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실 이겨본 일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 세대의 시민들은 이겨본 일이 없습니다. 이전 세대가 거둔 작은 승리들, 그러나 승리를 거두고도 그 성과를 엉뚱한 자들에게 넘겨주었던 경험을 오래된 사진을 통해 보았을 뿐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과하는 동안 광장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엉망으로 구겨진 시민의 자존심과 국격이, 토요일의 촛불로 다려 펴지는 일이 매주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이 가결된 직후 대통령 직무정지가 시작된 7시 3분 전에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으로 임명합니다.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대환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탄핵 심판을 결정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입니다.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라고 밝혔던 3차 대국민담화의 말과 다르게 철저하게 탄핵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12월 1일 '여론' 그대로 탄핵안을 발의하고 12월 2일 표결했더라면, 국민의 여론과는 완전히 다른 국회 표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12월 9일의 탄핵안 투표가 여론조사와 우연히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은 12월 1일에 어떤 정치인이 '여론을 거슬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꿋꿋이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 정치인의 이름은 박지원이다. 다들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른다면 알아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가 홀로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가며 '1일 발의 2일 표결'안을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12월 3일의 촛불 시위대는 앞으로 벌어질 표결에 대한 희망이 아니라 이미 실패로 돌아간 표결의 절망을 안고 거리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갤럽 조사에 의하면, 탄핵 찬성 국민여론은 81%가 나왔다. 그런데 오늘 국회의 탄핵 찬성률 역시 81%(*반올림 안하면 80.6%)가 나왔다. 국회표결은 찬성234, 반대56, 무효7, 기권2였다.(불참1) 이중에서 불참, 기권, 무효표를 제외하고 '유효투표'(234 56=290)만을 기준으로 찬성률을 뽑아보면 234/290=80.689%이다. 즉, 반올림을 하면 81%이다. 광장은 원래 '구체제'를 무너뜨리는 역할까지를 한다. 앞으로 정당, 대선후보, 지식인들이 '좋은 대안'을 제출할 수 있다면,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외교 상식에서 자원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촌스러움의 극치다. 외교에 자원이라는 말 자체를 붙이는 게 넌센스이다. '나 자원외교 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자원외교 하는 게 어디 있나. 상대로 하여금 값을 올리게 하는 행위다. 예를 들면 '나, 너희 금 사러 간다. 그것도 대통령 형이 간다. 그리고 우리 실적 올려야 하는 것 알지?' 이런 식이다. 세상에 이런 외교가 어디 있나. 그쪽 나라 입장에서 보면 '아, 호구가 나타나는구나. 우리가 어떻게 말아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MOU를 맺고, 양로원이고 뭐고 다 짓도록 해놓은 다음 국유화 해버린다.
뒤늦게 의혹이 생겨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일정표를 검토하였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혹시 의도적으로 간략히 공개하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대통령의 일정은 대체로 너무도 간단하고 일정자체가 없는 날도 제법 여러 날 눈에 띈다. 한 달에 거의 반이 비어 있는 달도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표가 있는 그대로를 보인 것이라면 대통령은 정유라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정유라는 결국 학교 최소 출석일수에 미달하여 고등학교 졸업이 취소되었고 대학도 퇴학처분되었다.
지난 12월 1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야 3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공동 발의에 반대하여, 그 다음 날인 12월 2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회본회의에서 무산된 것 때문에 박지원 위원장은 팥다발 같은 비난을 뒤집어 썼다. 온라인에 공개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 번호로는 무려 2만통의 비난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다고 하며, 국민의당과 소속 의원들의 전화통에도 불이 나 국민의당의 당무는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박지원이 12월 1일 탄핵소추안 발의를 거부한 것은 과연 그렇게 엄청난 욕을 먹을 만한 일이었을까?
묘 선생님이 그렇게 각별한 존재이다 보니 나는 새해가 다가올 때마다 괜한 슬픔에 휩싸인다. "내 나이보다 네 나이가 안 믿겨. 나는 인중이 길어 장수할 것 같은데 너는 어때?" 알 수 없는 묘상을 살피며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린다. 고양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인간보다 짧다는 것 깨달을 때마다 가슴이 조여온다. 세계 최장수 고양이를 검색하며 비결이 뭔가 고민한다. 그러다 가만히 내 고양이에게 말한다. "네가 나를 떠나면 나는 예전 같지 않을 거야."
내가 일하는 게 자기 성에 차지 않을 때는 늘 나에게 "야 이 미친년아."라고 했다. 나는 그가 미친년이라고 말할 때의 표정과 말에 실린 뉘앙스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의 욕은 '미친'보다 '년'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미친놈이 아니라 미친년이라고 욕을 한 까닭, 그는 나에게 더 심한 모욕을 주고 싶어서 내게 미친년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남자답지 못한 놈" 혹은 "기집애 같은 놈"이라는 말이었다. 상대방의 남성성(정상성)을 박탈하고 반대급부로 여성성(열등한 존재)을 부여하는 것은 남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상대방을 모욕 주는 방식이다.
매 집회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분노의 농도는 짙어지는데 왜 사람들은 폭력적 군중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왜 사람들은 품격을 잃지 않았을까.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비폭력적 집회의 배경엔 이외에 몇 가지 인식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저는 첫 아들을 얻은 지 하루 만에 아내를 잃었습니다. 제 아내 수진은 타지인 요르단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제왕절개로 인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다음 날, 저는 두 장짜리 사망보고서를 요르단의 병원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병원이 중요한 기록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한국과 일본 대사관을 포함한 모든 관계기관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병원에 요청해주세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왜 사랑하는 아내가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다양한 색도 명도도 채도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강제할 필요가 없었다. 화려한 색감과 표현들을 사용한 그림들도 보는 사람들의 망막이 기준이지 결국 그것조차도 본질은 아니라면 우리도 그냥 우리가 느끼는 최대한을 그려내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고 꺼끌꺼끌한 물감이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우리가 우리 나름대로 보았던 것을 그려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작품을 보고 이상하다고도 하고 무슨 그림인지 모른다고 말하겠지만 우리도 그들의 작품을 볼 때 그렇게 느낀다.
세계는 위험해지고 취약해지겠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용주의자이되 돈 외의 가치에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는 점에서 트럼프는 이명박이나―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이 지적했듯이―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소설에 등장하는 플렘 스놉스(Flem Snopes) 같은 인물을 연상시킨다. 그러니 그의 정치가 인간적인 존엄과 품격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할 수 없다.
10,000 mAh 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그 표시값만큼 용량이 나오지 않는다. 기대보다 훨씬 적은 게 보통이다.
물론 실제 내장된 배터리 용량을 과장해서 표기했을 수도 있지만, LG, 삼성, 파나소닉 같은 세계 최고 품질의 배터리 셀을 사용한 제품들이라고 해서, 표기된 용량만큼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 그 원인은 뭘까?
유명인의 삶과 연결될 땐, 이는 가십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본인은 밝힌 적도 없는데 언론이 전문가 발언을 더 해 기사로 다루면, 그것은 신뢰까지 얻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통된다. 현재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박근혜의 심리·정신적 상태를 분석한 기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가 어떻게 단 한 번의 대면조차 없이 이토록 쉽게 '진단'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진단이 옳다고 한들 이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윤리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노무현은 순직 노동자와 관련됐던 풍산금속 회장 신문 외에는 큰 소리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말투도 위압적이지 않았다. 추궁이라기보다 대화를 나누듯 차근차근 질문을 하고 작은 사실들을 확인한 끝에 증인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외통수로 몰려 어쩔 수 없이 시인하게 만드는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기가 막히게 잘 짜여진 법정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그 뒤로는 노무현만큼 청문회를 화려하게 장식한 의원은 없었다. 그 원인은 의원의 자질보다는 청문회 운영방식에 있다. 그중에서도 1인당 발언시간이 가장 큰 문제다.
이정현 씨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대표로 뽑혔을 때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하다" 말했다. 그가 내뱉은 '근본 없는 놈'이란 한 마디가 마음에 걸린다. 근본의 유무를 따지는 것은 신분으로 사람을 차별하던 전근대의 발상이다. 이정현 씨는 엉뚱하게도 '근본 있는' 박근혜 씨만을 섬기고 그를 결사 옹위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차별 받는 노비가 노비-주인의 불평등한 관계를 몰각하고, 주인이 던져준 찬밥 한 덩어리에 감읍한 나머지 충성을 다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선의를 팔아 재벌 총수들로부터 돈을 모금했다. 재단은 대통령의 충복과 그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그들은 당초 목적과는 동떨어진 용도로 자금을 썼다.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대비한 기구가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당초 모금의 강제성을 부인하던 재벌들은 권력 앞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소연할 뿐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미르와 K스포츠 재단만 떠오른다면 비교적 젊은 세대이리라. 중장년층이라면 5공화국 일해재단의 악몽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아무리 언성을 높여가며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답은 판에 박힌 것뿐이다. 사실관계를 추궁하려면 가급적 짧게 질문하고 상대의 답변을 명확하게 구하라. 어차피 진실게임을 하는 것인데 상대를 확실하게 몰아야지 도망갈 구멍을 넓게 열어주면 안 된다. 국회의원 상당수의 질문이 저게 사실을 캐는 질문인지 그저 의견을 구하는 질문인지 알 수가 없다. 질문의 목표를 세우고 제발 연습 좀 하고 나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