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도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녹조의 창궐을 불러왔다. 이번 정부도 창조경제를 한다면서 미르 재단이며 K 스포츠 재단을 속도전을 밀어붙이더라.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게 탈이다. 구덩이에 빠진 사람은 삽질을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잠시 삽질을 멈추고 숨을 돌리는 게 낫다. 쉬운 해고와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에게 권하노니, 부디 휴식을 좀 취하시라. 그대들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게 탈이다.
남자가 실직하거나 집에 있는 경우는? 안 그래도 남자 자존심 다치는데 뭐라 하지 말아라, 빨래 널고 걷는 정도만 도와줘도 얼마나 훌륭한 남편이냐, 남편 기죽지 않게 밥은 잘 해서 먹여라 등의 조언이 넘쳐난다. 그런데 맞벌이 부인이 집에 와서 오줌 튀어 냄새 나는 화장실 청소하고, 애들 숙제 봐주고, 시댁 경조사 선물 챙기고, 다음날 해먹을 음식 재료 다듬는 건 아주 당연하다. 돈 조금 더 버는 남자는 집에 들어오면서 양말 아무데나 벗어던지고, 밥 먹으라고 할 때까지 텔레비전 앞에 뻗어있고, 주말이면 밀린 잠 몰아 자느라고 아이 봐주지도 않는다는 이야기 너무나 흔하게 듣는다.
과거가 있으면 상대방의 외도를 알아차리고도,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사실이 아닐까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번이나 상처를 입었던지 간에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소중하고, 뭔가 마음 속에 불편함이 있다면 그에게 속 시원히 다 털어놓는 게 맞다. 당신의 생각이 사실이든 아니든 혼자 끙끙대지 말고 그에게 물어 보도록. 서로에 대한 오해를 확실히 풀고 넘어가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이다.
지금 한국 사회엔 유난히 세렌디피티가 차고 넘친다. 우선은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씨 딸의 경우다. 승마를 하는 최씨 딸이 체육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하려고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걸까. 특기자 종목에 승마가 처음으로 포함된다. 모집 요강도 '원서 마감일 기준 3년 이내의 수상 내용'을 평가하게 돼 있지만 원서 마감 후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로 당당히 합격한다. 우연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입학 후 수업 불참 등으로 제적 경고를 받았는데 엄마와 함께 학교에 다녀간 뒤 학칙이 개정된다.
장률 감독의 '춘몽'을 봤다. 영화 제목처럼 정말 '봄날의 꿈'같은 영화다. 근래 들어 이처럼 슬픈 주제를 이토록 유쾌하게 표현한 영화는 처음 만났다. 은평구 수색은 첨단과 계획과 부의 상징인 상암DMC와 철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동네인데,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 물씬 나는 공간이다. 경제·사회적 관점에서 수색은 상암DMC의 반대말이다. 이 두 동네를 지하보도가 연결하는데 직접 방문해 보면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가난한 수색에 사는 마이너리티들이 핍진한 삶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영화가 '춘몽'이다.
무너진 명성을 떠나서라도 이대는 학생들이 지켜보는 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이 민감해하는 원칙이 일부 교수들에 의해 망가진 모습을 수습하지 않고 교육기관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입학 기준, 출석점수와 학점, 학칙을 수용할 최소한의 신뢰가 무너졌는데 어떻게 교육기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번 사안은 지난여름 장기농성 사태를 부른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의 찬반과 같은 수준의 일이 아니다.
이제 정부가 원하는 대로 부동산 투기 바람이 세차게 일어 강남발 재건축 광풍이 수도권으로까지 번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거야 말로 바로 정부가 원했던 결과 아니겠습니까? 이런 결과가 나올지 모르고 그런 무모한 부동산 경기 띄우기를 했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습니까? 경제성장률 영점 몇 퍼센트 포인트 정도 올리는 게 그렇게도 중요한 일이었을까요? 이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당장 내 임기 동안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투기를 부추기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나에게 엄마는 신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그 신은 사라졌다. 신이 사라진 세계는 무기력했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했고, 파업을 했다. 엄마라는 직업. 엄마의 역할에서. 중학교 때였다. 어느 날 엄마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백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친척들은 집으로 찾아와 엄마를 "바람난" 무책임한 부모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런 여자"인 줄 몰랐다면서. 화가 났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엄마는 다만 사랑하면서 살고 싶은 인간일 뿐이라고요." 신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찢어졌지만, 엄마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책과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애서가와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부류가 그들이다.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애서가는 책을 함부로 다룬다.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심지어는 침을 묻혀가면서 읽는다. 또 읽다가 멈출 때는 스스럼없이 다음에 읽어야 할 부분을 접는다.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애서가는 책을 마치 보물처럼 다룬다.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고 반드시 책갈피를 사용하며 심지어 책 표지의 띠지조차도 소중히 여겨서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실세 주변에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견제 받지 않는 권력실세 주변에서 그를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매번 되풀이 되는 낙하산 인사와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된다. 역대 대선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되면서 낙하산 인사로 이어지고, 각종 이권 청탁으로 이어졌다. 노태우-박철언, 김영삼-김현철, 김대중-세 아들, 노무현-노건평, 이명박-이상득으로 이어지는 역대 정권 권력실세의 계보와 그 운명이 이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관객은 어쩔 수 없다. 감동하거나 흥분하기에 앞서 이모저모 살피고 숙고할 수밖에 없다. 그 상태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하고 구조되는 과정이 재현된다. 스펙터클에 대한 기대? 극적인 구출의 카타르시스? 그런 건 미안하고 조심스럽다. 감정의 분출이 유보된다. 신중하게 본다. 담담하게 조그만 것들이 보인다. 매뉴얼을 따라 구호를 외치는 승무원들. 줄서서 차분히 대피하는 승객들. 구조하러 오는 배에 탄 선원들의 표정, 헬리콥터에 뛰어내리는 다이버. 영웅적인 건 없다. 하고 있는 일, 으레 해야 할 일들이다.
얼마 전, '지방의 누명'이라는 다큐멘터리가 공중파를 타면서 지금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장안의 화제라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놓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현재 동물성식품의 지방 안에는 20세기 들어서 인간들이 만들어서 사용했던 수많은 화학물질들 중 특히 인체로 들어가면 배출이 잘 되지 않으면서 세포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지용성 화학물질들이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 환경호르몬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장기간 노출될 때면 우리 인체의 에너지 공급원인 미토콘드리아를 서서히 병들게도 만듭니다.
북풍의 정치적 효과는 없다. 국민 다수는 상식이 있고, 정치적 노림을 간파할 지혜가 있다. 이제 북풍은 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북풍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 부패와 실정을 덮는 가면 말이다. 언제나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들이 북풍의 칼춤을 추려 한다. 북풍은 타락한 언론환경을 반영한다. 북풍이 언론을 덮으면, 시대적 과제를 논의할 공간이 사라진다. 북풍은 언제나 희망의 출구를 막고 절망을 퍼뜨린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비선조직이 북한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검찰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동생 회성씨를 중심으로 한 비선조직이라고 봤지만, 실제는 안기부가 깊숙이 개입한 사건이었습니다. 안기부는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먼저 국내 재벌로부터 선거자금을 받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오익제 편지 사건' 등을 통해 김대중 후보에게 '색깔론' 공작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판문점에 총격 사건이 벌어지면 전쟁공포 등을 이용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공작을 꾸몄습니다.
제로스는 회로 구조만이 아니라 기능도 인간의 학습기제를 모방했다. 인간을 포함해 동물들은 흔히 칭찬하면 그 행동을 더 자주 하고, 야단을 맞으면 그 행동의 빈도가 줄어든다. 이런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제를 활용해 로봇을 제어하는 데모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얀색 타일을 찾은 로봇에게 'Good Robot!'(잘했어!)이라고 칭찬 버튼을 눌러주면, 어떤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아도 하얀 타일을 찾아 나선다. 이른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현상을 로봇에게도 주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육아를 못해서 애가 이렇게 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육아 서적들을 끝없이 읽으며 안 해본 게 없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걔는 그냥 원래 그런 애였다. 태어날 때부터 싸움꾼이었다. 아무것도 참지 않았고 남들을 따르지도 않았다. 공작 시간에는 만들지 않으려 했고, 이야기 시간에는 앉아서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했고, 싫어하는 아이들(거의 전부 다)과는 공유하지 않으려 해서 놀이 학교는 재앙이었다.
우리의 결혼으로 세상이 당장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결혼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각을 조금은 바꾸었다. 이성애자들에겐 '한국에서도 동성 결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동성애자들에겐 '우리도 결혼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대한민국에서 동성 결혼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 혹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게다가 우리의 결혼으로 대한민국이 조금 더 로맨틱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감장에서 황당한 질의로 'MS 국회의원'이 화제가 되었을 때, 음악계에서도 덩달아 한 언론보도가 뒤늦게 각광받았다. SNS로 활발히 공유되었던 문제의 기사는 그동안 지자체의 문예회관이 콘서트용 피아노를 입찰해온 관행을 문제 삼고 있었다. "단지 연주자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저렴한 국내산 대신 2억원이 넘는 스타인웨이 사를 명시해 피아노를 구매"했는데, 이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조치에 따라 입찰 규격서에 특정 제품을 명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보도였다.
세상에는 애초에 논의의 대상이 아닌,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가 찬반을 두고 다툴 수 있는 가치관의 문제로 오인되거나, 금기(박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낙태죄가 그 중 하나로, 지금껏 국가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취급해왔는지 투명하게 드러내는 사안이다. 여성이 임신을 지속할 자유와 지속하지 않을 자유는 온전히 그 여성의 선택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어떤 헛소리도 첨언할 필요가 없다. 세상은 '베토벤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세포의 미래를 안타까워하지만 베토벤이 아니더라도 차곡차곡 자신의 생을 쌓아온 여성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마리아도 아메바도 아니니 혼자 임신했을 리는 없는데, 지우면 지웠다고 낙태충 낳으면 낳았다고 미혼모 또는 맘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