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녀상'이 어쩔 수 없이 환기시키는 '능욕당한 순결한 소녀'라는 이미지는 전쟁범죄자들의 죄상을 묻는 일에 적합한 상징성만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이미지는 흔히 식민지 침탈을 당하거나 패전을 당하거나 하는 특정 민족(국가)의 불행한 상태를 환유하여 '민족주의'라는 비이성적 환상을 조작해 내는 데에도 적합한 상징성을 갖는다. 더 나아가면 여성에 대한 고착된 관념 -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하고 순결해야 하고, 다른 '놈들'이 건드려서는 안되는, 비자율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라는 남근주의적 관념을 재생산하는 또 다른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바로 나도 공감하는 바 이 '소녀상'이 주는 불편한 느낌의 근거일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습니다. 지난 1월 8일 "사드배치는 다음 정부로 최종결정을 미루자"고 했다가 15일 "한미간 합의를 취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6일 "한미 협의에 얽매일 필요 없다"며 또 원점에서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도록 말을 두 번 번복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는 2012년 대선 당시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한 혼선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재용이 433원을 최순실 일당에게 공여하면서,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고? 박근혜와 이재용 세 번 독대했다. 이후 청와대는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하도록 지시했다. 그 덕이 이재용 일가는 3조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그런데 이재용은 이상을 모두 몰랐다고? 이재용 사전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인정되면, 이는 바로 박근혜의 혐의로 연결된다. 특검은 박근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번 특검 수사로 정경유착과 '삼성왕국'의 대한민국 막후 지배를 끝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은 어느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고 회원국 모두를 위해, 그리고 회원국 사이의 이해관계조정을 하는 업무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유엔사무총장이 특정국가인 대한민국의 공무를 수행하였다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반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된 후 사무소가 있는 미국 뉴욕으로 전출을 했다가 지난 13일에 다시 국내에 주민등록전입신고를 하였다. 따라서,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단서조항의 어디에도 해당할 여지가 없다.
"기독교 신앙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성경 한 권 얻을 수 있겠습니까?" '호, 이런 기특한 신병을 봤나' 하는 흐뭇한 얼굴로 군종병이 문고판 성경책을 주더군요. "기왕이면 성경 말씀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영어로 된 성경책을 빌려주십시오." 그래서 영한 대역 성경책을 한 권 얻었습니다. 작업하다 쉬는 시간에 남들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 피우는 동안 저는 한구석에 앉아 영어 성경을 읽고 외웠습니다. 방위병 막내가 토플책을 보다가 걸렸다면 엄청나게 맞았겠지요. 하지만 아무도 저를 건드리지 않더군요. 흔히들 군대 고참은 하느님보다 높다고 하는데, 고참도 하느님은 무서운가 봐요.
약속 시간 그중에서도 헤어질 시간만큼은 철저하신 그분들이 마지막으로 내놓으시는 것은 언제나 이상적 복지의 약속이다. 당장이라도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은 획기적 약속들과 정책들 앞에서 우리는 혹여나 하는 기대감으로 활짝 웃고 그들은 근본적 목적이었던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간다. 참으로 희한한 것은 내가 보았던 그분들 중 꽤나 많은 분들이 이런 저런 선거에서 당선이 되셨는데 세상은 아직 우리 아이들이 살기엔 많이도 거칠고 우리는 사진 속 배경이 되어주신 그분들을 여전히 소외계층 혹은 복지사각지대라고 부르고 있다.
대통령 입후보자가 피선거권의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으면 선거소송(당선소송)을 거쳐 당선이 무효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대통령직을 둘러싼 논란이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를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 피선거권의 자격요건으로 국내 거주 기간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석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만약 공직선거법의 개정 없이 현재 상태로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면 피선거권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회가 대통령선거의 기본규칙인 피선거권에 관한 규정부터 명확한 의미로 개정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성별 직종분리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직종별로 차이야 있겠지만, 전반적인 직종별 성 비중은 지난 20년간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대학진학률과 학업성취도 차이가 사실상 사라졌고 (오히려 여성이 우위에 있고), 무수한 정책과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개인 "노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부 전문직에서 여성이 약진하고 있음을 들어 소위 "여성 상위시대"를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문제는 효율성을 갉아먹을뿐더러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됩니다.
[찬성] 고통을 실제로 겪는 환자에게는 매일매일이 고통스러운 나날이다. 회생할 수 없는 환자에게 이루어지는 연명치료는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게 죽음을 연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극심한 고통 때문에 죽을 권리는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 [반대] 죽을 권리를 허용하면 자발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강요된 죽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은 죽을 권리가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아니라, '죽어야만 하는 의무'가 될 수 있다. 회복 불가능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귀찮고 쓸모없는 인간'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대 폐지론'을 들고 나와 다시 한 번 논쟁이 붙고 있다. 사회의 문제가 말 몇 마디로 해결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서울대 폐지와 대학의 평준화라는 주장은 가벼운 발언이다. 서울대학교를 없앤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는 서울대학교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왜곡된 욕망구조에 있다.
모바일 인터넷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게 눈에 띈다. 그리고 메시징 서비스와 텔레비전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고, SNS 역시 확고한 위치를 잡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PC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의 차이가 꽤 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고, SNS와 1인 방송을 기점으로 살아남은 뉴미디어와 쇠락하는 올드미디어가 확연히 구분된다. '1인 방송'의 이용률이 라디오, 종이신문, 잡지를 모두 뛰어넘었다는 게 여기서 제일 놀라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힘 그 자체, 돈과 할 수 있다는 세일즈맨 정신만이 이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인들은 오바마를 더 선호한다. 새로 나온 조사에 의하면 오바마의 지지율은 55%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새 대통령 치고는 아주 낮은 37%다. 트럼프와 이너 서클의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위인설'에 기반해 행동하지 않는다. 위인설은 너무 20세기적이고, 처칠, 루즈벨트, 스탈린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수퍼히어로 설에 기반한다. 남성미 넘치는 인물이 역사뿐 아니라 중력까지도 거역한다는 이론이다.
처음 해 본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눕힌 채 자기가 턱받이를 하고 음식를 주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건 관심과 진정성의 문제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배려심과 분별력과 진정성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배려심과 분별력과 진정성을 결여한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제로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당할 것이 확실한 박근혜가 명확한 증거다.
진짜안보 논쟁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아니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대한민국의 포괄적 안보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사드는 북핵을 억지할 수 있는 군사적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방법의 효용성과 실효성은 국가 이익, 한반도 안정과 평화, 그리고 동북아의 전략적 역학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포괄적 안보관 속에서 논의할 때,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빨갱이니, 종북이니 색깔론만 들이대는 가짜안보에는 자극적인 언사와 저질스런 몸짓만 난무하지 현상을 타파하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고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을 국내 기업들끼리만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올해 그린피스는 4개국 30개의 주요 IT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네이버와 카카오는 C로, 삼성 SDS는 D로 평가되었습니다. KT와 LG U 등 나머지 국내 IT기업들은 전부 F에 그쳤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100% 사용 약속을 했지만, 여전히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은 2% 대에 머물러 있고, 삼성 SDS는 여전히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약속'을 통한 글로벌 리더다운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이원집정부제, 의원대각제, 중임제 대통령제 등의 통치구조를 둘러싼 개헌논의가 다시 뜨겁다. 그러나 통치구조의 변경보다는 현행의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선결과제로서 더욱 중요한 일이다. 현행의 선거제도를 존치한 채 정부형태를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변경하는 것은 국민과 유리된 채 특정 정치세력의 강화만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반기문 전 총장이 휴일도 없이,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지 못할 만큼 바쁘게 일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좀 충격을 받았다. 이런 리더는 조직을 병들게 한다. 공무원도 사람이다. 쉴 때 쉬어야 창의력을 발휘한다. 일주일에 5일 딸들과 저녁식사를 한다는 미국 대통령의 말을 듣고 많은 공무원들이 부러웠을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할까? 반기문 전 총장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알고 보면 창피한 얘기다. 이런 리더를 자전거라 부른다. 밑에 직원들 쥐어짜서 자기 출세하는 사람들. 그들이 지나친 조직은 골병이 들어 회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도 새마을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곧 망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대통령의 피선거권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16조 1항의 내용이다. 중앙선관위는 위 조항에서 "거주하고 있는"을 "거주한 적이 있는"으로 해석했다. 이 두 표현은 의미가 엄연히 다르다. "거주하고 있는"은 과거 어느 시점부터 현재까지 거주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의미이다. "선거일 현재"라는 전제는 "선거일 현재로 역산하여 5년 이전의 시점부터 현재까지 거주가 지속되는"이라고 해석할 때만 의미가 있다.
촛불집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찬 구호와 대열이 만들어졌다. 그 속에서 동떨어진 옷을 입고 있는 나는 이방인 같았다. '도서관에 하이힐 신고 오는 여자들 이해가 안 돼' 라는 수군거림처럼, '집회 나오는데 치마입고 하이힐 신은 것 봐' 하는 수군거림을 들었다. 한번은 내가 너무 짧은 바지를 입었다고 선배에게 주의를 받았다. 시민들을 만나는데 옷이 너무 짧으면 보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궁금했다. 짧은 바지는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걸까? 조직에서 나는 치마 혹은 짧은 바지를 입거나 화장을 하면 운동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