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야 할 상대가 무당과 그 패거리라고 해서 우리가 무당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싸우다 보면 상대를 닮아가는 게 세상 일의 아이러니다. 조심할 수밖에 없다. 최순실 관련해서 "카더라"가 넘친다. 이판사판이라 특종을 노리는 언론의 기회주의도 있고, 그간 앞서서 열심히 파헤쳐왔던 "인기 언론인"도 "충격 특종"에 매달린다. 믿거나 말거나인데, 그러다 보면 졸지에 우리도 "선무당"이 된다. 몇 가지 사실을 얽어서 "그런 거 아냐?"를 반복하면 카타르시스는 될지언정, 진실을 밝히는 데 발목만 잡는다. 속 시원한 얘기 듣자고, "어두운 우주의 기운"을 다시 불러들이는 꼴이다.
대통령의 하야를 전제로 한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해야 한다. 거국중립내각은 선거 및 개헌 관리내각이어야 하고 총리는 이런 임무에 충실할 사람으로 임명되어야 한다. 이 내각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총리 후보자는 (청문 과정 등을 통해) 향후 정치일정을 발표해야 한다. 이러한 일정에 여야가 동의해 총리 임명동의를 받으면 그 일정에 맞추어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 개헌은 국회가 중심이 되어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붙이되, 그 일정은 내년 3월 전후, 하야는 그 직후, 대선은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하면 될 것이다. 이런 일정으로 나가면 현 사태는 내년 상반기 이내로 정리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온 나라가 최순실씨의 검찰 출두와 법적 처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최순실씨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에 나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탄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임기가 끝난 후에는 형사소추의 대상으로 공소 시효 기간 내에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과 임무를 묵인하거나 불법을 자행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사실을 알려주는 단서에 불과합니다.
만약 지금 대통령이 생물학적으로 남자였다면, 여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붙여지는 옮길 수 없는 여성비하적인 차별적 표현들이 지금과 같이 SNS를 채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남성 대통령이 과오를 저질렀을 때에, '역시 남자가 대통령하면 안 돼...'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박근혜의 생물학적 여성성은 이러한 '역시 여자가 하면 안 돼..'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곤 한다. 대통령의 생물학적 성에 따라서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의 '이중기준'이 적용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진보와 개혁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성혐오적' 행위이다.
지금 HBO에서 방영 중인 미드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은 바로 영화 '이색지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조너선 놀란과 J. J. 에이브럼스가 연출과 제작에 참여한 미드 '웨스트월드'는 저 둘의 이름값을 매회 해낸다는 점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조너선 놀란은 이 기획에 대해 "웨스트월드는 인간이 더이상 주인공이 아닌 인류 역사의 다음 장을 다루는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앤서니 홉킨스나 에드 해리스의 존재감은 물론이거니와 전체적인 배우들의 연기가 거의 악기처럼 보일 정도로 훌륭하게 조율되어 있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생산한 갤노트7은 약 430만대, 약 730톤에 달하는 양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대변인은 "갤럭시노트7을 수리, 리퍼비시, 또는 재판매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고 이에 따라 전량 폐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단종이 된 갤노트7을 모두 쓰레기처럼 버리는 파괴적인 결말을 선택하지 않길 바랍니다. 만일 이 하이엔드 폰들이 폐기된다면 어마어마한 양의 코발트, 플라스틱, 금, 은 과 같은 자원들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환경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사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터져나올 경우, 특권과두동맹은 박근혜 사임을 정국의 이니셔티브를 쥐는 전술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군 중 누군가를 특권과두동맹이 대선후보로 낙점하고, 그가 박근혜에게 대통령직 사임을 요구해 박근혜가 이를 수락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그는 단번에 새누리 지지자들과 어쩌면 부동층의 일부도 흡수할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게 전개되면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지 않는 한 대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게 된다.
"조지, 가서 아프간 테러리스트들과 싸워라.", "조지, 가서 이라크 독재를 종식시켜라." 9.11 직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들었다는 하나님 음성이다. 당시 백악관은 부인했지만, 부시는 그 명령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라크파병을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현대사에서 이라크전쟁은 한 개인의 환상에 매몰된 계시가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왔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비극적인 예일지 모른다.
그 동안 전임 정부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대북 라인 가운데는 살려야 할 라인, 죽여야 할 라인 등이 있었을 것이다. 장단점을 검토하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에서 대처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도 없이 한순간에 대북라인이 무너졌다. 대북 라인에 종사했던 귀중한 자산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통일 문제, 대북 문제, 남북 협력 문제 등을 도모할 수 있는 기초적인 인적 자산들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이후 MB 정부의 대북정책은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쓸데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MB 대통령의 취임식에 북측에서 온 특사가 참석했다면 MB 정부 5년의 남북관계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혁명 직후의 혼란을 수습하고 혁명에서 분출된 국민적 여망을 이루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 이때 등장한 인물이 허정씨이다. 허정씨는 당시 외무부 장관직에 있었는데, 그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선순위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대권을 손에 쥐게 된 허정 권한대행. 그로서는 욕심을 부려 이승만이 가지고 있던 절대 권력을 행사해봄 직도 했건만,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의원내각제 개헌, 자유당 해체라는 시대의 과업을 충실하게 수행해 내었다.
당사자들은 이런 게 한두 건이 아니라 일상이라고 전한다. 지인은 다음과 같이 첨언한다. 그런 일을 겪는 동안 주변 문인 중 누구도 주의를 주거나 말리지 않았다고. 다들 그런 걸 암묵적으로 동의 또는 방관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이들 또한 비슷한 사례를 적잖게 알고 있을 텐데 차마 발설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쉬쉬해온 오래된 일이란 뜻이다. 낭만, 권태, 퇴폐 등의 단어로 그럴싸하게 치장된 문학판의 속살 내지 민낯이다.
최순실의 파렴치한 행각은 분명 엽기적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지난 4년 동안 청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 여당, 대기업은 물론 학교와 대학에서도 그의 불법-탈법-초법적 행태가 '아무런 저항 없이' 관철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는 장관들, 대통령의 수족에 불과한 청와대 인사들, 대통령의 '상머슴'을 우두머리로 모시고 있는 여당 정치인들, 권력자의 한마디에 즉각 수십억원을 갖다 바치는 재벌들, 부당한 압력에 무릎 꿇고 이득을 취하는 교수들-이들의 행태는 주인 앞에서 설설 기는 노예의 모습 그 자체다.
혼미한 박근혜가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까지 되었다. 대통령이 되고도 3년 8개월 동안 그야말로 야릇한 장막 뒤에 홀로 숨어 이상한 짓을 해왔다. 이 여인을 감싼 야릇한 장막이 하나의 블랙홀처럼 이 사회 전체를 말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 드러나고 있다. 헌법 84조를 들먹이며 "내란과 외환의 죄가 아니므로" 현직 대통령을 형사 소추할 수 없다고들 떠들지만, 도대체 이게 내란이 아니고 무엇인가? 바깥에서,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대다수 시민들은 줄곧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진실로 박근혜의 정신이 박약하다면 더 가까이 있는 자들이 설마 가만히 있겠느냐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참고 지내왔을 뿐이다.
변화의 바람이 트럼프 쪽으로 유리하게 불고 있다. 한쪽 당이 백악관을 임기 두 번 동안 차지하고 나면 특히 그렇다. 그래서 클린턴의 이메일에 문제가 더 있다는 암시만 있어도 무소속 유권자들과 클린턴을 미온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투표에서 멀어지게 하는 동시에 미심쩍어 하는 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지지를 강화할 수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역사상 가장 자격이 없으며 예측이 불가능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고 언젠가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직사각형의 한계를 초월할 것이다. 그건 바꿀 수 없는 미래이다. 하지만 기술과 그 신기함에 의지하며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 같다. 그리고 그건 할리우드 밖에서 영화를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희망적인 일이다. 대자본 스펙터클이 일상화되었다면 다른 일상이 그 스펙터클과 일대일 대결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수십년 간 '퍼스트 레이디'의 삶이 몸에 베어 있을 박근혜를 '포로'라고 부르며 '구출'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적절한 것인가? 이는 "국민들만큼이나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과 유사한 주장이다. 혹여나 나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탄핵되거나 하야했을 때, 이런 주장이 '박근혜 동정론'에 이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론하며 "박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최근 2년간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 최 씨의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 언론이 우리의 치부를 거론한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이 아니더라도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정책에서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경향을 보인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 정부가 무엇을 결정하는 데는 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전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랍니다. 장관들이 제대로 의견 표명 한 번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정치공학을 따져가며 시간을 끄는 것이 답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이것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당신들은 절대로 '원칙'을 중시하는 '우파'가 아님을. '우파'라면 더더욱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더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에서 우파의 이름 하에 사리사욕을 채운 자들에게 죗값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 '원칙'과 '진실'을 외면한 '봉건 정권'의 과오를 정리하지 않고 돌아오는 대선을 이겨봤자, 그것은 또 다른 '봉건 정권'의 연장에 불과할 것이라고 믿는다. 설령 대선에서 우파진영이 패배한다 하여도, '진실'을 마주하고 '원칙'을 지키며 얻은 패배가 다시 찾아올 '떳떳한 승리'의 밑거름이 될 '값진 패배'라고 믿는다.
우려스럽다.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내가 가담한 세계가 아니라, "저 나쁜 모녀와 멍청한 박근혜"만의 문제가 될까봐. 세월호 참사를 "썩은 유병언 일가"의 문제로 퉁치려는 것처럼. 박근혜 시스템을 지탱해온 우리 안의 "성공종교, 개발주의, 식민지근성"은 보지 못할까봐. 불평등한 자본 시스템이나 새누리당의 썩은 뿌리나 소외된 일상과 생활정치의 부재라는 맥락은 고려되지 못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