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는 돈이라도 던져주니 그것을 연료 삼은 감정노동을 해냈지만, 돈 봉투를 손에 쥐지 못하는 추석에는 얼굴 구겨지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그런 순간들로부터 해방된 지 십 년 넘었다는 것이 자랑이다. 명절노동 하지 않는 것도 자랑. 명절 음식은 기분 내기 위해 소량 구매하여 맛만 보는 정도다. 어쩔 때는 그 조차도 하지 않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핵가족 단위의 식사를 해결한다. 심신이 평안하다. 명절에는 콩가루 집안 구성원인 것이 이득임을 절감한다. 포털사이트에 콩가루 집안을 검색해보니 '분란이 일어나거나 가족들이 모두 제멋대로여서 엉망진창이 된 집안'이라고 의미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20세기에 규정된 단어다. 21세기적 관점으로 보니, 가족들이 '모두' 제멋대로일 수 있다는 게 퍽 민주적으로 느껴진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은 바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를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노동력의 축소로 인한 성장잠재력의 감소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사람 머릿수가 늘어나서 성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인구가 많아 GDP 세계 2위가 된 중국보다는 인구는 적어도 잘 사는 스위스나 북유럽 국가 쪽이 더 이상적일 것이다.
조선시대에 제사는 사대부만의 특권이었다. 그것은 위로는 국왕으로부터 아래로는 향반에 이르기까지, 자신들 권력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유교 가부장 국가의 숭고한 의례였다. 고로 민중은 제사를 지낼 수 없었다. 하지만 전통사회가 붕괴되고 신분 질서가 어지러워지면서, 제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제사를 지내는 쪽으로 역사가 거꾸로 흘러갔다. 이것이 이른바 '온민족 양반 되기'의 면목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하향평준화를 통한 평등이 아니라 상향평준화를 통한 허위의식의 전면화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소개받은 광수 형의 친구들 가운데 꽤나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광수 형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광수 형의 나이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게이커뮤니티에 '데뷔'하던 2004, 5년만 하더라도 게이들끼리 오랜 시간 신뢰가 쌓이기 전에는 서로의 이름이나 나이 같은 인적 사항을 물어보는 것이 실례였다. 누군가가 아웃팅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상대방의 나이나 인적 사항을 대충 알았고, 나 역시 광수 형의 나이를 외모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했다.
기자들이 강연 요약 기사를 썼다. 그런데 제목이 "정재승 교수, 인공지능 시대에 언어·수학 집중 교육이 웬 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AI시대의 공교육, 언어·수학 집착 버려야". 으악,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정말 물리학자가 수학과 언어가 쓸모없다고 했단 말인가? 이런 무식한!'이란 목소리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한 변호사는 강연장에서 '정말로 수학과 언어 교육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내게 따져 묻기도 했다.
점으로 표시되었다는 시각장애인용 구별장치는 신권이 아니면 무용지물에 가까웠고 길이로 구별하는 것은 서로 다른 지폐들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마저도 같은 액수이면서 길이가 서로 다른 신권과 구권이 뒤죽박죽 섞여서 돌아다니는 실제 지폐시장에서는 완벽히 지폐의 액면가를 구별해낸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나는 시각장애는 신체장애가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낸 사회적 장애라는 것을 인정하고 백기투항 후 어머니의 자비를 구하는 쪽으로 작전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늘과 양파에는 설파이드(Sulfide)라고 하는 성분이 있습니다. 반려견에게 빈혈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입니다. 익힌다고 해도 독성은 사라지지 않으며, 양파가 마늘보다 더욱 위험합니다. 간혹 '우리 강아지는 잘 먹고 건강하다'는 경우를 봅니다. 양파 섭취 후 의식을 잃거나 위급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당장 응급으로 쓰러지지 않더라도 반려견의 몸속에서 적혈구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인 김 부장검사처럼 든든한 배경이 있거나 진 전 검사장처럼 일찍이 '진가'를 인정받은 검사들은 레드 카펫 위를 걷는다. 좋은 보직을 거치다 보니 그만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인적 네트워크도 넓힐 수 있다. 일선 검사들과는 '노는 물'이 다른 상위 1%의 검사들이다. 야근 후 찌개 집에서 후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검사도 많다. 검사들이 묵묵히, 일개미처럼 일하는 동안 소수의 특별한 검사는 고급 음식점·술집을 찾아다니며 분탕질을 쳤다. 이미 국민을 배신했던 그들에겐 친구의 배신을 탓할 자격이 없다. 선량한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죄까지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
11일 오전 11시경부터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한국 언론들이 "UN이 삼성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취지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30여개의 기사들이 제목부터 [유엔 인권보고서, "삼성 백혈병 문제해결 노력 인정"]으로 거의 같았고, 내용도 도찐개찐.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이름을 단 기사가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명·건강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1년 가까이 길바닥에서 노숙하며 싸우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길지, 결국 자신들이 한 기업의 악행에 어떤 식으로 협조하게 되는지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가장 분노스러운 건 이 대목이다.
마이클 모부신이라는 투자전략가는 투자나 스포츠 등에서 운과 실력의 상대적 영향에 관심을 두고 분석을 했다. 축구와 야구는 실력이 70%, 운이 30% 정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놀라운 것은 주식투자의 경우다. 모부신에 따르면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운이 90% 정도 작용하고, 실력은 10% 정도밖에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돈을 버는 것은 거의 99%가 운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데, 주식투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일찍이 경제학의 대가이자 주식투자의 달인이었던 케인즈가 주식시장을 카지노에 비유하며 한 나라의 자본 형성이 투기적 주식시장에 의존하는 것을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그의 직관이 옳았음이 입증된 셈이다.
운전자의 연령이 관계 있습니다. 우리 상식과 달리 젊은 연령일수록 졸음운전 사고가 많습니다. 30세를 기준으로 30세 미만은 30세 이상보다 졸음운전 사고가 4배나 많았습니다. 체력은 젊을수록 유리하지만 잠을 참는 능력은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성별도 중요합니다. 미국립고속도로안전국에 따르면 남자가 여자보다 5배나 졸음운전 사고 많다고 합니다. 만일 여러 명이 운전한다면 중년 부인이 하는 게 졸음운전에 관한 한 가장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우리 아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아이에게 성정체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이는 자기를 여자라고 생각하며 몸도 바꾸고 싶다고 해서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부터 우리 가족은 아이의 호칭을 '딸', '언니'로 바꾸었다. 아직 수술도, 호적 정정도 하진 않았지만 가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여자'로 인정해주니 큰딸도 의상이나 화장 등의 젠더 표현을 더 자유롭게 하고 있다. 딸과 함께 식당을 가거나 쇼핑을 하면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직접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잠깐의 동행에도 내가 느낀 시선의 불편함을 아이는 매일 느낄 텐데, 하루하루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도 싶다.
관광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관광객이나 방문객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상업활동이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공간적 변화와 함께 기존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노량진 수산시장의 관광 젠트리피케이션은 기존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홍대나 서촌, 성수동 등의 경우 관광객과 방문객의 유입이 그 원인이었다면, 이곳은 수협이 관광객과 방문객을 보다 많이 끌어들이고, 공간 자체를 변형시키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을 내쫓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내진 성능을 50%이상 확보한 지역은 세종, 오송,부산 기장군, 울산 북구, 경기 화성 5곳에 불과합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 지역은 내진 성능이 20% 미만이었습니다. 초·중·고 학교건물 (교육청 포함) 76%가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김정은을 저주하는 건 복덕방에 모인 노인들이나 시장통의 상인들도 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김정은의 정신상태를 감정하고 저주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북핵개발을 예방하는 자리이고, 이미 개발된 북한 핵무기의 발전을 억제하는 자리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열심히 개발하는 동안 박근혜는 무얼 했던가? '북한붕괴'라는 주문만 열심히 읊어댔다.
작금의 새누리당을 보면 안보 담론이 핵 무장파, 사드파, 원자력 잠수함파, 이지스파 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안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별의별 무장론을 다 이야기하는 이 분들의 말씀은 이성의 언어가 아니라 감성의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해볼 테면 해 보십시오. 한반도 상황이라는 것이 무슨 무기체계를 도입한다고 해서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뭘 도입하면 할수록 더 공백이 보이고 빈틈이 두드러져 안전에 대한 수요는 무한대로 확장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더 센 것, 더 새로운 것에 대한 중독증이 독버섯처럼 퍼져서 극단화된 논리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시설에서 일어난 온갖 추악한 일들을 관성적으로 '인권침해'라 말해왔다. 그러나 대구시립희망원 사건을 보자. 2년 반 동안 123명이 사망했다. 이건 인권침해가 아니라 '학살'이라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저 과격한 표현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시설의 역사를 돌아보면 부랑인이라는 집단을 '절멸'시키려는 학살임이 분명해진다.
박 대통령의 눈에는 국정의 '파트너'가 없다. 오로지 지시하고 비판할 대상만 있을 뿐이다.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대통령은 청와대에 5년 동안 전세 든 세입자에 불과하다. 청와대에 있는 동안 부디 한 번만이라도 보여주시기 바란다. 대통령이 떠난 후의 나라에 어떤 협치의 꽃이 필 수 있을지 작은 시연(試演)이라도 보여주시기 바란다. 끝내 협치의 미덕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의 뇌리 속에는 몹시 실망스러웠던 대통령으로 오래 각인될 것이다.
8 상대의 온라인 행적에 집착한다 SNS를 보면 그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의 부작용은 연인 사이가 소원해졌을 때 특히 더 심해진다. 상대방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그의 SNS에 접속해 그의 행적을 뒤지기 시작하는 것이 그 예다. 심할 땐 그가 남긴 멘션 하나를 두고 온갖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이 심해지면 곧 집착이 되고, 집착은 결국 둘의 관계를 망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연인 사이에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