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생이라는 재규어 두 마리는 1미터쯤 되는 거리를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을요. 한 마리는 같은 위치에 머리를 쿵쿵 찧었습니다. 한 자리에 어찌나 많이 부딪혔는지, 유리창에 자국이 나 있을 정도였어요. 계속 움직여서인지, 높은 온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숨 가쁘게 헉헉대고 있었습니다. 너무 숨이 차면 잠시 누워서 숨을 고르고, 곧 다시 일어나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더군요. 불쌍하다며 안타까워하거나, 아예 외면하는 관람객들도 많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롤러코스터 탑승제한은 정당한가?'에 대한 공익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현장검증까지 진행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도가 되기도 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놀이기구 하나를 굳이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타고 싶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작은 것 하나도 소송까지 진행해야 탈까 말까한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는 이미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집에서부터 그곳까지 오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옷과 가방을 골라주고, 숙제의 순서도 정해주고, 가까이 지낼 친구들도 정해주는 등 선택권을 박탈하면 된다. 아이들은 선택 과정에서 빚어지는 고민을 해결하는 능력, 친구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도 덤으로 놓친다.
안철수는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를 유권자들에게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나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려는 권력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서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안철수 대통령을 불안해하는 유권자들이 무척 많은 게 사실이다. 이들이 불안한 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 무얼 하려는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하는지를 알 수 없어서이다.
일반적인 인식을 고려하면 청소년과 콘돔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아직도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인터넷에서는 일반 콘돔과 성인용 콘돔의 구분 없이 콘돔을 사기 위해서는 무조건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피임이 필요한 청소년들은 어디서 콘돔을 구할 수 있을까? 청소년임을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은 역시 교복이다. 그래서 교복을 입고 콘돔을 사보았다.
어엿하게 이 제품이 팔리기까지 관여된 모든 정부 부처의 관계자와, 인간의 안위와 존엄을 담보로 잡고 매출을 올리던 기업체들. 이 사고는 우리가 겪었던 많은 참사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가까이는 관과 기업이 인간의 목숨을 걸고 위험한 판을 벌이다가 결국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가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라고 부르는 것도 부족함이 없다. 이 끔찍한 일련의 사태에서 제 3자가 과학으로 원인을 밝혀낼 때까지, 그 안에 관계한 사람 중 합리적인 의문을 품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참사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깡그리 무시되고 있는 점이, 참으로 소름끼치는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이렇게 위험한 생활용품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었을까? 참사의 근본적 책임은 화학물질 관리를 소홀히 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다. 환경부는 (주)유공(현 에스케이케미컬)에서 개발한 PHMG와 PGH를 유독물질로 규정하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산업통산자원부의 공산품 등 완제품의 유해물질 관리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는 일반 소비자가 쓰는 '생활화학가정용품'인데도 불구하고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으로 분류했다. 돈을 버는 데 목적이 있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을 관리하고 확인하겠는가?
1957년 독일 그뤼넨탈 제약사가 개발·판매한 진통제 탈리도마이드는 임신부의 입덧을 덜어주는 진정효과로 유럽, 일본 등 40여 나라에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미국에선 끝내 판매되지 못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신약 허가 업무를 맡은 새내기 공무원 프랜시스 켈시 박사가 독성실험 정보가 부족하다며 허가 신청을 거부했다. 탈리도마이드를 임신부가 복용하면 팔다리 없는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1만2천명 넘는 기형아가 태어나는 비극 뒤에야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청 덕분에 미국민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의료인은 죽음에 이르는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 공격을 받거나 학살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의사인 우리들은 의료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서약을 합니다. 우리는 출신, 종교, 인종, 혹은 그 사람이 어느 편에 속해 싸우는지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을 치료합니다. 심지어 부상을 입은 전투원들, 혹은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까지도 치료합니다. 이 기본적인 원칙에 등을 돌리는 것은 곧 의료 윤리의 근간에 등을 돌리는 것과 같습니다. 전쟁 때문에 의료 윤리가 묻혀서는 안 됩니다.
클린턴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 출발을 이야기하지만, 클린턴은 같은 당이 3번 연속 백악관을 지키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게 마지막으로 성공했던 건 1988년이다. 더 중요한 것은 클린턴과 그녀의 남편은 민주당에서 재임 중인 사람들의 세력을 대표한다는 사실이다. 유권자들이 워싱턴을 너무나 경멸하는 지금, 그건 아주 위험한 위치다. "브루클린 출신의 74세 사회주의자가 이토록 인기를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는데, 클린턴은 기득권층의 상징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헌법 1조 2항)고 할 때 국민은 과반의 국민이 아니다. 100%의 국민이다. 모든 국민이 함께,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민주주의다. 51%가 국회를, 나라를 마음대로 쥐고 흔든다면 그것은 51%의 독재, 다수의 독재일 뿐이다. 4·13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었다. 51%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취임 후 49%의 목소리를 외면해왔다. 이상한 건 '선진화법 개정'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새누리당이 참패했는데도 선거가 끝나자 다들 개정 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무엇인가 배울 때 우리의 실력은 성장, 정체, 도약을 여러 차례 거치며 성장한다. 인생은 파도타기 같은 것이다. 우리의 강아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은 교육을 시작한 후 대략 4주 내외에 정체기를 맞는다. 그러나 안심해도 좋다. 여러분과 반려동물이 함께 했던 즐거운 배움의 과정과 그 속에서 가르치고 배웠던 내용은 공기 중에 녹아 사라지지 않았다.
허핑턴이 생긴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그 짧은 시간에 벌써 별명이 생겼다. 최근 몇몇 독자들은 우리를 '섹핑턴'이라 부른다. 솔직히 조금 우쭐한 기분까지 들 정도다. 매체에 별명이 생겼는데 접두사가 '섹'이라니. 얼마나 관능적인 별명인가. 물론 '섹핑턴'보다는 '섹시 턴'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홍보팀 담당자라는 아저씨들이 아직도 '허밍턴'이라고 부르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황송하기까지 하다. 다만, 풀어야 할 오해가 있다. 허핑턴은 섹스 기사만 쓴다는 오해다.
거대한 조직은 복잡한 주인-대리인 관계의 거미줄로 이루어져 있어서, 책임은 분산되어 있습니다. 비록 기업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결코 사람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업의 의사결정과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당사자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질러도 책임을 지우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스킨케어 기사에서만 볼 수 있는 클렌징법 중 하나는 "세안 마무리를 찬물로 한다"이다. 여성들은 찬물로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모공이 넓어지거나 늘어질 수 있다고 믿으며 반드시 찬물로 마무리한다. 또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뜨거운 물과 찬물로 번갈아 세안을 하면서 피부를 단련시키라는 내용의 기사도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들은 잘못된 것으로 가장 피부에 자극 없는 세안은 자신의 피부온도보다 살짝 높은 미지근한 물로 처음부터 끝까지 세안을 하는 것이다.
극우꼴보수 노인을 연기한 배우가 명계남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현충원 가까운 육교 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지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하다가 자기만큼 과격한 한 청년에게 얻어맞아 눈이 퍼렇게 멍든 채 택시 타고 돌아갈 때 잠깐 스치는 그 표정. 뭘 한 것 같긴 한데 했다고 자부하자니 민망하고, 여전히 어딘가 허전하고, 몸은 아픈데 시간은 그렇게 가고.... 배우야 자기 정치성향에 관계없이 어떤 역이든 연기하는 게 당연하고 명계남은 그렇게 했다. 그러나 세상은 달랐다.
트라우마에 대한 많은 연구는 인간의 몸에 상처를 남기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초래한 사건 자체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사건의 의미가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사회적 환경이 외상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고통을 초래한 사회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자신이 겪는 고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때 트라우마는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지요.
설리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듭 전시한다. 게임의 룰을 지배한다. 아이돌 스타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충족시켜주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적나라하게 꺼내 보인다. 놀랍지 않은가. 솔직히 나는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자기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아이돌 스타가 등장할 것이라 예상해 본 적이 없다. 마치 김연아의 트리플 컴비네이션 점프를 보는 것만 같다. 주저하지 않고 뛰어올라 차분하게 착지한다. 그리곤 뒤돌아 보지 않고 제 갈 길로 가버린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두고 설왕설래하거나 말거나 자기 일상을 마음대로 전시할 권리를 충실히 이행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정책담당자든, 정치인이나 언론인, 그 밖의 누구에 대해서건, 뭘 하다가 안 됐을 때 비난하거나 욕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욕을 먹으면 자연히 위축되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문화만 생겨나도 많은 것이 바뀔 거예요. 그동안 번데기 때 죽었던 많은 것들이 나비가 돼서 날아오를 것입니다."