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넌 정말 친절하구나."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도 그가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하나.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우리는 포옹하고 헤어졌다. 나는 공항 환전소에서 극적으로 여권을 되찾았고 그날 밤 늦게 숙소로 되돌아갔지만 두 번 다시 그 청년을 보지 못했다.
아직도 야권의 대권 주자 중 1년 전 김종인처럼 안보는 보수라는 깃발을 들고, 정부의 무능을 덮으려는 사람이 있다. 알지도 못하면서 유엔안보리 제재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안보는 보수'파, 정말 문제가 많다. 나라가 썩어 들어가도 색안경만 쓰고 있을 사람들이다. 최소한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다른 분야는 몰라도 외교안보 문제에서 실력을 갖추기를 정중히 요구한다.
페이퍼퓨지는 겉보기엔 장난감 실팽이와 똑같다. 원반과 실, 손잡이가 전부다. 원반에 혈액을 담은 작은 튜브가 달려 있다. 원반 구멍으로 끈을 관통시키고, 양쪽 손잡이를 당겼다 늦추길 되풀이한다. 그러면 가운데 원반이 회전하며 혈액 속 성분을 분리해낸다. 회전 속도는 최대 분당 12만5천 회(rpm)다. 일반 실험실에서 쓰는 원심분리기 '스탯스핀MP'의 최대 속도는 2만rpm이다. 연구진은 페이퍼퓨지를 이용해 15분 만에 혈액에서 말라리아균을 분리해냈다. 제작비는 단돈 2센트(약 200원)이다. 상업용 원심분리기의 1만5천 분의 1 가격이다.
만약 문재인 전 대표가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을 통제하거나 받지 않았다면 기자들이 성명서를 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질문을 충분히 받을 시간적 여유와 장소가 되기는 부적절해 보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수 있는 브리핑룸도 아니었거니와 기자들이 서 있을만한 공간도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복도에서 질문을 계속 받고 있기 힘들었고, 너도나도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질문을 받아야 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이동 중이었습니다. 이동하는 도중에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언론 통제니 언론에 재갈을 물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성교육의 내용을 국가 표준안을 통해 정하겠다는 발상부터 문제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도 경악할 정도로 비상식적이다. "여성은 무드에 약하고 남성은 누드에 약하다"와 같은 문구는 눈을 의심케 한다. 또 표준안은 '남성의 성욕은 여성에 비해 매우 강하다'는 입장을 드러낸다. 성욕은 성차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 다르다. 표준안에서 제시하는 성폭력 예방법은 더욱 가관이다. 만원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할 것 같으면 가방끈을 길게 해서 뒤로 메라고 한다. 아니, 대체 당할 거 같은지 아닌지의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려대의 정책은 장학금이란 본래 면학을 지원하는 것이지 좋은 성적에 따라붙는 부상 같은 게 아님을 되새겨 주었다. 또한 이런 정책에 내포된 규범적 태도는 우리 사회 여러 관행에 대해 교정 효과를 지닌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성취와 보상을 연계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또 그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에 비해 성취를 위한 조건의 균등화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심각하게 부족하다.
나경원에게 정치 창녀라고 하는 것, 정유라 최종학력이 중졸이라며 비아냥거리는 행위, 박근혜가 저 모양인 것이 시집도 못 가고 애도 못 낳아봐서라는 진단(?), 탄핵반대 집회에 나온 새 박사한테 "너나 일어나라"고 하는 거. 손석희씨 흉내를 내 잠시,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혹시 진영논리에 갇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습니까? 인종, 여성, 학력, 장애인, 소수자들을 당신은 어떤 시선으로 보고 계십니까? 저도 편견의 지배를 제법 받는 사람이라 이런 훈장질할 자격이 없지만 적어도 입밖에 내지 않을 정도의 부끄러움은 있습니다.
지금의 탄핵 국면을 요약하는 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보다 더 적확한 말은 없다. 겨울이 지나는 동안 무슨 일들이 일어났나? 박근혜는 특검 수사에 일체 응하지 않았고, 최순실은 묵비를 방패로 강압수사를 주장했으며, 거짓뉴스가 대량으로 생성, 유통됐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극우들이 집결했으며, 황교안은 대통령이나 된 듯 행세하고, 새누리당이 박근혜를 비호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조직적 반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쇼핑에도 불편하며 청결하지도 않고 때로는 시장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는 일이 매우 지치고 귀찮은 일이 되기도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많은 시장 상인들은 3-40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할뿐더러 흐름에도 완전히 뒤쳐졌다. 전통시장의 위기는 그것을 움직이는 상인들이 현대의 트렌드에 맞추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탓이 아니다. 기존의 전통시장의 영업 방식과 시스템을 지지해줄 장노년층은 점점 줄어 가고 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전통시장은 위기가 아니라 세대교체에 의한 자연적 쇠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연적 쇠퇴에는 물을 아무리 붓는다 하여도 소용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그 지지가 임기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두 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그는 실정이 있을 때마다 기뻐했다. 파병, FTA, 노동유연화 정책 같은 것에 반발이 일어날 때면 "그것 봐! 내가 그럴 거라고 했지! 지지했던 놈들 다 반성이나 하나?!" 하며 조금씩 신나했다. 먼저 알아본 자신의 선구안과 근본까지 꿰뚫어보는 심미안(?)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몇 차례 그런 장면을 보다가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원하는 게 세상이 좋아지는 건가요, 당신의 적이 실패하는 건가요? 당신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 신념을 내걸고 운동하는 사람인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세상이 나빠진 일에 왜 기뻐하나요?"
첫번째로 논의해야 할 것이 생산체제의 변화와 그에 따른 기술실업 문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전통적인 복지국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단순한 일자리를 대체하겠지만, 고급 일자리는 많이 만들어진다"고 하면서,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에 대해서는 실업인구 재교육과 평생교육 등 사회안전망 강화로 대응하는 방안을 말했다. 이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본소득론 진영의 현실인식과 다른 점이 많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로서 '교육 마피아'를 척결해야 한다. 이들은 교육부 고급관료만이 아니다. 비리사학의 '소유주'들 외에도 각종 위원회에서 교육부의 충실한 꼭두각시 노릇을 하거나 장차관 자리를 꿰차는 교수들을 포함하며, 교육부 출신으로 교수, 총장, 이사(장)으로 변신하는 이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실상은 아직 대중에게 충분히 폭로되지 않았다. 총장 외의 주요 비리 관련 교수가 다 구속된 이화여대의 경우, 지원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모두 선정된 일은 '비선실세'와 더불어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자(들)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지만 아직 진상은 숨어 있다.
전 세계 방수/방풍/투습 소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고어社 섬유사업부는 2020년 말까지 일반 아웃도어 제품용 소재에서, 그리고 오는 2023년 말까지는 전문 아웃도어 제품용 소재에서도 유해성 PFC 사용을 중단할 것을 악속했습니다. 이로써 2020년까지 고어社 섬유사업부 제품의 85%에서, 2023까지는 전체 제품에서 유해성 PFC가 사라지게 될 예정입니다. 자연을 오염시키는 잔류성 유해물질 PFC는 공기를 타고 이동해 북극곰의 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의 장기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또 PFC가 인간의 혈액에도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편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아마도 80, 90년대, 아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그림을 표현의 자유와 풍자의 프레임으로만 보았을 여성들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여성들에게 젠더질서의 변화가 정권교체만큼 중요한 현실이 된 것을 작가는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 여성비하를 자청하고 있는 시국에서 이런 그림이 가지는 풍자적 의미는 무엇일까? 오히려 대통령이 여성임을 부각시키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해온 여성들의 활동과 문제의식을 공격하는 혹은 무시하는 수준의 작품이 아닐까? 남성 작가나 국회의원이 여성들의 문제제기를 의식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살 수 있었던 세상은 끝나가고 있다.
남성과 여성은 평균 학력, 평균 혼인연령, 종사직종 등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이런 차이도 총임금격차에 포함됩니다. 총임금격차에서 차별을 추출해 내야 합니다. 어떻게? 차이와 차별을 분리한 연구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분리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연구 결과값을 제시하며 임금 격차의 몇 퍼센트가 차별에서 비롯된다고 보여준 뒤 넘어갈 수 있습니다. 쓰는 저와 읽는 여러분 모두 편합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엄밀한 의미에서 설명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보고 나서도 "그게 왜 차별인지, 어째서 꼭 그만큼이 차별인지" 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가〉의 매력은 완벽하게 평등한 존재들에 있다. 알라나와 마르코의 외양은 다르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하나는 천사처럼 날개가 있고, 하나는 악마처럼 뿔이 달려 있다. 그들을 쫓는 킬러들, 프리랜서라 불리는 이들은 저마다 모습이 다르다. 윌은 우리 인간과 똑같아 보이고, 그가 사랑하는 스토크는 눈과 팔다리가 몇 개인지 한참 세 봐야 한다. 별 하나가 하나의 존재이기도 하고, 죽어 있는 존재들도 살아있는 이들과 대화를 하고 영적인 관계를 맺기도 한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혐오하는 것은, 당장 싸우고 있는 랜드폴과 리스뿐이다. 〈사가〉는 남자와 여자, 산 것과 죽은 것, 인간과 동물, 외계인 등 모든 존재를 같은 위치에 놓는다.
자취하는 여자들이 위협을 느낀다는 이슈가 떴다. 이 이야기 역시 여러가지로 보도할 수 있다. 연합뉴스가 택한 방법은 여성의 피해자화다. 기사의 사진은 등을 보이는 여성의 사진이다. 당신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여자를 보게 된다. 그리고 '혼사녀'라는 신조어까지 붙였다. 하여튼 XX녀라고 안 붙이면 사내복지에, 인사고과에 영향이 가나 보다. 하나하나만 보면 크게 비판거리가 안 될 것 같지만, 그게 모자이크처럼 합해져서 치안은 좋다지만 여성 상대 강력 범죄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한국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가혹한 형벌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면 필연적으로 책임감을 등에 업고 살아가야 한다. 개인의 삶을 건사해야 한다는 책임감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도 점점 무거워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런 책임감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서서히 망가지는 세상과 자신의 일상을 분리하며 살아간다. 가끔씩은 원래 세상이 그런 것이라 합리화하기도 한다. 세상을 망친 주범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세상을 망치는데 일조한 공범이라 여기진 않는다.
김정은은 딜레마에 빠졌다. 그가 신년사에서도 "군사기술적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한 말이 과장이 아님을 내외에 보여 주기 위해서는 KN-08이나 KN-14, 그것도 아니면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무수단이라도 발사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김정은은 트럼프가 두렵다. 난폭자는 난폭자를 안다. 국내외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침없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7개 이슬람 국가 시민들의 미국 입국 금지령을 내리고, 중국·일본·독일을 상대로 '금융전쟁'을 선포하는 트럼프의 미국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다가는 불벼락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한·미 정보당국의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것도 김정은이 빠진 딜레마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