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결혼으로 세상이 당장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결혼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각을 조금은 바꾸었다. 이성애자들에겐 '한국에서도 동성 결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동성애자들에겐 '우리도 결혼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대한민국에서 동성 결혼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 혹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게다가 우리의 결혼으로 대한민국이 조금 더 로맨틱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20만 명이 불법으로 임신중절을 받는다. 그리고, 입법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당장 완전히 합법화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고, 사회와 윤리는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그를 법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 요구다. 이 문제에 관한 통찰도,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여성의 인권 문제도, 또, 누가 범법자여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나 발상이라곤 전혀 없는 입법자의 고결한 척하는 행태가, 그리고 쟁점은 잊은 채 현장에서 서로를 돌보아야 할 의사와 환자가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이 현실이 나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출생과 양육의 부담이 여성에게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나 청년층의 소득이 제 자신의 생존만 감당하기에도 빠듯하다는 점, 양육시설이 부족한 이 나라에서 출산을 결정한 여성은 당장 제 경력을 단절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점, 이 모든 점을 차치하고라도 여성은 원치 않은 임신에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단 점. 이런 이유들은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말의 고려사항으로도 채택되지 못했다. 대신 '임신하지 않는 여성들의 무책임'이나 '낙태하는 여성들의 무책임'만이 출산율 저하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대선 막바지에 MB 스스로 BBK가 자기 회사라고 말했다는 소위 '광운대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나타나 여기저기 접촉을 하고 다녔다. 내게는 시민단체에 있는 지인을 통해서 '누가 그런 것(광운대 동영상)을 가지고 있는데 팔겠다고 한다'며 연락이 왔다. 나는 박재성을 불러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그들을 만나도록 했다. 일당은 3인조로 파악됐다. 우리는 생각했다. '이들이 분명 정동영 후보 쪽에도 갔을 텐데 그들은 왜 사지 않았을까? 샀다면 왜 공개를 안 할까?'
무엇을 다루었느냐가 중요하지 작품의 함량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이 엄혹한 세상에, 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나는 별로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것은 다큐 <자백>에서 과거 군부독재 시대를 비판하는 등장인물의 대사처럼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내가 편들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프로파간다라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그들이 비판하고자 하는 이들과 동업자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소재를 다루는 다큐들을 모두 퉁쳐서 함량 미달이라는 편견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좋은 다큐가 빛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세상을 망치는 건 그런 사람들이다. 자, 그렇다면 최승호의 '자백'은 좋은 다큐인가.
특히 제가 공감했던 글은 바이라고 누군가한테 얘기하거나 스스로 생각을 할 때 '내가 중2병에 걸려가지고 지금 바이라고 깝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스스로 되게 많이 했었어요. 내가 이상한 거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 이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서 '아, 그러면 내가 중2병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하고 약간 위로를 받은 게 좀 있어서.
2016 고령자 통계를 보면,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여가에 관광하고 싶다'는 응답이 51.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실제 '여가 때 관광을 한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공연, 전시, 스포츠를 한 번 이상 관람한 65세 이상 인구는 24.5%에 그쳤다. 복수응답을 받은 여가활용 방법에 대해선 'TV·DVD를 시청한다'가 83.1%로 가장 많았다. '그냥 쉰다'는 응답도 51.3%에 달했다. 예전엔 여가에 가족들이 함께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녀와의 동거는 2014년 기준 28.4%였는데 이는 10년 새 10.2%포인트가 급감한 것이다.
여성학자 신시아 인로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스러운'이라는 형용사를 의식하자. '사소한'이라는 말을 주의 깊게 보라. 이 두 표현은 당신이 열고 싶은 문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다." 페미니스트의 눈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 사소한 일은 없다는 말이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이끌어줄 몇 권의 페미니즘 도서를 소개한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답답함을 해소해 줄 페미니즘 입문서부터 우리 삶을 조건 짓는 구조에 질문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따라 읽는다면 페미니즘의 방대한 스펙트럼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현재 운전 중인 54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 19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할 계획(10기 올해 및 내년 가동, 9기 신규 건설 계획)이다. 대략 계산해 보더라도 이 19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향후 매년 약 110백만톤CO2e 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배출할 것이며, 이는 한국이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314.7백만톤CO2e의 36%에 달하는 양입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불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한 꼴이 됩니다.
왜인지 실이 달린 바늘을 들고 천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을 때마다 기묘한 쾌감이 몰려왔다. 어차피 빨리 못하니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성인군자 모드. 성급한 덜렁이라는 자기 규정과의 한 땀 승부. 그리고 자수가 완성되면 느껴지는 '오르가스믹'한 성취감. '와 내가 이걸 다 끝냈단 말이야? 내가?' 자수를 시작한 지 고작 두 달이어서 결과물은 초라하지만 바늘과 나는 안다. 우리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으며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났는지.
블랙리스트에 오른 9천473명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죄가 있다면 세월호참사 처리과정에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한 죄다. 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14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공개 지지한 죄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적극지지자를 블랙리스트로 묶어 불이익을 주기로 한 정권의 행위는 권력의 힘으로 유력야권주자의 손발을 묶고 확장력을 막는 간악하고 비열한 민의왜곡이자 중대한 범법행위다. 한마디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민주법치국가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국기문란의 중대범죄다.
자동차용 AFW 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지능형 기술이냐 아니냐의 차이다. 지금도 어플리케이션 공격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보보안 공격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커넥티드카가 완전히 실용화 그리고 대중화된 근미래 시점의 어플리케이션 공격의 양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신 내용을 이미 알려진 공격의 목록과 일일이 대조하며 위험성을 판별하는 기존의 시그니처 방식 방법론으로는 제아무리 열심히 막으려 해도 도저히 막아 낼 수가 없다.
어떻게 책을 펼치지도 않고 글자를 읽겠다는 것일까. 비결은 '테라헤르츠파'(T-Ray)다. 연구진은 테라헤르츠파가 화학 성분에 따라 다르게 침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특성을 이용하면 책에 테라헤르츠파를 쏴 종이와 잉크를 구분할 수 있다. 페이지별로 글자를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 책장 사이의 간격은 2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수준이다. 연구진은 짧은 간격을 두고 테라헤르츠파를 여러 차례 쏜 다음, 각 파장이 책장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했다. 이런 식으로 연구진은 얇은 종이라도 페이지마다 정교하게 두께를 구분할 수 있었다.
이런 영화들에 대한 비판에서 중요한 점은 이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이 개별영화가 아닌 이런 부류 영화의 유행과 흐름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알탕 영화들은 대부분 여성혐오적이지만 그와 별도로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를 하나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이런 영화들이 비정상적으로 많고 그 비정상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풍토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국제적 약속의 파기, 동맹과의 관계 손상, 국제적 경제제재 등을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요컨대 한국 핵무장은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한미원자력협정 등에 위배되며, 최근 미국의 '핵무기 없는 세상' 정책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198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자리에서 극소량의 플루토늄 추출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2004년에 뒤늦게 확인됐을 때,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전통적 우방국들이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까지 주장하며 강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욕심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상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으나 배리어프리 뮤지컬이 그랬듯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작은 생각의 변화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집쟁이 미치광이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 덕분에 세계의 시각장애인들은 피처폰에서도 누리지 못했던 편안한 정보접근을 누리면서 살고 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수백명의 시각장애인들은 뮤지컬을 보고 한 사람의 끈기로 수천만의 시각장애인들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고은령 아나운서 같은 사람이 세상에 스티브 같은 사람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차은택은 한때 뮤직비디오의 모든 것이었다. 그의 이름에서 '미르재단'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뮤직비디오들을 한 번 떠올려보시라. 1999년 모든 뮤직비디오 상을 독식하다시피 했던 이승환의 '당부'. 양조위와 전도연과 류승범이 소매치기로 등장한 '더 네임'(The Name), 장진과 김현주가 애틋한 사랑을 나누던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 그가 박근혜 정부 아래서 맡은 직책들을 보라. 인천아시안게임 영상감독, 밀라노 엑스포 전시관 영상감독, 창조경제추진단장,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러시아는 최근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홋카이도까지 연결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 하바롭스크와 사할린 사이 타타르 해협 7㎞ 구간과 사할린~홋카이도 간 라페루즈 해협 42㎞를 다리나 터널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성사되면 섬나라 사람이 대륙의 설경(雪景)에 취해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을 누비는 파천황(破天荒)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아베는 이미 올해 5월 소치에서 푸틴과 만나 사업비 1조 엔(약 10조8000억원)을 넘는 8개 항의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전담할 장관직까지 만들었을 정도여서 제안은 진지하게 검토될 것이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고 보니, 전엔 없던 제도가 생겨 있다.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의 연장/휴일/야간근로를 제한하는, 이른바 '모성 보호 제도'. 없던 제도가 생긴 건 물론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게 여성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읽힌다. 나와 같은 해에 아이를 얻은 한 남자 PD가 그런다. "이거, 사실 배우자한테도 적용해야 해. 남편이 야간이나 휴일에 근무 하면 엄마가 고생하잖아. 그리고 여성들한테만 이런 제도를 적용하면, 회사에서 여사원 기피할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