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는 박근혜의 모습에서 새롬이, 희망이와 7마리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이날 "한 국가의 원수였던 분께서 직접 입양하고 번식하였던 진돗개 9마리를 책임지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사실 유기나 다름없다. 삼성동 사저의 크기는 대지면적 484㎡, 건물면적 317.35㎡라고 한다. 이곳에서 진돗개 몇 마리조차 기를 수 없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기견 입양하겠다던 대통령이 유기견 9마리를 만들고 있다. 그것이 탄핵당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누가 대통령감인지 아닌지 보려면, 약자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아야 한다.
이 영상의 남녀가 비슷한 인종으로 보였다면 그들이 결혼한 사이인지 의문을 품은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상정했지만 별로 언급되지는 않은 중요한 점들이 있다. #NotTheNanny 에서 논의된 민족과 인종에 대한 편견은 그보다 더 큰 젠더 편견 안에 존재한다. 첫째, 만약 영상 속 여성이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고 남편이 아이를 데려간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이 대화를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종과 무관하게, 남성이 남편이 아니라 육아 도우미일 거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둘째, 만약 여성이 (켈리가 그랬듯) 아이를 밀었다면, 설령 미소를 짓고 부드럽게 밀었다 해도 세상 사람들은 그녀에게 분노를 쏟아냈을 것이다.
사람들은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쥐 죽은 듯 칩거하는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청와대를 떠나면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짤막한 성명 하나 정도는 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그의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거는 헛된 기대였을 뿐입니다. 내가 여러 번 말한 바 있지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이래 그가 보인 행태를 보면 눈꼽만큼의 애국심도 없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의 민주헌정질서에 던진 도전장이었습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탄핵된 위임권력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입니다."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 짐작이 가지만, 나는 이 말을 애써 선의로 해석하고 싶다. 앞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해 사법기관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어떤 의혹도 남겨서는 안된다. 그렇게 "진실"이 만천하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다음에야, 그때 비로소 시민들은 용서와 화해의 가능성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나서서 '국민통합' 운운하며, 섣부른 용서와 화해를 주장해서는 안된다.
세상의 모든 계단 높이가 2m 정도로 말도 안되게 높아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서점에서 구입한 책의 글씨가 흰색이어서 아니면 1포인트 이하의 작은 글씨여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겐 곳곳에 산재한 턱과 계단들은 우리에게 2m 높이의 계단이 주는 느낌과 비슷한 정도의 난감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서점의 책들은 글씨가 모두 없어져 버린 책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이게 바로 이동권이고 정보접근성이라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북풍이 왜 부는지 우리는 안다. 너무 자주 반복되어 식상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북풍은 퇴장하지 않고 또 등장한다. 야당 안의 북풍동맹세력도 책임이 크다. 이들은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을 정치공학으로 신봉한다.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부의 규탄 대열에 동참할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야당이 정부의 무능을 덮고, 무능을 사면받은 정부는 마음 놓고 북풍을 일으키고, 여론이 다시 악화되고, 야당은 여론 핑계를 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로건〉이 특별해 보이는 건 이 영화가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의 확장성이 아닌 독립적인 본연의 이야기만으로 충분한 깊이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매우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영화 〈로건〉을 기존 〈엑스맨〉 시리즈의 연장선 위에서 읽으려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다. 이 영화는 울버린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의 독립적인 이야기다.
고위 공직자인 한 여인은 머리에 롤을 말고 출근했다. 이 중요한 날, 그는 혼자 머리를 하고 최소한 자신의 뒤통수를 봐 줄 가족들의 배웅조차도 없이 서둘러 출근을 했나 보다. 결국 누구도 그녀의 뒷머리 롤을 지적해주지 않은 채 직장까지 출근했고 전 국민은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그 모습을 보고 '여자가 칠칠찮다'느니 '여자가 자기 관리를 못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또 한 명의 고위 공직자인 한 여인은 그 날 직장에 출근하지도 않은 채 집에 퍼질러 있었다. 국가 최고 책임자인 그녀는 300명이 넘는 어린 생명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을 그때 느지막이 출근하겠다고 미용사를 불러서 머리를 올렸다.
세월호의 경우, 고의적으로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적절하지 못하게 대응하여 많은 생명을 잃게 만들었는데, 이는 일종의 무능력이다. 헌법재판소에서 명백히 드러난 위법을 넘어 직무수행 능력, 직무수행 태도까지 문제삼아 선출직을 탄핵한다면 이 역시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그럼 무능력하거나 게을러터진 대통령 뽑으면 임기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렇다. 그건 뽑은 국민이 치러야 할 다가다. 그러니, 선거는 장난이 아니다.
'여기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이 사진에 제목을 붙인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같은, 얼핏 평범한 심리 테스트처럼 보이는 질문들이 있다. 하지만 이건 그 사람의 테스토스테론, 옥시토신 분비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행동 설문조사를 담은 것으로, 되도록 첫 소개팅 자리에서 그들의 화학물질이 서로 반응하도록 도와주는 테스트라고 보면 된다. 이하모니의 중매 과학을 주도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카이핑 펭 교수는 '중매의 성공은 가장 비슷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는 이론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요즘 마시는 노동음료는 어떤가. 인간에게 준다기보다 노동에 주는 것이 아닐까. 노동의 양을 늘리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음식이라기보다 각성제에 가까운 일종의 약물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마트와 약국 매대에서는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료들이 화려한 상표를 바꿔 달고 폭발적으로 소비를 부추긴다. 몸 노동을 갈취하고 정신적·정서적 영역마저 잠식하는 약물. 지친 몸을 강제로 부축하여 작업대에 세우는 물질.
대통령에서부터 각급 지방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행정권력이 침범할 수 없는 중립 영역을 법으로 제도화해 넓혀 나가면 된다. 이걸 공약으로 내걸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정치세력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반대편 정치세력이 집권했던 기간 동안 쌓인 문제들을 청산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뜻일망정, 그로 인해 승자 독식은 강화되고, 반대편은 이를 갈면서 정치를 '밥그릇 수복'과 재청산의 기회를 얻는 투쟁으로 환원시킨다.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수입산 주정과 같은 재료에 물을 탄 후 활성탄으로 냄새를 없앤 후 인공감미료를 탄 희석식 소주(제재주)로, 진정한 의미의 증류식 소주(燒酒)와는 다르다. 이 점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대중주로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싼 가격에 적당히 취하게 해주는데 소주만한 술도 없었다. 가성비라는 이 매력이 다른 모든 약점을 메워주고도 남음이었다. 그런데 소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특히 일본이라는 존재와의 그들과의 관계가 무겁게 다가오는 요즘에는, 명백히 찜찜한 구석이 있다.
탄핵반대 집회장의 분기(憤氣)에 황망히 가신 노인 분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었나. 지금의 노년세대는 국가가 최우선이라 배우고 체화했으며, 그 신념을 상찬받는 시절들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그들에게 국가는 곧 자신의 정체성이며, 국가의 위기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다. 물정 모르고 탄핵반대 집회에 나간다고, 또는 돈을 받고 모인다고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도리어 어째서 그들은 그렇게 지난한 삶을 살아내야 했는가, 또는 어째서 그 비루한 돈이라도 받아야 생존이 가능하게 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성실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였거나, 탄핵될 만한 수준으로 어긴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성실이라고 하는 개념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개념이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탄핵 소추의 직접적인 판단 대상이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명백히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의무임에도 법적인 판단이 될 수 없는 성실의 의무를 판단할 주체가 법원이 아니라 다른 주체, 곧 헌법 1조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이라는 사실을 이 판결문은 담담히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거주 제한 구역'과 '피난지시 해제 준비 구역'에서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除染) 작업을 시행해 왔습니다. 특별한 작업은 아닙니다. 민가와 도로 20m 반경 지역 지표면의 오염된 흙을 약 5센티미터가량 걷어내 밀폐된 플라스틱 자루에 담는 방식입니다. 효과는 미미했지만, 제염작업으로 발생한 핵폐기물의 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핵폐기물 자루가 주택과 농지 인근 노지에 그대로 쌓여 있는 곳이 후쿠시마 현 내에 이미 14만6천 개(2016년 10월 기준)가 넘게 있습니다. 검은 자루만 7백만 개 이상입니다. 보낼 곳도 없이 산처럼 쌓여있는 핵폐기물 앞에 서면 그 누구라도 할 말을 잃게 됩니다.
방사선 노출로 인한 암 발생에 있어서도 여성은 더 위험하다. 원폭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에서 성별에 따른 암 발생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 특정 암(유방, 난소, 자궁)을 제외하고도 10가지 암 중 9개에서 여성들의 발병률이 높았다. 위암은 남성의 3배, 폐암은 4배에 달했다. 엑스레이나 CT촬영시 발생하는 피폭에 따른 위험도 여성에게 더 심각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위험도는 높아져서 20대 여성은 40대 남성보다 4배나 높은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인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한 점'에 초점을 맞췄고, 나머지는 최대한 피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파면사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재판관들 사이에도 세월호에 대한 판단을 놓고 끝까지 토론이 이뤄진 것 같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 책임, 특히 대통령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적, 법적 책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헌재는 그들의 의견까지 통합해야 결정의 정당성이 극대화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수배와 구속, 그리고 고문도 감수하면서 투쟁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작년 11월에 초등학교 4학년인 사랑하는 딸아이와 같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들이 났었다. "아, 내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와 함께, 유혈진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리고 계엄령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민항쟁에 동참하고 있구나~"라는 사실 자체가 매우 감격스러웠다. 이 사건을 통해 대통령은 '선출된 왕(王)'이 아니라, 단지 '5년 시한부로, 위임받은 권력'에 불과하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국민적 학습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