소환조사하여 확보한 증거, 공범의 진술과의 모순을 확인하고, '무주공산' 청와대를 압수수색하여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모두 3월 중 끝낼 수 있다. 이래야 대선 과정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검찰, 정치 생각하지 말고 법만 생각하라.
만도헬라 정규직은 만도에서 온 관리자 30명뿐이고, 생산직 345명은 모두 파견사원으로 생산라인 '정규직 0명 회사'다. 주야 맞교대 하루 12시간 일하고, 쉬는 날은 1년 365일 중 보름 남짓. 세계 2위에 빛나는 한국 노동시간보다 갑절(4200시간)이나 더 일한 월급이 300만원이 안 된다.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 애인과도 헤어졌다. 직원 평균연령 30대 초반, "일요일만이라도 쉬게 해 달라"는 게 소원이다. 악마의 일터는 '게으른 사람의 머리'(영국 속담)가 아니라 정규직 0명 회사다.
만약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예우를 포함한 표현이라면, 당연히 전두환 씨와 박근혜 씨로 불러야 한다. 하지만 그냥 단순히 "예전에 한때 대통령이었다"는 뜻이라면 둘 다 전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1997년의 대법원 판결 이후 무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두환 씨인지 전두환 전 대통령인지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으니, 박근혜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피하더라도 계속 '전 대통령'이라고 불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반란군 수괴와 탄핵된 대통령을 어떻게 부르며 대접할 것이냐는 그저 호칭의 혼란이 아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실질적인 사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금 박근혜는 형사처벌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박근혜 입장에선 어떻게 하건 다음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는 수 외엔 길이 없다. 이를 위해 박근혜는 자기를 교주로 떠받드는 광신도들을 더욱 흥분시키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의 자택 복귀의 변은 향후 전개될 사건들에 대한 강한 암시이자, 지지자들에 대한 총동원 명령이다.
2017년 3월 10일의 불가역적인 결정에 따르는 것은 규칙을 존중하는 것이고, 스스로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행위다. 그러나 광장에서는 여전히 불복의 함성이 들려오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하나뿐이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내 생각과 다른 소수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 박근혜의 일탈에 관대하고, 선의를 믿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가 든 세대다. 이들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 마음대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탄핵을 지지하는 다수는 상처받은 소수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해서 극단적인 충돌을 피해야 할 것이다.
촛불혁명을 이끈 것은 인내와 자제력을 가지고 거리에서 압력을 가해온 시민의 공이지만, 정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들이 엄동설한에 고생할 이유도 없었다. 따라서 시민의 요구와 괴리되어 있는 지금의 정당·의회·선거제도는 꼭 개혁돼야 한다. 상향식 공천, 비례대표제의 확대, 중·대선거구제의 도입뿐 아니라 정보기술혁명과 함께 실현 가능성이 커진 국민소환제를 포함한 직접민주주의 요소의 강화가 정치개혁의 핵심 목록에 올라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는 부패한 권력자를 내쫓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부터는 부패한 권력자가 나오지 않는 토양 만들기에 눈을 부릅떠야 한다.
헌재가 민주주의의 위기의식을 공유하니까 언어도 전향적으로 좋아지는구나. 이번 결정문을 들으며 느꼈던 흐뭇함은, 뒤이은 뉴스 해설 프로들을 보며 깨졌다. 여러 패널들이 '이제는 화해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누가 누구와 싸웠나?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과, 그걸 촉구하는 평화적 시위가 있었던 것 아닌가. 태극기 극렬 집회? 그럼 그쪽을 분명히 지칭하고 자제를 촉구할 일이다.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는 박근혜의 모습에서 새롬이, 희망이와 7마리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이날 "한 국가의 원수였던 분께서 직접 입양하고 번식하였던 진돗개 9마리를 책임지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사실 유기나 다름없다. 삼성동 사저의 크기는 대지면적 484㎡, 건물면적 317.35㎡라고 한다. 이곳에서 진돗개 몇 마리조차 기를 수 없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기견 입양하겠다던 대통령이 유기견 9마리를 만들고 있다. 그것이 탄핵당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누가 대통령감인지 아닌지 보려면, 약자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아야 한다.
이 영상의 남녀가 비슷한 인종으로 보였다면 그들이 결혼한 사이인지 의문을 품은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상정했지만 별로 언급되지는 않은 중요한 점들이 있다. #NotTheNanny 에서 논의된 민족과 인종에 대한 편견은 그보다 더 큰 젠더 편견 안에 존재한다. 첫째, 만약 영상 속 여성이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고 남편이 아이를 데려간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이 대화를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종과 무관하게, 남성이 남편이 아니라 육아 도우미일 거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둘째, 만약 여성이 (켈리가 그랬듯) 아이를 밀었다면, 설령 미소를 짓고 부드럽게 밀었다 해도 세상 사람들은 그녀에게 분노를 쏟아냈을 것이다.
사람들은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쥐 죽은 듯 칩거하는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청와대를 떠나면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짤막한 성명 하나 정도는 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그의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거는 헛된 기대였을 뿐입니다. 내가 여러 번 말한 바 있지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이래 그가 보인 행태를 보면 눈꼽만큼의 애국심도 없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의 민주헌정질서에 던진 도전장이었습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탄핵된 위임권력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입니다."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 짐작이 가지만, 나는 이 말을 애써 선의로 해석하고 싶다. 앞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해 사법기관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어떤 의혹도 남겨서는 안된다. 그렇게 "진실"이 만천하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다음에야, 그때 비로소 시민들은 용서와 화해의 가능성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나서서 '국민통합' 운운하며, 섣부른 용서와 화해를 주장해서는 안된다.
2월 20일, 한 언론은 삼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 오는 6월부터 기존 갤노트7에서 배터리 용량을 낮춘 리퍼비시 제품을 인도와 베트남 등지에서 판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기사에 따르면, 확인 결과 삼성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린피스는 실체 없는 루머만 양산되는 현실을 우려해 2월 22일, 갤노트7의 재활용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3월6일, 배터리 용량을 낮춘 갤노트7을 오는 7월 국내에서 판매하기로 했다는 '삼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가 또다시 흘러나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계단 높이가 2m 정도로 말도 안되게 높아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서점에서 구입한 책의 글씨가 흰색이어서 아니면 1포인트 이하의 작은 글씨여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겐 곳곳에 산재한 턱과 계단들은 우리에게 2m 높이의 계단이 주는 느낌과 비슷한 정도의 난감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서점의 책들은 글씨가 모두 없어져 버린 책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이게 바로 이동권이고 정보접근성이라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북풍이 왜 부는지 우리는 안다. 너무 자주 반복되어 식상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북풍은 퇴장하지 않고 또 등장한다. 야당 안의 북풍동맹세력도 책임이 크다. 이들은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을 정치공학으로 신봉한다.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부의 규탄 대열에 동참할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야당이 정부의 무능을 덮고, 무능을 사면받은 정부는 마음 놓고 북풍을 일으키고, 여론이 다시 악화되고, 야당은 여론 핑계를 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로건〉이 특별해 보이는 건 이 영화가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의 확장성이 아닌 독립적인 본연의 이야기만으로 충분한 깊이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매우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영화 〈로건〉을 기존 〈엑스맨〉 시리즈의 연장선 위에서 읽으려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다. 이 영화는 울버린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의 독립적인 이야기다.
고위 공직자인 한 여인은 머리에 롤을 말고 출근했다. 이 중요한 날, 그는 혼자 머리를 하고 최소한 자신의 뒤통수를 봐 줄 가족들의 배웅조차도 없이 서둘러 출근을 했나 보다. 결국 누구도 그녀의 뒷머리 롤을 지적해주지 않은 채 직장까지 출근했고 전 국민은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그 모습을 보고 '여자가 칠칠찮다'느니 '여자가 자기 관리를 못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또 한 명의 고위 공직자인 한 여인은 그 날 직장에 출근하지도 않은 채 집에 퍼질러 있었다. 국가 최고 책임자인 그녀는 300명이 넘는 어린 생명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을 그때 느지막이 출근하겠다고 미용사를 불러서 머리를 올렸다.
세월호의 경우, 고의적으로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적절하지 못하게 대응하여 많은 생명을 잃게 만들었는데, 이는 일종의 무능력이다. 헌법재판소에서 명백히 드러난 위법을 넘어 직무수행 능력, 직무수행 태도까지 문제삼아 선출직을 탄핵한다면 이 역시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그럼 무능력하거나 게을러터진 대통령 뽑으면 임기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렇다. 그건 뽑은 국민이 치러야 할 다가다. 그러니, 선거는 장난이 아니다.
'여기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이 사진에 제목을 붙인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같은, 얼핏 평범한 심리 테스트처럼 보이는 질문들이 있다. 하지만 이건 그 사람의 테스토스테론, 옥시토신 분비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행동 설문조사를 담은 것으로, 되도록 첫 소개팅 자리에서 그들의 화학물질이 서로 반응하도록 도와주는 테스트라고 보면 된다. 이하모니의 중매 과학을 주도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카이핑 펭 교수는 '중매의 성공은 가장 비슷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는 이론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