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임박해서 민주당의 후보군 중의 한 명인 그가 이명박, 박근혜를 예로 들어 '선한 의지'를 말하는 것은 이러한 자신만의 대화방식 일반을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우선, 그가 다른 자리에서 변명한 대로 그것이 '조롱'의 뉘앙스를 가진 말이라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위안이 되겠지만 손석희 앞에서 밝힌바 상대방의 진정성을 일단 인정하고 들어간다는 자기만의 대화술의 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이 된다. 조롱이나 비아냥은 일단 상대방의 선의를 긍정하고 들어가기는커녕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조롱'의 뉘앙스가 없는 채로 이명박근혜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대선국면에서 보수층을 견인하려는 철저히 계산된 진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연정을 해야만 한다는 뜻은 알겠고, 그럴 때 상대를 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선의를 가진 존재로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렇게 해서 야당에서도 기꺼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겠다는 자세가 됐다고 치면, 그들과 손을 잡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제 얘기해야 한다. 설마 보수세력의 선의를 인정한다고 이제 다 죽어가는 낙수이론을 다시 들고 나오거나, 노동시장 유연화를 창의적으로 강화시킨다거나, 압박을 통한 북핵 해결에 손을 들어주지 않기만을 빈다. 이게 그에 대해 내가 기대하는 마지막 '선의'다.
유로존과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르펜의 당선은 유럽통합 65년 역사의 종언을 의미한다. 영국 없이도 EU는 굴러갈 수 있지만 프랑스가 빠진 EU는 상상할 수 없다. 그의 당선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에서 시작된 포퓰리즘과 보호주의, 고립주의의 쓰나미가 프랑스의 둑을 무너뜨리면서 유럽대륙에 본격 상륙한다는 뜻이고, 나치즘과 파시즘의 광풍이 몰아쳤던 1930년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평화와 협력의 시대가 끝나고 분열과 대결의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미래가 2017년 프랑스 대선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표현은 "김치녀/년"이었으며 페미니스트나 메갈리안 등 성차별이나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 외모나 나이, 능력 등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못생긴', '뚱뚱한',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혐오표현과 '외모에만 신경 쓰는 생각 없는 존재'로 폄하하는 혐오표현을 동시적으로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존재성을 부정하고 섹슈얼리티만 부각된 "변태", "호모" 등으로 지칭하는 혐오표현이 두드러졌다. 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혐오표현도 많이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들 아시겠지만 애플렉은 2010년 같이 일했던 동료 여성영화인들로부터 성추행을 이유로 고소당했다. 이 사건은 합의로 종결되긴 했지만 여전히 불쾌하며 이 사건을 알게 된 뒤로는 자연인 애플렉의 얼굴은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보기는 어렵다.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상 매체에서 매력적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점은 우리가 영화나 시리즈에서 매료되고 감정이입한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캐릭터와 분리된 본체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고 몰입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에 무시할 수 없는 결함이 있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에서 가장 큰 생명체인 대왕고래도 노래를 한다. 10~40㎐대의 저주파인데, 화려한 혹등고래의 노래보다도 낮고 웅장하다.(인간은 이 중 일부인 20㎐까지만 들을 수 있다.) 대왕고래의 노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 수백㎞ 밖에서도 들린다. 정교한 청음 장치로는 수천㎞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 엄청나게 긴 음향 도달 거리로 봤을 때, 대왕고래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전혀 다른 사회구조에서 살 거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이렇게 상상해보자. 서울에서 "어이, 잘 지내니?"라고 부르면, 도쿄에서 응답이 온다. "잘 안 들려, 좀 똑똑히 말해봐."
형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저의 명예회복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는군요. 아니, 오히려 법원이 말한 "틀린 표현도 보호할 수 있다"는 말을 대부분 언론이 앞뒤 맥락 없이 인용한 탓에 오히려 법원이 나의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간주하면서도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한 것처럼 인식한 이들이 더 많아졌을 것 같기도 합니다. 가처분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가 진 이유를, 저는 명확하게 압니다. 달리 말하자면 형사소송에서 이긴 이유를 명확하게 압니다.
이십대쯤의 청년이었다. 우리가 앉은 근처에서 한 강아지가 쉬를 했다. 그 청년은 저 끝에서부터 순식간에 다가오더니 스폰지 밀대로 일단 그것을 훔쳤다. 그런 뒤 무릎을 굽히고 노련한 보안관처럼 등 뒤에 꽂힌 두 가지 스프레이 중 하나를 뽑아 칙칙, 뿌린 후 허리춤에 꽂힌 두루마리 휴지를 뽑아 긴 팔로 들어올렸다.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휴지봉에 꽂고 왼손으로는 휴지 끝을 잡더니 허공에서 휘휘 돌려 풀려나오는 것을 유려하게 감아 쥐고 바닥을 닦았다. 무슨 리본 체조 같았다. 연속 동작으로 등 뒤에서 다른 소취제를 뽑아 칙칙, 뿌린 후 정확히 같은 리본 체조를 반복하더니 사뿐히 일어나 가버렸다.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났던지!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이들을 포함한 모든 야권 후보들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등 비슷한 재벌개혁 방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당시 재벌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재벌개혁은 정책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엉뚱한 소식이 들린다. '역선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이른바 본선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상대방으로 비교적 약체인 후보가 선출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그 당을 지지하지도 않으면서 경선인단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함을 넘어서, 치졸하고 비열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상대방이 대표선수를 뽑고자 하는 데 들어가려고 하는 것인가?
사드 배치의 찬반 논의가 정확하게 이뤄지려면, 이제라도 한반도 사드 배치의 직접적인 보호 대상이 한국 국민이 아니라 오키나와, 괌에 있는 미군과 그 기지이고,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는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 북극성과 김정남 때문이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과 미군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듣고 치열한 논의를 벌여야 한다.
야동이라도 '몰카'는 보지 말자는 거야. 즉 국산은 스킵하자는 거지. 미국이나 일본은 포르노가 합법인 나라여서 일반적인 영상물 제작할 때처럼 모두 자신들의 동의하에 출연을 하며 일정한 급여를 지급 받지. 최소한 선진국들은 겉으로라도 법과 제도하에서 이 산업을 규제, 감독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포르노가 불법이고 따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취할 수 없어. 이렇다 보니 흔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국산'은 몰카 또는 '리벤지 포르노'가 대부분이야. 비정상적인 변태성욕을 가진 이가 몰래 촬영한 내용을 올리거나 또는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거나 협박하기 위해서 세상에 뿌린 것이지.
나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들어가 재를 뿌리려는 행위에 '역선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 행위에 무슨 역선택의 소지가 있다고 그런 경제학적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나는 1989년에 쓴 "미시경제학"에서 역선택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교과서에 소개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이 이처럼 오남용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마저 느낍니다.
안희정은 법인세의 실체나 알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주저하는 것인가? 모르고 그러는 것이라면 대통령이 되기에 식견이 한참 모자란 것이고, 알고도 그러는 것이라면 안희정이 노동 보다는 기업의 친구에 가깝기 때문일 것 같다. 노동에 대한 안희정의 태도도 나를 무섭게 한다. 안희정은 "사용자들이 만들어놓은 의제에 반대하기 위해 모이지 말자"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 혹한을 국민들이 즐긴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정치란 요술과 같은 것입니다. 제발 국민들이 위임한 정치를 요술처럼 잘 해서 생업과 가정의 행복에 온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게 민생정치의 요체입니다. 선동정치와 득표정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민을 생활로 빨리 되돌릴 수 있는 정치를 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페미니스트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우리 중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게 가하는 폭력과 피해를 금세 생각하게 되었다. 퀴어인 내가 흑인 퀴어들이 많지 않은 곳에 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내가 흑인 퀴어들을 위해 충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때들을 떠올렸다.
대한민국 헌법은 삼권분립을 전제로 한다. 몇몇 주자들의 이러한 발언은 참주적 발상으로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헌정문란 행위이다. 대한민국에는 입헌민주국가로서의 의사결정과정이 있다. 헌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국정정상화를 위해서는 헌재가 아니라 권한대행을 압박해야 한다.
운동회 편 가르듯 내향적, 외향적 두 가지로 구분하면 편하겠지만 인간은 원래 복잡하다. 소심한 성격도, 그것을 고치려던 투지도, 또 어중간한 자리에 주저앉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소' 중얼거리는 것도 나다. 더는 과도한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게으름까지 합세하여 알 것 같은데 모르겠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정권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 다른 비전도 야권후보 지지율 1·2위인 문재인과 안희정이 보여줘야 한다. 삼성그룹 총수 최초로 이재용이 구속된 바로 이 순간, 안희정과 문재인은 노무현 정권의 결정적 실수인 삼성과의 관계 정립 실패에 관해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만약 자신이 새 대통령이 된다면 재벌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