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에는 종로와 을지로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11월 12일에는 처음으로 이순신 동상 뒤편으로 나아가 율곡로(경복궁 앞을 지나는 대로)를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11월 19일에는 경복궁 옆 창성동 별관을 거치는 소로를 통해서나마 주간에 처음으로 율곡로 이북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습니다. 11월 26일에는 자하문로(청운동 사무소 옆을 지나는 대로)에서 주간에나마 행진할 권리를 얻어내 처음으로 청와대에 200m까지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전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집시법 제12조가 교통혼잡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전북 전주에서 한 아버지가 열일곱 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자신도 투신해 숨졌다. 사흘 뒤인 22일, 이번엔 경기도 여주에서 어머니가 스물여덟의 지적장애 1급의 아들을 목 졸라 죽였다. 아들은 지적장애에 뇌병변장애가 있는 중증중복장애인이었다. 어머니는 자신도 죽고자 병원에 수면제를 사러 갔다. 하지만 병원 처방전이 없어 구매에 실패하면서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더는 '예산 없다'는 이야기 믿지 않는다. 자기네들 약 사는데 다 쓰고, 비선 실세가 유용하고, 삼성 족벌 운영하는 데 다 썼던 것 아닌가"
권력의 사찰은 참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나와 정태근처럼 한번 완전히 망가뜨리기 위해 사찰하기도 하고, 박형준처럼 MB 주변으로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진복처럼 일파들의 민원을 들어주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조사하기도 했다. 다양한 목적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사찰을 한 것이다. 게다가 인사나 이권 민원을 잘 안 들어주는 사람들도 사찰했다. 그야말로 권력을 개인 물건처럼 남용한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눈엣가시였던 MBC를 적당히 손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망가뜨리기로 작정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우선 방문진에 공안검사, 뉴라이트, 어용학자들을 줄줄이 배치한다. 그리고 조직을 망가뜨리는 데 가장 적합한 리더, 무능력한 동시에 잔인한 인물을 고르고 골라서 낙하산 사장으로 투하한다. 퍼펙트한 작전이었다. 몇 년 만에 MBC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듣보잡으로 전락했다. 가장 무섭게 정권을 감시했던 셰퍼드는 이빨이 다 뽑히고 혓바닥만 남은 애완견이 됐다.
아, 모성애는 신성함 그 자체!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됨으로써 여성의 삶은 '완전'해지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더 깊은 인생이 눈앞에 펼쳐질 거라던, 사람들의 말을 난 전혀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내 새끼가 있는 지금은 어떨까? 그거야 당연히, 지금도 믿지 않는다. 왜냐면 진실이 아니니까. 엄마들의 사랑과 투쟁. 그 치열한 일상을 싸잡아 미화시킨 모성 신화는 정말 헛웃음 나는 이야기다. 퇴로가 없는 어미의 길 위에 선 수많은 여자들. 점점 길어지는 '당연한 희생'의 리스트와 피로, 박탈감,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성토는 정말 단죄되어야 할 여성의 미성숙함이고 이기심일까. 평생 숨기고 살아야 하는 부덕일까.
무리수 하에서 진행된 의무휴업일은 재래시장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지 않았다. 편의성 때문에 마트를 찾던 사람들이 마트 열지 않는다고 시장을 찾겠는가?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런 바보 같은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매주 일요일은 무조건 휴무에 그 범위를 백화점과 면세점, 하나로마트까지 폭넓게 넓혔다. 서로 포지셔닝이 다르므로 대형 유통업들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통제해봤자 소비자들은 중소유통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뻔한데 왜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가 보유한 도메인은 한글 '닭그네'뿐만 아니었습니다. 청와대는'antiparkgeunhye.com'이라는 영문 도메인도 2016년 2월부터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antiparkgeunhye.com' 이전에 2013년에 'antibakgeunhye.com', 'antighpark.com', 등 안티 박근혜 관련 도메인 수십 개를 동시에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불과 며칠 뒤인 3월 11일, 청와대가 부랴부랴 했던 일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도메인을 선점하는 일괄 등록이었습니다.
마인어로 '숲의 사람'이라는 뜻의 오랑우탄은 나무 위에 거주하는 가장 큰 포유동물로 보르네오오랑우탄과 수마트라오랑우탄 두 아종으로 나뉜다. 과거 동남아시아에 폭넓게 분포했으나 지금은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서만 찾아볼 수 있으며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다. 보르네오에서만 한때 매년 수백마리의 새끼가 애완동물로 포획되고 어미는 죽임을 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랑우탄의 두개골이 70달러 정도에 거래되기도 한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박근혜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박근혜의 지원을 받지 않은 사람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박근혜의 정치적 생명이 경각에 달린 지금 새누리당은 당이 쪼개질 위기에 몰렸고, 수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에게 돌팔매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으로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실에 진저리를 낼 법도 하다. 배신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에서 나만은 박근혜 곁에서 순장하겠다고 이정현이 결심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정치권과 국민은 이른바 '황교안 딜레마'만 생각하면 하야건 탄핵이건 맥이 빠지고 뒤끝이 개운하질 않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대통령 하야나 탄핵을 성취해도 뒤에서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이 음흉하게 웃고 서 있다면 누군들 시민혁명을 실감할 수 있겠는가. 자진사퇴나 임기단축을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는 박근혜 입장에서는 임기보장을 받지 않는 이상 야당지명총리와 야당주도내각을 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무리 썩은 동아줄이더라도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라는 마지막 구명줄마저 손에서 놓을 이유가 없다.
어릴 적부터 난 수학을 좋아했다. 실명을 하고 특수학교 입학을 한 후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하려고 하고 곧잘 하기도 했던 내게 선생님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것 같다. 원래도 좋아하던 수학인 데다가 주변의 응원과 인정까지 더해지니 난 내 진로는 당연히 수학자라는 맘을 굳혀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수능을 앞두고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자 선생님들의 태도가 돌변하시기 시작했다. 특수교육과나 사회복지과를 권하시던 몇몇 선생님의 회유로부터 시작된 따뜻한 조언은 세상물정 모르는 고집쟁이라는 꾸중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이유는 단 하나 시각장애인은 수학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던 귀갓길, 지하철의 거대한 인파에 휩쓸려 옴짝달싹하지 못할 때 등 너머 누군가 이게 다 '정운호의 나비효과'라 신기해하는 대화가 들렸다. 나는 뒤돌아 아니라 대답하고 싶었다. 수장된 세월호의 아이들이 7시간을 분연히 끌어올리고 있지 않는가. 이 연대와 저항은 진도 앞바다로부터 출발한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일지 몰랐다. 그리고 윤민석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부는 태반주사나 백옥주사나 감초주사 따위를 의학적 근거가 떨어지기 때문에 비보험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주사를 국민들이 못 맞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 법을 만든 사람이건, 일반 국민이건, 이 주사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험 적용 없이 자유롭게 자기 돈을 내고 맞으면 됩니다. 하지만 비보험을 지정한 장본인인 청와대가, 혈세까지 잔뜩 써서 그 주사들을 사다가 맞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효과가 좋은 주사라면 전 국민에게 보험 적용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냥 너무 맞고 싶었다면 법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조용히 병원에 가서 다른 국민들처럼 자기 돈을 내고 맞든지요.
소비자들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집에 쌓아둡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와 처리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죠. 소비자들의 손을 떠나 폐기된 스마트폰 일부만이 공식적으로 재활용 및 재사용되고 그 외는 매립되거나 알 수 없는 경로로 처리되면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소형 전자기기의 폐기물량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패턴으로 현재 스마트폰 산업은 계속해서 자원을 고갈시켜 결국 쓰레기로 끝날 제품을 만들어내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문회가 열리자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질문했습니다. "5·16은 쿠테타인가, 아닌가?" 한 장관 후보자 왈, "쿠테타가 맞습니다"라는 시원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은 뒤에 열린 청문회에서 "역사적 관점에 따라 다르다", "5·16은 쿠테타가 아니라 혁명"이라는 아부성 발언을 늘어놓을 무렵에 유일하게 소신 있는 답변을 한 것이지요.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은 장관 취임식 날입니다. 국방부 연병장에 귀빈이 초청되고 곧 성대한 취임식이 개최될 오전에 어쩐 일인지 취임식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보통 장관이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청와대로부터는 오라는 소리도 없고 임명장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과연 우리는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회의적이다. 조만간 새누리당은 친박계 핵심인물 몇몇을 정리하고 당명을 바꾸어서 다시 등장할 텐데, 그러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을 후회하면서 박근혜에게 투표했고, 지금 다시 박근혜를 뽑은 것을 후회하는 중인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은 이 이름만 바뀐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후보에게 한 번 더 표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게다가 야당 후보는 여러 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왜 실망했다느니 후회한다느니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도 번번이 같은 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일까? 간판이 바뀌었으니 다른 당이라고 믿는 것일까?
처음 두번은 시위에 놀란 박근혜씨가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나마 연거푸 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전혀 넘어가지 않고 11월 12일의 3차 촛불대행진을 통해 퇴진판결을 (말하자면 3심에서) 확정하자, 도리어 정면 불복의 길을 택했다. 주권자에 맞선 '내란' 수준의 저항으로 가기 시작한 것이다. 19일의 4차 집회는 따라서 종전의 국정농단·부정비리에 대한 단죄에서 '내란진압' 작업으로 옮겨갔다고 말할 수 있다. 26일의 집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건 간에 실질적 '내란죄'에 대한 국민적 소추(訴追)를 확인할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후의 응징작업은 집회인원이 불고 줄고를 떠나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즐겁고 질기게 진행될 것이다.
눈, 추위, 반말, 고성, 얼차려, 구타, 부족했던 밥과 찬 밥, 부족한 물로 인해 씻지 못한 날, 6·25때 사용하던 수통, 명령, 복종, 계급, 간부 회식이 끝나고 자고 있던 병사들을 깨워 뒤처리 시켜서 그들이 먹은 것들 정리하다가 느낀 분노, 일상의 대화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는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 누군가의 자살과 '그 사람 어쩌다 알게 됐어? 피곤하게 엮이지 마.'라는 이야기, 군인답게 행동하라는 말, 총소리, 남자다워야지라는 말, 맞아야 정신 차린다는 이야기들 등. 그리고 그런 군이라는 조직 안에서 철저하게 조직에 순응하고, 맞추고, 닮아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살았던 나. 나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의사는 늘 피곤해 보였다. 눈동자는 붉었고, 얼굴은 까칠했으며, 말투는 외모보다 더 까칠했다. 그의 앞에서 나와 엄마는 위축되었다. 수술을 하고 2-3일 쯤 지났을 때, 어깨를 움츠리고 초조한 눈빛으로 의사의 말을 경청하는 엄마를 보는데, 참 속상하고 화가 났다. 나는 엄마에게 중환자실 밖에서 기다리시라고, 내가 의사와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하고 엄마를 내보냈다. 의사는 설명을 이어갔고, 그가 구사한 문장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이 정도면... 돌아가신다고 봐야 해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