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 궐위의 상황에 대한 언급이지만 대통령의 사고도 궐위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비상상황이라는 점에서 왜 헌법이 대통령 궐위 시 60일이라는 비교적 단기간 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요구하고 있는지를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탄핵결정을 받아 궐위된 비상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60일 이내에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상당히 짧은 기간 내에 후임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도록 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국민의 선거로 직접 선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청문회 의원들에 대한 비난은 크게 보면 하나다. 언론 보도나 검찰 수사로 이미 알려진 것 외에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는 거다. 과격한 표현이나 모욕적 언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런 말들이 치밀한 준비와 계산 아래 나와서 증인의 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끌어냈다면 비난받지 않았을 거다. 인터넷의 댓글들을 보면 확실히 시대가 바뀌었다. 성과 없이 증인에게 모욕 주고 고함만 치는 걸 반기는 국민은 드문 것 같다. 명예감정을 자극하는 것과 명예감정을 밟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소외된 남성' '빈곤층' '젠더 의식 부재'. 여기에서 추출해 낼 수 있는 것이 유영철까지 나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것은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이 맞다. 남성 혐오도 아니다. 저 글을 읽었을 때 내가 떠올렸던 건, 중학생 때 오빠가 컴퓨터 안에 숨겨두었던 [유출] 꺾쇠가 달린 동영상, 성매매를 했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바람에 나랑 엄청나게 싸웠던 내 친구, 아는 형이 자기 너무 힘들다면서 노래방 데려가더니 노래방 도우미 불러서 떨떠름하게 있다가 나왔다던 내 친구. 그 사람들은 유영철이 아니다.
방송인 박경림이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알코올 알레르기란 음주 시 온몸이 빨개지거나, 두드러기가 나타나고, 심할 경우 호흡곤란이 오는 증상을 말한다. 실제로 두드러기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얼굴과 몸이 붉어지는 것은 매우 흔한 경우이다. 한때는 음주 후 얼굴이 하얘지는 것보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더욱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반대다.
이제는 박사모 등의 지지 이외에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때 박근혜의 인기는 대단했고, 권력기반은 견고했다. 박근혜가 이리 허망하고 처참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박근혜 체제의 균열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나는 세월호 참사를 들고 싶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는 유족들의 결사적인 투쟁이 빙하처럼 단단했던 박근혜 체제에 금을 냈다.
"너무 길어서 희망이 없어. 싸워서 이길 수가 없어." 최 경위가 죽기 전 형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나는 최 경위가 형에게 남긴 말이 대통령 탄핵의 이유가 된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을 꿰뚫는 비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바로 그거였다. 남은 기간이 너무 길었다! 정권 출범 당시부터 박근혜 정권에 내장돼 있던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언론과 검찰이 그간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유도 남은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언론과 검찰이 '박근혜 게이트'를 열심히 파헤친 것도 임기 말이었기 때문이다.
제시 설리번은 사이보그다. 그는 원래 고압선을 다루는 전기기술자였다. 2001년 5월,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그는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 사고를 겪게 된다. 정전이 된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수리를 하던 중 감전이 되어 두 팔을 잃게 된 것이다. 통상 이런 비극적인 사고를 겪은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치료는 고작해야 뻣뻣한 의수를 양쪽 팔에 장착하는 것 정도다. 하지만 미국 시카고 재활의학연구소는 제시 설리번에게 최첨단 기계장치가 장착된 인공 기계팔을 장착해주기로 계획한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은 박근혜 이후 '누구'가 아니라, 박근혜 이후 '무엇'을 말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폐허고 탄식뿐이다. 집무를 하지 않는 대통령과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관료가 정부를 멈추었다. 피가 돌지 않으면 썩듯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유일하게 '부패'만 움직였다. 다행스럽게도 위대한 촛불의 힘으로 우리는 치유의 기회를 얻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단이 필요하다. 과연 박근혜 정부를 망친 주범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이 가결된 직후 대통령 직무정지가 시작된 7시 3분 전에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으로 임명합니다.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대환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탄핵 심판을 결정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입니다.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라고 밝혔던 3차 대국민담화의 말과 다르게 철저하게 탄핵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12월 1일 '여론' 그대로 탄핵안을 발의하고 12월 2일 표결했더라면, 국민의 여론과는 완전히 다른 국회 표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12월 9일의 탄핵안 투표가 여론조사와 우연히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은 12월 1일에 어떤 정치인이 '여론을 거슬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꿋꿋이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 정치인의 이름은 박지원이다. 다들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른다면 알아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가 홀로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가며 '1일 발의 2일 표결'안을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12월 3일의 촛불 시위대는 앞으로 벌어질 표결에 대한 희망이 아니라 이미 실패로 돌아간 표결의 절망을 안고 거리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사실 이겨본 일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 세대의 시민들은 이겨본 일이 없습니다. 이전 세대가 거둔 작은 승리들, 그러나 승리를 거두고도 그 성과를 엉뚱한 자들에게 넘겨주었던 경험을 오래된 사진을 통해 보았을 뿐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과하는 동안 광장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엉망으로 구겨진 시민의 자존심과 국격이, 토요일의 촛불로 다려 펴지는 일이 매주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갤럽 조사에 의하면, 탄핵 찬성 국민여론은 81%가 나왔다. 그런데 오늘 국회의 탄핵 찬성률 역시 81%(*반올림 안하면 80.6%)가 나왔다. 국회표결은 찬성234, 반대56, 무효7, 기권2였다.(불참1) 이중에서 불참, 기권, 무효표를 제외하고 '유효투표'(234 56=290)만을 기준으로 찬성률을 뽑아보면 234/290=80.689%이다. 즉, 반올림을 하면 81%이다. 광장은 원래 '구체제'를 무너뜨리는 역할까지를 한다. 앞으로 정당, 대선후보, 지식인들이 '좋은 대안'을 제출할 수 있다면,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외교 상식에서 자원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촌스러움의 극치다. 외교에 자원이라는 말 자체를 붙이는 게 넌센스이다. '나 자원외교 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자원외교 하는 게 어디 있나. 상대로 하여금 값을 올리게 하는 행위다. 예를 들면 '나, 너희 금 사러 간다. 그것도 대통령 형이 간다. 그리고 우리 실적 올려야 하는 것 알지?' 이런 식이다. 세상에 이런 외교가 어디 있나. 그쪽 나라 입장에서 보면 '아, 호구가 나타나는구나. 우리가 어떻게 말아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MOU를 맺고, 양로원이고 뭐고 다 짓도록 해놓은 다음 국유화 해버린다.
뒤늦게 의혹이 생겨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일정표를 검토하였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혹시 의도적으로 간략히 공개하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대통령의 일정은 대체로 너무도 간단하고 일정자체가 없는 날도 제법 여러 날 눈에 띈다. 한 달에 거의 반이 비어 있는 달도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표가 있는 그대로를 보인 것이라면 대통령은 정유라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정유라는 결국 학교 최소 출석일수에 미달하여 고등학교 졸업이 취소되었고 대학도 퇴학처분되었다.
지난 12월 1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야 3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공동 발의에 반대하여, 그 다음 날인 12월 2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회본회의에서 무산된 것 때문에 박지원 위원장은 팥다발 같은 비난을 뒤집어 썼다. 온라인에 공개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 번호로는 무려 2만통의 비난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다고 하며, 국민의당과 소속 의원들의 전화통에도 불이 나 국민의당의 당무는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박지원이 12월 1일 탄핵소추안 발의를 거부한 것은 과연 그렇게 엄청난 욕을 먹을 만한 일이었을까?
묘 선생님이 그렇게 각별한 존재이다 보니 나는 새해가 다가올 때마다 괜한 슬픔에 휩싸인다. "내 나이보다 네 나이가 안 믿겨. 나는 인중이 길어 장수할 것 같은데 너는 어때?" 알 수 없는 묘상을 살피며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린다. 고양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인간보다 짧다는 것 깨달을 때마다 가슴이 조여온다. 세계 최장수 고양이를 검색하며 비결이 뭔가 고민한다. 그러다 가만히 내 고양이에게 말한다. "네가 나를 떠나면 나는 예전 같지 않을 거야."
내가 일하는 게 자기 성에 차지 않을 때는 늘 나에게 "야 이 미친년아."라고 했다. 나는 그가 미친년이라고 말할 때의 표정과 말에 실린 뉘앙스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의 욕은 '미친'보다 '년'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미친놈이 아니라 미친년이라고 욕을 한 까닭, 그는 나에게 더 심한 모욕을 주고 싶어서 내게 미친년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남자답지 못한 놈" 혹은 "기집애 같은 놈"이라는 말이었다. 상대방의 남성성(정상성)을 박탈하고 반대급부로 여성성(열등한 존재)을 부여하는 것은 남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상대방을 모욕 주는 방식이다.
매 집회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분노의 농도는 짙어지는데 왜 사람들은 폭력적 군중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왜 사람들은 품격을 잃지 않았을까.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비폭력적 집회의 배경엔 이외에 몇 가지 인식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저는 첫 아들을 얻은 지 하루 만에 아내를 잃었습니다. 제 아내 수진은 타지인 요르단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제왕절개로 인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다음 날, 저는 두 장짜리 사망보고서를 요르단의 병원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병원이 중요한 기록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한국과 일본 대사관을 포함한 모든 관계기관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병원에 요청해주세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왜 사랑하는 아내가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