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분명'의 경우 그것이 여혐이냐 아니냐, 무대에 밀어내야 하는 가 아닌가 꼭 택일해야만 할 문제가 아니라, 어차피 공공의 고무 기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인 만큼, 구성원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하여 수정하고 조율하여 더 정교하게 조준된 형태로 다듬어 함께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밀어내버리는 것보다, DJ DOC가 무대에 올라 "우리가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여 그 부분까지 고려하질 못했다. 앞으로 신경쓰겠다"고 말한 뒤 공공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수정된 가사로 함께 가는 것이 더 페미니즘적 성과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씨 대구 사람입니다. 독재자 자식이에요. 서강대 출신이죠. 프랑스 유학했어요. 가족 중에서도 욕할 사람 많고요. 하지만 제일 쉬운 게 뭔지 보셨죠? 여성성으로 욕하는 겁니다. 대구 사람 이럴 줄 알았다, 서강대 졸업생 수준이 이게 뭐냐, 프랑스 유학생 다 이러냐 이런 말은 안 나오지만 성희롱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옵니다. 모욕하고 싶은 사람이 여성이라면 그게 제일 큰 타깃이 되는 거죠. 당신이 잘 나가는 검사든, 회사 회장이든, 박사든, 교수든, 당신이 여자라면, 당신을 욕할 사람들은 여성성을 붙잡고 욕할 겁니다. 잘못은 의사로 했어도 욕은 여의사로. 일 망치는 건 교수였지만 신문 기사에는 여교수로.
'최순실 게이트'로 형성된 탄핵 국면에 직면하여 헌법재판소가 201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제시한 탄핵요건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큼의 '중대한 법위반' 또는 '국민의 신임에 대한 배반'이 확인되어야 한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직접 제시한 탄핵기준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각결정을 한다면 헌법재판소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인한 것으로 헌법재판권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비행기를 탔을 때, 나는 돋보기안경을 목에 걸치고 있는 여자승무원, 음식을 제공하는 40~50세를 훌쩍 넘은 남자/여자 승무원, 소위 '날씬한' 몸매가 아닌 다양한 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여자 승무원들, 다양한 형태의 머리모양을 한 승무원들을 보는 것이 흐뭇했다. 그런데 한국행 비행기를 타니, 전혀 다른 세계이다. 승객을 서브하는 승무원들은 너무나 유사한 나이, 몸매, 헤어스타일, 말투와 자세를 지니고 있어서, 개별성을 지닌 인간의 모습은 획일성으로 감추어져 있고, 마치 서로 복제된 인형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DJ DOC의 가사를 두고 여혐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내가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마음으로만 응원할 뿐 광화문에는 나가지 않고, 또 여성 권익을 늘 성찰하며 사는 군상도 아닌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슬쩍 숟가락 얹는 꼴밖에 안 되겠지. 문제의식엔 공감하나 그 귀결이 배제(불참)가 아닌 교정(가사 수정)이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정도만 소심하게 피력한다. 하지만 이 논란이 일종의 '자격론'으로 변질되는 흐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DJ DOC의 과거 행적과 이미지, 심지어 힙합 필드 전체를 들먹이며 '이딴 놈들이 어디 감히 끼어?'라는 식의 견해를 공격적으로 펴는 걸 말하는 것이다. 이건 분명 여혐과는 별도의 논제다.
아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쓴 그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똑똑했는지에 대한 '혁명적'이거나 로맨틱한 판타지들을 읽기 전에... 지금도 사람들은 쿠바를 너무나 떠나고 싶어했고, 타이어를 묶어 만든 뗏목이라도 타고 마이애미로 오고 싶어 했다는 걸 기억하자. 그들은 쿠바에 1분이라도 더 있느니 물에 빠져 죽는 위험, 잡혀서 감옥에 가는 위험, 상어에게 잡아 먹히는 위험을 감수했다. 혁명은 비틀스의 'Revolution'과는 다르고 로맨틱하지 않다. 혁명을 하면 피가 흐르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그리고 때로는 민주주의가 아닌, 반세기 동안 집권하는 독재자를 낳기도 한다.
헌정질서의 붕괴로 인해 '한국호'는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난국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선장이란 사람은 배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선장실에 처박혀 제 살 길 찾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만약 박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한 톨의 애국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질서 있는 정권이양을 한시라도 서둘러야 합니다. 자신이 하루라도 더 버틸수록 나라와 국민에 더 큰 해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던진 절반의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생각이 있다면 일각을 지체하지 않고 깨끗이 퇴진하되 그것이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초겨울 날씨에 매주 백만 명씩 촛불을 들고 나오는 이유가 뇌물 때문인가? 지금 전국민이 치를 떠는 현실과 범죄의 정도 사이에는 아무리 봐도 엄청난 괴리가 있지 않은가! 박근혜와 최순실이 국헌을 문란케 한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국헌문란은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 이것은 신종 자가-쿠데타이기 때문에, 외형적인 폭동은 아닐지라도 내재적인 폭동에는 해당한다.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보면, 내란미수죄가 합당할 것이다. 적어도 국회는 탄핵사유의 맨 꼭대기에 내란죄 또는 내란미수죄를 적어야 한다. 정의가 요구하는 균형점이 거기에 있다.
집회가 끝난 뒤, 그들은 다같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다. 밤 11시가 되기 전 대부분은 흩어졌다. 각자의 깃발을 들고, 각자의 분노를 여전히 안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들은 무엇을 새로 얻게 됐을까? "대통령이 바뀌면 이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믿으세요?" 낮에는 한 기업의 신입사원이고 밤에는 그림작가로 활동하는 정채리(26)씨는 이렇게 답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희망이 생겼어요. 올바르지 않은 일에 대해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이 나라가 꼭 헬조선인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회를 긍정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200만 촛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촛불이 요구하는 것은 단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만이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대통령의 종복으로 권력에 기생해온 새누리당, 국민들을 무한히 착취해온 재벌,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 권력의 나팔수로 타락한 언론에 대한 탄핵이고, 대통령의 부패와 전횡을 견제하지 못한 무능한 야당에 대한 질책이다. 촛불은 또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절규이며, 더 이상 굴종의 삶을 살지 않겠다는 결의이다. 요컨대 촛불은 부패하고 파렴치한 '구체제' 전체에 대한 탄핵이고, '새로운 나라'에서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절규이며, 더 이상 타락한 기득권 집단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결의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 박근혜 대통령만큼 깨끗하고 그리고 개혁적인 사고로 밤잠 자지 않고 대한민국 역사발전을 위해서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을 본 적 있는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깨끗하다고 말한 사람은 김무성 전 대표였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대한민국을 뒤집어엎겠다고 하고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이러한 불법시위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랬던 그가 불과 1년 만에 이제는 박근혜 퇴진을 말하고 있습니다.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했던 그가 "다음 대선에서 진보 좌파에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그걸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하는 말을 합니다.
11월 5일에는 종로와 을지로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11월 12일에는 처음으로 이순신 동상 뒤편으로 나아가 율곡로(경복궁 앞을 지나는 대로)를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11월 19일에는 경복궁 옆 창성동 별관을 거치는 소로를 통해서나마 주간에 처음으로 율곡로 이북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습니다. 11월 26일에는 자하문로(청운동 사무소 옆을 지나는 대로)에서 주간에나마 행진할 권리를 얻어내 처음으로 청와대에 200m까지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전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집시법 제12조가 교통혼잡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전북 전주에서 한 아버지가 열일곱 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자신도 투신해 숨졌다. 사흘 뒤인 22일, 이번엔 경기도 여주에서 어머니가 스물여덟의 지적장애 1급의 아들을 목 졸라 죽였다. 아들은 지적장애에 뇌병변장애가 있는 중증중복장애인이었다. 어머니는 자신도 죽고자 병원에 수면제를 사러 갔다. 하지만 병원 처방전이 없어 구매에 실패하면서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더는 '예산 없다'는 이야기 믿지 않는다. 자기네들 약 사는데 다 쓰고, 비선 실세가 유용하고, 삼성 족벌 운영하는 데 다 썼던 것 아닌가"
권력의 사찰은 참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나와 정태근처럼 한번 완전히 망가뜨리기 위해 사찰하기도 하고, 박형준처럼 MB 주변으로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진복처럼 일파들의 민원을 들어주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조사하기도 했다. 다양한 목적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사찰을 한 것이다. 게다가 인사나 이권 민원을 잘 안 들어주는 사람들도 사찰했다. 그야말로 권력을 개인 물건처럼 남용한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눈엣가시였던 MBC를 적당히 손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망가뜨리기로 작정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우선 방문진에 공안검사, 뉴라이트, 어용학자들을 줄줄이 배치한다. 그리고 조직을 망가뜨리는 데 가장 적합한 리더, 무능력한 동시에 잔인한 인물을 고르고 골라서 낙하산 사장으로 투하한다. 퍼펙트한 작전이었다. 몇 년 만에 MBC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듣보잡으로 전락했다. 가장 무섭게 정권을 감시했던 셰퍼드는 이빨이 다 뽑히고 혓바닥만 남은 애완견이 됐다.
아, 모성애는 신성함 그 자체!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됨으로써 여성의 삶은 '완전'해지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더 깊은 인생이 눈앞에 펼쳐질 거라던, 사람들의 말을 난 전혀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내 새끼가 있는 지금은 어떨까? 그거야 당연히, 지금도 믿지 않는다. 왜냐면 진실이 아니니까. 엄마들의 사랑과 투쟁. 그 치열한 일상을 싸잡아 미화시킨 모성 신화는 정말 헛웃음 나는 이야기다. 퇴로가 없는 어미의 길 위에 선 수많은 여자들. 점점 길어지는 '당연한 희생'의 리스트와 피로, 박탈감,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성토는 정말 단죄되어야 할 여성의 미성숙함이고 이기심일까. 평생 숨기고 살아야 하는 부덕일까.
무리수 하에서 진행된 의무휴업일은 재래시장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지 않았다. 편의성 때문에 마트를 찾던 사람들이 마트 열지 않는다고 시장을 찾겠는가?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런 바보 같은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매주 일요일은 무조건 휴무에 그 범위를 백화점과 면세점, 하나로마트까지 폭넓게 넓혔다. 서로 포지셔닝이 다르므로 대형 유통업들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통제해봤자 소비자들은 중소유통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뻔한데 왜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마인어로 '숲의 사람'이라는 뜻의 오랑우탄은 나무 위에 거주하는 가장 큰 포유동물로 보르네오오랑우탄과 수마트라오랑우탄 두 아종으로 나뉜다. 과거 동남아시아에 폭넓게 분포했으나 지금은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서만 찾아볼 수 있으며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다. 보르네오에서만 한때 매년 수백마리의 새끼가 애완동물로 포획되고 어미는 죽임을 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랑우탄의 두개골이 70달러 정도에 거래되기도 한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박근혜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박근혜의 지원을 받지 않은 사람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박근혜의 정치적 생명이 경각에 달린 지금 새누리당은 당이 쪼개질 위기에 몰렸고, 수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에게 돌팔매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으로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실에 진저리를 낼 법도 하다. 배신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에서 나만은 박근혜 곁에서 순장하겠다고 이정현이 결심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