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첫 아들을 얻은 지 하루 만에 아내를 잃었습니다. 제 아내 수진은 타지인 요르단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제왕절개로 인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다음 날, 저는 두 장짜리 사망보고서를 요르단의 병원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병원이 중요한 기록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한국과 일본 대사관을 포함한 모든 관계기관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병원에 요청해주세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왜 사랑하는 아내가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세계는 위험해지고 취약해지겠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용주의자이되 돈 외의 가치에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는 점에서 트럼프는 이명박이나―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이 지적했듯이―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소설에 등장하는 플렘 스놉스(Flem Snopes) 같은 인물을 연상시킨다. 그러니 그의 정치가 인간적인 존엄과 품격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할 수 없다.
10,000 mAh 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그 표시값만큼 용량이 나오지 않는다. 기대보다 훨씬 적은 게 보통이다.
물론 실제 내장된 배터리 용량을 과장해서 표기했을 수도 있지만, LG, 삼성, 파나소닉 같은 세계 최고 품질의 배터리 셀을 사용한 제품들이라고 해서, 표기된 용량만큼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 그 원인은 뭘까?
유명인의 삶과 연결될 땐, 이는 가십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본인은 밝힌 적도 없는데 언론이 전문가 발언을 더 해 기사로 다루면, 그것은 신뢰까지 얻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통된다. 현재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박근혜의 심리·정신적 상태를 분석한 기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가 어떻게 단 한 번의 대면조차 없이 이토록 쉽게 '진단'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진단이 옳다고 한들 이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윤리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최순실은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지도 않으면서 '공황장애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은 과거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있거나 같은 자세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불출석 사유서에 기재했습니다. 최순실의 조카 장승호는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의 학부모 미팅 일정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불출석 사유로 적기도 했습니다.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방송을 통한 증언이 생중계되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고, 사춘기로서 대학 입시를 앞둔 자녀에게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정조사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장모 김장자는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고, 동행명령장도 받지 않았습니다.
무력분쟁지역으로 다가갔다. 아무나 갈 수 없는 지역, 아니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지역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보호할 무기 한 점 없이 갔다, 아니 어쩌면 무기가 없기에 더 떳떳하게 갈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믿는 것은, 즉 우리 단체의 무기는, 중립성이다.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종교적으로부터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그 바로 옆에서 함께 하고 있다.
노무현은 순직 노동자와 관련됐던 풍산금속 회장 신문 외에는 큰 소리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말투도 위압적이지 않았다. 추궁이라기보다 대화를 나누듯 차근차근 질문을 하고 작은 사실들을 확인한 끝에 증인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외통수로 몰려 어쩔 수 없이 시인하게 만드는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기가 막히게 잘 짜여진 법정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그 뒤로는 노무현만큼 청문회를 화려하게 장식한 의원은 없었다. 그 원인은 의원의 자질보다는 청문회 운영방식에 있다. 그중에서도 1인당 발언시간이 가장 큰 문제다.
이정현 씨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대표로 뽑혔을 때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하다" 말했다. 그가 내뱉은 '근본 없는 놈'이란 한 마디가 마음에 걸린다. 근본의 유무를 따지는 것은 신분으로 사람을 차별하던 전근대의 발상이다. 이정현 씨는 엉뚱하게도 '근본 있는' 박근혜 씨만을 섬기고 그를 결사 옹위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차별 받는 노비가 노비-주인의 불평등한 관계를 몰각하고, 주인이 던져준 찬밥 한 덩어리에 감읍한 나머지 충성을 다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선의를 팔아 재벌 총수들로부터 돈을 모금했다. 재단은 대통령의 충복과 그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그들은 당초 목적과는 동떨어진 용도로 자금을 썼다.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대비한 기구가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당초 모금의 강제성을 부인하던 재벌들은 권력 앞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소연할 뿐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미르와 K스포츠 재단만 떠오른다면 비교적 젊은 세대이리라. 중장년층이라면 5공화국 일해재단의 악몽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아무리 언성을 높여가며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답은 판에 박힌 것뿐이다. 사실관계를 추궁하려면 가급적 짧게 질문하고 상대의 답변을 명확하게 구하라. 어차피 진실게임을 하는 것인데 상대를 확실하게 몰아야지 도망갈 구멍을 넓게 열어주면 안 된다. 국회의원 상당수의 질문이 저게 사실을 캐는 질문인지 그저 의견을 구하는 질문인지 알 수가 없다. 질문의 목표를 세우고 제발 연습 좀 하고 나와라.
박근혜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아이들이 죽어가는 시간에 사실상 유고 상태였다. 오전 내내 세월호 구조에 관한 어떤 실질적 결정도 내리지 않고,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는지 모를 박근혜는 정오가 되어서야 행차 준비를 한다. 올림머리를 하기 위해 청담동 미장원을 호출한 것이다. 박근혜는 오후 내내 행차 준비를 하다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 거기서 박근혜는 "학생들이 다들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어렵습니까?" 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다.
친구들은 모두 술을 마시고 취해 나자빠지는데, 나는 취하지도 못했다. 이놈의 거울이 나를 끝없이 감시하고 있어서. 사람들 앞에서 망가진다는 걸 상상만 해도 머리 꼭대기까지 빨갛게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궁금했다. 나는 도대체 취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얼마나 헛소리를 지껄이는지. 혹은 그냥 잠들어버리는지. 혹은 갑자기 과장된 진심을 내뱉는지. 거울이 사라진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했다.
촛불시위로 박근혜 대통령은 그토록 염원하던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냈다. 물론 가장 큰 업적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새삼 깨닫게 해준 점이다. 시민들의 평화로운 의사 표시가 갖는 힘과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일깨워주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 점도 업적이다.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박근혜 즉각 퇴진'과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신뢰와 자격을 잃은 대통령이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것을 하루도 못 참겠으니 당장 내려와 사법 절차에 따라 죄에 합당한 벌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들이 우선 바라는 것은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한 사법적 정의의 실현이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한국 젊은이들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세월호의 기억이 깔려 있는 것 같다. 87년 6월민주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기억'도 있겠지만,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면 다 같이 세월호 얘기를 꺼냈다. 일본에서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면 "시위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 "시위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반대할 거면 대안을 내라" 등등 시비를 거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한국의 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시위야말로 대화"라고.
새누리당사를 경찰이 청소해주는 사진은 우리나라의 수준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일당독재를 당당하게 내세우는 중국의 수준이고,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독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경찰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울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을 정당이라는 일개 조직의 경비원이나 청소원으로 취급할 수 있겠는가. 이건 공조직의 사유화다. 이 "깨진 창문" 하나를 사소한 일로 취급하고 그냥 넘기면 정당과 국민의 이익이 충돌할 때 국가의 합법적 무력조직이 국민이 아닌 정당의 편에 서게 된다. 우리는 그 모습을 익히 봐오지 않았는가?
국회는 코이카의 코리아에이드 사업 중 음식 및 문화사업만 미르재단과 관련 있다고 여겨 두 사업에 대한 예산만 감액했다. 코이카가 실시하는 코리아에이드 보건사업에도 차은택의 '더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제작한 엉터리 보건교육프로그램 영상 상영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월 1회 차량방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도저히 달성 불가능한 △소녀보건 향상, △아프리카 모자보건 환경 개선, △영양 개선이라는 목표를 내건 낯 뜨거운 사업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닉슨의 특별검사 해임 요구에 법무장관이 거부하고 사임한다. 권한대행도 이를 거부하고 사임한다. 결국 세 번째 권한대행이 된 차관이 닉슨의 명령대로 특별검사를 해임한다. 이 일은 국민이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자 닉슨은 대국민 담화를 시도한다. 닉슨은 400명의 기자들 앞에서 저 유명한 말을 내뱉는다.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즉시 모든 미국인들은 닉슨 대통령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어려움들을 극적으로 조명하는 것을 경계하게 되었다. 나는 장애인이면서 글도 쓰고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는 기특한 대학생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데 장애를 가지기도 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나의 장애를 언급하는 순간, 나는 항상 그것으로 주목받았다. 때로는 도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자, 봐요.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해내는 학생이 있잖아요?" 그런 노력 지상주의와 역경 극복의 스토리를 쓰는 하나의 도구.
내 아들은 동성애자다. 나는 이성애자다. 나는 동성애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 내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 아들은 이성애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를 이해한다. 나보다 더 넒은 마음을 가진 아들에게 감사하며 이 글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