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 사진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고, 한국이 성적으로 꽉 막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는 말을 보고.십 년도 넘은 언제인가 연예인 모 씨가 위안부 컨셉으로 섹시 화보를 찍은 적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난리가 났고 그분은 사과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눈물로 사과하고 그랬었다. 이게 왜 잘못됐을까? 그 엄청난 비극적인 일을 모바일 섹시 화보로 소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엄연히 피해자들이 있는데, 그것을 섹시 컨셉으로 바꾸고, 카메라의 시선은 그런 여자를 보고 욕망을 느끼는 '가해자' 입장이었다.
박근혜 대리인단은 헌재에 제출한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자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선일씨 남치 사건 당시도 관저에 머물며 전화와 서면으로 보고를 받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박근혜 대리인 측의 주장이 합당한지, 팩트를 확인해보겠습니다. 6월 21일 오전 6시 59분, 노무현 대통령은 관저에서 이종석 NSC 차장으로부터 이라크 현지 한국인 피랍 관련 소식을 전화로 보고받습니다. 오전 7시부터 관저에서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와 아침 식사를 하면서 이라크 피랍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눕니다. 업무 시간이 시작되는 9시, 노무현 대통령은 본관 집현실에서 이라크 현지 한국인 피랍 상황에 대한 수석 보좌관 회의를 합니다.
'반기문은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너무 많은 증거를 스스로 쌓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쨌든 한국 역사상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 발언을 가장 많이 한 유력 인사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2015년 6월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엔헌장 채택 70주년 기념식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미국의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인 '하비밀크재단'으로부터 성적소수자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 노력한 공로를 기리는 메달을 받았을 정도다.
정치권에 의한 주도권 행사가 뜻하는 바에는 하나로 뭉친 촛불시민을 후보별 지지자 집단들로 분해하는 것도 들어있다. 이런 분해가 심화되면, 후보 간 경쟁이 지지자 집단 사이의 갈등과 반목으로 증폭되기도 한다. 지난 6일 민주정책연구원의 개헌 관련 보고서가 야기한 논란은 SNS 상에서 이런 갈등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지지자들의 자제를 '절박하게' 요청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선거경쟁에서 지지자 집단 간의 갈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심해지면 정권 교체라는 목표 자체를 위협한다. 지지자들의 협량함은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세월호 참사도, 국정농단도, 헌정훼손도, 사태의 본질에 대한 이성적 논증과는 거리가 먼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이념적 프레임의 전쟁터로 만들려는 시도가 계속 발생한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거기서 시민적 양식과 "이성"은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아이를 잃고 단식 농성 중인 부모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는 짓이 벌어진다.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해도 특정인과 세력을 맹목적으로 '묻지마 지지'하는 일이 벌어진다. '묻지마 지지'와 '묻지마 비판'은 민주주의의 덕목과는 거리가 멀다. 매사에 '너는 누구의 편인가'를 따지고, 그를 통해 이념공세를 펼치고 자기편을 규합하려는, 자기편이 아니라면 '밥줄'도 끊어야 한다는 식의 '빨갱이' 사냥이 벌어진다.
이런 유명 프로그램에 가게가 소개되어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 그 가게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일까? 많은 사람들이 '대박'이 나는 것이 가게에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가게들은 대박 나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단 소개가 나가서 사람이 몰리는 경우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는 운명을 맞기 때문이다. 또한 각 음식점들은 자신의 퀄리티가 감소하지 않는 선에서 감당 가능한 최대 주문량이 정해져 있다. 이런 파급력 큰 프로그램의 소개는 그 이상의 주문량이 밀려와서 전체적인 퀄리티 하락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영업 지속의 위기가 찾아오게 만든다.
얼어붙은 남북한 간의 대립 한가운데서 잊혀 가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개성공단 폐쇄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적지 않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개성공단을 통해서 한국경제의 활로를 열며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듦으로써 통일의 바탕을 마련하고자 했던 목표를 잃은 것은 더 큰 손실이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단'이 아니다. 남북 사이의 '평화 지대'이자 안전핀이다. 그래서 이명박정부조차도 북한 핵실험과 연평도 포격에도 개성공단만은 폐쇄하지 않았던 것이다.
CNN 뉴스를 틀어놓고 공부하면 아는 단어만 들리고 모르는 단어는 죽어도 안 들립니다. 테러리즘, 파리스, 프레지던트 등 언뜻언뜻 들리는 단어 몇 개로 내용을 추리하고는 CNN 뉴스의 70퍼센트를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제대로 된 영어 공부가 아닙니다. 자신이 정말 CNN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면 뉴스를 받아쓰기해보세요. 자신이 써놓은 문장이 말이 되면 제대로 들은 거죠. 그렇지 않다면 CNN 청취로 영어 공부 하지 마세요. 시간과 정력만 낭비하는 것입니다. 힘들어도 기초 회화를 들으며 따라 하고 외우시는 편이 낫습니다.
반권위적이고 민주적이면서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을 위한 인권을 부정하는 것은 위선적이고 쓸모없다. 이는 트럼프의 여성·소수자혐오적인 이상한 말에는 반대하면서도 정책 때문에 트럼프를 뽑았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지금 이 순간, 선택은 모 아니면 도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한국 문화와 사회에 무지하다 비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한국의 퀴어 운동가들과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자리를 같이 했고, 같이 일했고, 같이 행진했고, 같이 울었고, 같이 애도했으며, 그리고 그들에게는 여느 때보다도 더 지금 이 투쟁이 모 아니면 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10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등 17인의 국회의원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법에 따라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입법예고 되었는데, 여기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무려 1,073개의 반대 의견이 달린 것.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다른 개정안들에 단 한 개의 의견도 달리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뜨거운 반응이다. 더욱 기이한 것은 1,073개의 의견들이 모두 11월 28일 하루에 올라왔고, 그 내용들도 '복사 붙여넣기' 한 듯 비슷하다는 것이다.
강남역 사건 이후의 집단적 변화가 없었다면 대통령과 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이용한 여성비하와 혐오문화가 엄청나게 유통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여성문제로, 페미니즘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아마도 여성 다수에게 해당되는 비정규직, 저임금 문제와 함께 성 욕망, 낙태, 성폭력, 미혼모 등 섹슈얼리티 문제를 둘러싼 문화적 법적 도전이 한국 사회에서 더 전면화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촛불집회의 시민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문화적 변화를 낳을 힘의 태동은 시작되었다.
한국사회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언론의 현실 개입에 너그럽다. 보수 논객들은 정부에 들어가는 것을 승진의 자연스러운 마지막 단계라고 볼 만큼 한국의 보수사회는 너그럽고, 운동가와 언론인의 구분을 아무런 고민 없이 넘나들어도 그것이야말로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할 만큼 한국의 진보사회는 관대하다. 내가 이번 문제를 굳이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한 이유는 그 전에는 우리 언론이 훌륭했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가장 존경받는 언론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성장패러다임이 종언을 고한데다, 양극화가 극심하며,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과학기술 혁명으로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본소득이 논의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기본소득이 좌우파 모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기본소득을 능가할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다니엘은 케이티의 성 노동을 아무리 힘들어도 인간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막장의 행위로 여긴다. 식료품 배급소에서는 그녀가 혹여 타인들 앞에서 비참해질까 봐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해 주었는데, 성매매라는 케이티의 노동에 대해서는 타인의 시선으로 안타깝게 그녀를 바라본다. 다니엘의 안타까움은 순도 백 퍼센트 선의다. 그래서 케이티는 더 비참하다. 자신이 신뢰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들켜버린 치부,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미안함. 복잡한 마음이 얽힌다. 다니엘의 선의는 과연 그녀의 존엄을 지켜주는 걸까?
트럼프 당선자가 한·중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국민으로서는 정말 억울하다. 잘 살펴보면 한국은 외환조작을 하는 게 아니라 노동덤핑을 하는 국가다. 한국의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2002년 정규직의 67.1%였지만 2015년도에는 정규직의 43%에 불과했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도 2016년 8월 기준 32.8%(통계청)로 3명 중 1명(644만4000명)이다. 즉 케네디대통령이 언급했던 소셜덤핑을 하는 사회다.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MBC 기자들에게 "짖어봐"하며 조롱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고 피눈물이 흘렀습니다. MBC 로고를 마이크에서 떼어내고, 골목에 숨어서 방송하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럽겠지만 절대 죄책감은 갖지 마세요. MBC가 이렇게 된 건 그대들 탓이 아니니까. MBC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비극은 다 우리 선배들 탓입니다. 권력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뿔뿔이 흩어져 이제는 아무 힘이 없는, 그래서 막내 후배들에게 소주 한 잔 따라 주며 '기자는 힘센 놈들과 싸워야 된다'고 가르치지도 못하는, 못난 선배들 탓입니다. 요즘 제게 MBC가 예전의 사랑받던 방송으로 돌아갈 수 있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문화재위원회에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부결되었다. 지난 8일,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부결 이후 양양군 곳곳에 걸린 현수막 사진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육교 위에 "문화재청 농간에 환경부는 병신됐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는 사진도 그중 하나였다.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진행해서 건설을 허가했음에도 문화재위원회가 사업을 부결했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한 내용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선의는 굉장히 한국적이면서도 위험한 종류이다. 한국적인 건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한 타인의 오지랖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이고, 위험한 건 미리 정답을 주고 여기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판타지지만 이 익숙한 자칭 '선의'는 아니다. 이 영화의 뽀샤시한 예쁨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미심쩍은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도 당연하다.
박근혜와 니콜라이 2세, 두 사람의 비극적 몰락에는 사이비 종교의 냄새를 풍기는 비선뿐만 아니라 불길한 전조(前兆)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니콜라이 2세는 왕위에 오른 지 1년 반 뒤인 1896년 5월 14일 대관식을 치렀다. 피로연은 17일에 열렸는데 빵과 술을 얻으려고 50만 명이 밀려들어 1400명이 압사했다. 모스크바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와중에 황제는 무도회를 열고 황후와 춤을 추었다. 28세의 젊은 황제를 '사랑하는 아버지'로 부를 정도로 충성심이 강한 러시아 백성들이었지만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차르를 마음에서 추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