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나의 어려움들을 극적으로 조명하는 것을 경계하게 되었다. 나는 장애인이면서 글도 쓰고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는 기특한 대학생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데 장애를 가지기도 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나의 장애를 언급하는 순간, 나는 항상 그것으로 주목받았다. 때로는 도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자, 봐요.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해내는 학생이 있잖아요?" 그런 노력 지상주의와 역경 극복의 스토리를 쓰는 하나의 도구.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한국 젊은이들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세월호의 기억이 깔려 있는 것 같다. 87년 6월민주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기억'도 있겠지만,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면 다 같이 세월호 얘기를 꺼냈다. 일본에서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면 "시위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 "시위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반대할 거면 대안을 내라" 등등 시비를 거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한국의 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시위야말로 대화"라고.
닉슨의 특별검사 해임 요구에 법무장관이 거부하고 사임한다. 권한대행도 이를 거부하고 사임한다. 결국 세 번째 권한대행이 된 차관이 닉슨의 명령대로 특별검사를 해임한다. 이 일은 국민이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자 닉슨은 대국민 담화를 시도한다. 닉슨은 400명의 기자들 앞에서 저 유명한 말을 내뱉는다.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즉시 모든 미국인들은 닉슨 대통령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누리당사를 경찰이 청소해주는 사진은 우리나라의 수준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일당독재를 당당하게 내세우는 중국의 수준이고,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독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경찰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울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을 정당이라는 일개 조직의 경비원이나 청소원으로 취급할 수 있겠는가. 이건 공조직의 사유화다. 이 "깨진 창문" 하나를 사소한 일로 취급하고 그냥 넘기면 정당과 국민의 이익이 충돌할 때 국가의 합법적 무력조직이 국민이 아닌 정당의 편에 서게 된다. 우리는 그 모습을 익히 봐오지 않았는가?
내 아들은 동성애자다. 나는 이성애자다. 나는 동성애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 내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 아들은 이성애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를 이해한다. 나보다 더 넒은 마음을 가진 아들에게 감사하며 이 글을 연다.
내년 4월까지 5개월은 정말 긴 기간입니다. 그 사이에 무슨 예상 밖의 사건이 생길 수도 있고, 박 대통령은 그것을 구실로 하야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그 사이 촛불의 동력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우기 내년 1월과 3월 헌재 소장과 재판관 한 분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그 시점이 되면 사실상 탄핵 발의를 하더라도 박 대통령 임기 전에 탄핵 결정을 받기 어려워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12월 대선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가자'는 주장을 하는 친박 의원들도 생겨날 겁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박 대통령은 그간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하면서도 한번도 자기 잘못을 인정한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국회는 탄핵이라는 가장 질서 있는 방법으로 대통령을 사퇴시켜야 한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명예롭게' 퇴진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단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벌써 대통령은 여러차례 말을 바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이 퇴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혹여 대통령의 약속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국회가 법률을 만들어 대통령이 약속한 시기로 임기를 단축하려 한다면 그것은 위헌적 법률로 선언되고 말 것이다. 헌법사항인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금 엄청난 '쏠림' 현상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MBC도 지난 일요일 톱뉴스로 촛불시위를 올렸다. 검찰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벼르고 있다. 난 전혀 기쁘지 않다. 그들이 무얼 생각해서 그렇게 했겠는가. 그냥 '대세'가 무서워서 따르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의 잘못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가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박근혜라는 괴물을 키운 토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 대세가 바뀌었다고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박근혜 공격 경쟁을 하는 것과 대통령이 무섭다고 대통령에 충성경쟁을 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진정한 촛불시위는 그런 맹목적인 순응에 대한 저항이다.
'보수여 죽어라, 죽기 전에... 새롭게 태어나 힘들여 자라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도된 역사관이나 부정확한 사실인식이나 언론과 대중에 대한 폄하가 아니다. '보수여 죽어라, 죽기 전에... 새롭게 태어나 힘들여 자라길'의 최대 문제점은 너무 못 쓴 글이라는 것이다. 중언부언과 횡설수설 사이를 오가는 이문열의 칼럼을 읽는 시간은 고통스러웠고, 독해는 어려웠다. 스물 살의 젊은 날 나를 매료시킨 이문열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닉슨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와 판박이다. 닉슨은 국민과 기자들에게 자신은 국가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했을 뿐 워터게이트는 알지도 못했다고 거듭거듭 거짓말을 해댔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은폐에 은폐가 겹쳤다. 백악관 대변인 론 지글러는 워터게이트를 "삼류 절도사건"이라고 일축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청와대가 "찌라시"라고 한 말의 원조다.
우리의 경우, 자칭 보수 세력은 어떤 가치를 지키려 하는 것일까? 반대하는 가치나 세력은 있을지 몰라도 지키려는 가치가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반공과 반북한이 좋은 예다. 어떤 이념이나 체제에 반대하려면 반대로 수호하려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보수라면 반공과 반북한 외에 상위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칭 보수 세력에게는 이것이 없어 보인다. 미움이나 증오는 있지만 확신이나 헌신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이 9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탄핵이 통과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조기대선 국면이 시작될 것입니다. 촛불을 들었던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정치인들에게 맡겨놓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지난 30년 동안의 역사를 보면, 기득권 정치구조가 깨지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의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시민 의지가 6주째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 6주 동안 정치권은 여야가 갈라지고, 친박으로 비박으로 나뉘고, 또 비박에서도 갈라진다. 다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야권마저 지지리도 못나게 군다. 말로만 국민의 뜻을 엄중히 받든다. 매주 토요일만 함께 하고 주중엔 또 다른 뻘짓을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뭔 그림을 그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랴.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는데. 대체 무엇으로 이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정말 굉장한 것이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조사됐다. 7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대기업들에 대한 신뢰 역시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우리 한국인들끼리야 원래 그랬거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현실이 영화보다 저질이구나, 하고 덤덤하게 지나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불안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원화 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빠르게 돈을 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0월 고용통계"를 보면, 실업률은 계속 오르막이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제 어쩔 것인가. 정부가 가장 필요할 때 정부가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이 팔 걷고 나서서 경제에 대한 긴급수혈을 진두지휘해야 할 때 대통령은 저 깊고도 오묘한 "시크릿 가든"에 앉아 "내 잘못은 없으니 그대들이 알아서 하라"며 태업 중이다. 경제의 고통과 서민의 고단함은 보이지 않고, 제 자존심만 부둥켜안고 있다. 정치는 이미 망쳤다. 이제 기어코 경제까지 망쳐, '박근혜 불황'이라는 용어를 역사에 남기려 하는가. 조속한 퇴진만이 답이다.
촛불집회가 한창 열기를 더해가던 지난달,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12월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고 하여 듣는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지금 일본에서는 최순실과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관한 기사가 넘쳐나고, 늘품체조에서 성형시술 의혹까지 한국 사람들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을 방문하면 피의자 신분의 박 대통령을 스캔들에 휩싸인 연예인을 보듯 할 것이 뻔하다. 정상외교는 회담의 내용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목적인데 도리어 그것을 깎아먹을 상황이라면 추진하지 않는 것이 옳다.
세종시 문제로 MB정권은 완전히 결딴이 났다.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권력이 사실상 박근혜에게 넘어간 것이다. 정치적으로 의미가 굉장히 컸다. 박근혜가 완승을 한 것이다. 사실 박근혜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MB를 꺾은 뒤 권력을 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는 처음에 아무런 입장표명을 안 하다가 갑자기 세게 치고 나왔다. 박근혜도 'MB가 무슨 대안이 있기 때문에 저럴 것이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숨을 죽이고 한 달 가까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김무성이 수정안에 찬성하고 나왔다. 거기에 별 호응이 없자, 박근혜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데이트폭력은,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한 폭력 `사건`이지, 여자친구가 맞을 만한 짓을 해서 남자친구가 어쩔 수 없이 때리게 된 `사연`이 아니다. 피해자가 폭로라는 최종의 수단을 쓰는 이유는,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사실을 인정도, 반성도 안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들릴 곳도 받아줄 곳도 없다. 가해자를 특정하지 않으면 그들은 끄떡없다. 그래서 피해자는 모든 비난과 모욕과 수치심을 감내하고서 어렵게 증언을 한다.
신분제 시절에 누군가는 그러한 신분 제도를 불편하게 여겼을 것이고 인종차별이 일상이던 시절에 누군가는 피부색이 다를 뿐인 같은 인간을 그렇게 대우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고 시민권이 소수의 특권이던 시절에 누군가는 이것이 왜 보편의 권리가 아닌지에 대해 불편함과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에도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일상적인 것에 의문을 가지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바라보았을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문제를 만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